135 계자 닷샛날, 2010. 1. 7.나무날. 바람 / 다람길

조회 수 1256 추천 수 0 2010.01.12 22:30:00

135 계자 닷샛날, 2010. 1. 7.나무날. 바람 / 다람길


< 늑대발자국 >

골이 깊고 그만큼 서려있는 이야기 또한 많은 이곳,
그 이야기를 따라
여름이면 백두대간이 지나는 삼도봉에서 삐져나온 민주지산을 오르고
겨울이면 이야기에 담긴 잊혀진 장소를 찾아
겨울 눈 산을 헤치며 모험을 떠난답니다.
나흘 동안 몸과 마음을 잘 준비시켜
닷샛날이면 어김없이 길을 나서지요.
오늘 아침 영하 16도,
늑대발자국을 좇아 산으로 들려던 걸음 방향을
아무래도 틀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어떤 길이 또 우리들에게 펼쳐질지요...

전쟁을 피해서, 무리한 세금을 피해서, 지방관의 횡포를 피해서
사람들은 옛적부터 산으로 들고
불을 질러 태운 자리에 밭을 일구고 살아갔습니다.
화전민이지요.
이 산골에도 그런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고 살았는데,
꼭 이처럼 눈이 많았던 어느 해 겨울
산에서 짐승들도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들고
사람들 역시 먹을 것을 찾아 먼 곳까지 나서야할 판이었습니다.
약하고 아프고 어린 사람들을 마을에서 아무리 잘 돌본다 해도
산골 가난한 마을 살림은 어느새 바닥이 나
아픈 홀어머니랑 사는 열두 살 홍복이네를 거두어줄 집이 더 이상 없었습니다.
너무 많이 내린 눈에 산을 나와 먹을 걸 찾아 떠나는 짐승들 발자국을 좇아
홍복이도 먼 길을 떠나게 되지요.
오십 리는 족히 되는 길을 물길을 따라
굽이굽이 넘어 평지 마을에 이릅니다.
그런데 먹을 것을 얻어 돌아오는 길, 뜻밖의 것을 발견하지요.
자기 마을 가장 부잣집 아픈 딸에게 좋다는,
어느 스님이 지나다 가르쳐주었다는 처방약이 그것입니다.
사람 손이 닿지 않은 감나무의 감이
고스란히 얼어붙은 채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을 따 멕이면
씻은 듯이 병이 낫는다 했더랬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채 얼었다 녹았다 되풀이하던 감을 따다 주었더니
부자가 큰돈을 감사하다 내놓았고
홍복이는 오랫동안 소망 하던 일을 드디어 이루게 됩니다.
무엇이었던 걸까요?

계곡을 따라 있던 그 길을 타고 구구절절 오간 홍복이의 길은
새해 소망이 이루어진 길이라 하여
사람들이 더러더러 간절한 바램을 품고 걸었다 합니다.
사람들이 가고 또 가면 길이 되지요.
그리하여 지금 같은 넓은 길이 생겼다나요.
많은 알곡을 거두듯 그리 구해진다는 이 길은
먼훗날까지 ‘다람길’이라 불렸고,
지금 면소재지에 이르는 길이 바로 그 길이 아닐까 짐작한다지요.
우리도 새해 소망을 담고 그 길을 걷기로 합니다.
여느 해와는 좀 다른 길이 될 테지요.

이른 아침 샘들이 김밥을 쌉니다.
수미샘은
‘다 같이 김밥을 싸면서 협동심이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나요.
아이들은 단도리를 했지요.
아무쪼록 따숴야 합니다.
그런데 몇몇의 신발들이 여벌까지도 얼었습니다.
하지만 없는 게 없는 물꼬 곳간은 신발까지 나오네요.
“신발이 다 젖었는데 물꼬 신발이 맞는 게 없어요...”
일환이의 발을 어쩌려나요,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줍니다.
조금 불편해도 애가 그런 것보다 어른이 낫겄지요.
준비가 끝난 모두에게
어떤 길이 될지, 그 길에 서린 이야기는 또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게 될 상황들에 대한
몇 가지 안내가 먼저 있었습니다.

대문을 나서는 순간, 오늘 길이 만만찮을 것이란 걸 알아버렸네요.
마을을 등지자마자 바람 모질었습니다.
우리 마을이 있는 계곡을 벗어나 주 계곡인 물한계곡길과 만나는 곳,
흘목에 이르는 겨우 1.7km가 이미 사나웠더랍니다.
마을 들머리를 벗어나자마자 현우는 양말을 더 신어야했지요.
그러면서 곁에 선 서현샘이랑 참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안에서 미처 마주하지 못했던 이들이
서로를 만나는 시간이 되기도 할 겝니다, 함께 걸어가는 길은.
큰 길에 닿아서는 흘목 버스 정류장에
바람을 피해 꾸역꾸역 몸을 다 집어넣고
우리 역시 새해 소망, 혹은 평생 이루고픈 소원을 확인했지요.
“남친요!”
“노벨의학상요!”
“공부 잘하는 거요!”
저마다 바램이 다 있습니다.
우리는 장애가 심한 한 친구가 좋아하는 노래를 같이 불러주기도 하고
몸이 좀 불편한 그 친구가 더 나아지길 빌어주기도 했답니다.
고운 아이들입니다.
이번 계자 내내 아이들의 결이 얼마나 곱던지요.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편하게 어불러(‘어울려’보다 더 정감 있어) 잘 지냈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 자연스러움에 울컥들 하였더랍니다.

골바람은 차고 거칠었으며 바람은 눈보라를 일으켰습니다.
바람을 마주하고 걷고 또 걸었지요,
먹을 양식을 바리바리 싸 짊어지고.
혹여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너무 오래 길 위에 있지 않을까 하여
그 짐 많기도 하였더랍니다.
다행히 해가 났으나, 바람은 잦아들지 않데요.
우리 삶의 바람도 그렇게 우리를 때로 후려칠 테지요.
그러나 뚜벅뚜벅 그리 걸어 나아갔듯
우리 앞에 선 벽도 그리 넘어갈 수 있지 않을지요.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나 눈 두터워 숲길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산을 내려온 짐승들이 먹이를 찾아 다급히 다닌 발자국들이
길가나 논밭으로 이어져 있고
우리는 자주 멈춰 서서
그 다 다른 발자국의 주인을 짐작해보고는 하였지요.
여름 계곡을 찾아드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쉼터에서
그나마 날리는 눈을 피하기도 하고
바람 가리는 볕 좋은 데서 다리를 쉬기도 하며
오늘 안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길을
나아가고 또 나아갔답니다,
짬짬이 힘이 모자랄까 하여 달콤한 엿도 입에 넣어가며.

도우가 많이 춥다 해서 미현샘이 잠바를 벗어줍니다.
그런데 그건 또 안 입을라 하네요, 견딜만 하답니다.
뜻밖에 징징거릴 것 같은 준아가 아주 환하게 웃으며 걸어갑니다.
사탕도 안 먹었지요, 엄마, 아빠 준다고.
이곳에 오면 모두가 효자입니다.
밖으로 나오면 또 다른 아이들이 거기 있는 거지요.
나름 눈길이 재미있다는 준아였답니다.
준우는 울었습니다.
그때 기환이가 달래줍니다.
“내가 아빠고 (곁에 있는)샘이 엄마라고 생각해. 울지마.”
정원이는 아주 쓰러지겠다고 눈을 내리 깔면서도
그래도 또 걸어가고 있데요.

위험한 모험길이 아니니 느슨하기도 하여
앞과 뒤는 자꾸 벌어집니다,
산에서는 바짝바짝 따라 붙는 것과 달리.
‘역시 산이 재밌긴 재밌는 데다 오히려 더 긴장되어 빠딱빠딱 갔던 것 같다. 다음엔 산을 갔으면 좋겠다.’(수현형님의 하루재기 글 가운데서)
춥다던 게 언제였냐는 듯 규한 준우 정원 도우는
부드러운 길 양쪽 눈을 뭉치고 드러눕기도 하며 장난을 쳐댑니다.
뭐 어떨려구요, 그럴려고 걷는 길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너무 늦어져 앞과 처지면 혹 겨울 길에서 어려운 상황이 될지도 몰라
진주샘은 자꾸 아이들을 몰아쳤지요.
그러면서도 곁에 걷는,
이제 생이 다소 심란하게도 느껴질 나이들에 이른
수진 세인 현주 선영 민지의 삶을 북돋워도 주었더랍니다.
연규형님은 처음엔 현우랑 규한이랑 가더니
나중엔 형찬 자누 준우 기환 지호 현주 세인 수진 민지랑 맨 뒤에서
자꾸자꾸 처지고 있었지요.
아주 가끔 아이들 곁을 차가 지났습니다.
그런데, 보기에도 걱정스럽던 속도 높은 차 한 대
갑자기 끼익 소리를 내며 그대로 길가 수로로 빠졌네요.
낭떠러지 쪽이 아니어 다행이었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험한 꼴 보이지 않아 고마웠고
차가 망가지지 않아서도 고마웠고
그 안의 사람들도 다치지 않아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짜증난 운전자, 괜스레 아이들을 나무랐지요.
그 사람 편에서 보자면
아이들이 길 가로 붙는다 하여도 신경이 쓰이긴 하였을 겝니다.

‘그런데 산길을 따라 도로를 걷는다는 소리를 듣고 그냥 평범한 줄 알았는데 정작 하고 나니까 그게 아니었다. 산에 가는 것만큼 신나고 힘들고 좋았다. 그때 눈도 오고 바람도 불고 걸어서 자꾸 춥다고 하는데 그런 것들 모두가 재미있고 기억에 많이 남았다.’(윤지형님의 글 가운데서)
‘산오르기를 못하게 돼서 다람길을 걸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산오르기보단 훨씬 수월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친한 아이들은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아직 어색한 친구들과는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힘들어하는 아이를 서로 도와주고 위로해주는 모습이 너무 이뻤어요. 몸은 고된 하루였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하루였어요.’(아람형님의 글 가운데서)
‘6학년 00가 매 게임마다 의욕이 없길래 유치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오늘 늑대발자국 때 울어서 아직은 어린 아이구나 라고 느꼈습니다.’(민우샘의 글 가운데서)
아이들과 오래 걷는 길은
가까운 거리에서 더 많이 그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지요.
건웅이는 발이 시려 울기도 했습니다.
발을 끌어다 비벼주고 배에 안아주기도 했지요.
얼어붙은 민재 발 역시 주무르고 겨드랑이에 껴있기도 합니다.
현우도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현곤이도.
의외로 큰 아이들이 더 어려워하데요.
그 어려움 앞에서 마음이 훌쩍 자랐기를 바랍니다.
재혁이가 준 감동 역시 예상치 못한 것이었습니다.
건웅이를 업어주기도 하고
준우와 석현을 번갈아가면서 업고 가기도 했지요.
아이들이 추워하면 진심으로 걱정해주던 그입니다.
그 건들건들한 태도 안에 그런 따스함이 있더란 말이지요.
수진형님과 의남매를 맺은 일환이는 사이도 좋게 가고 있었습니다.
한편 준우와 민상이가 다툰 일도 있었네요.
기환이랑 현곤이도 부딪혔습니다.
화가 난 기환이 쉬지 않고 제풀에 삼십여 분이나 욕을 했습니다.
무지 화가 났던 모양입니다.
화를 어쩌지 못해 소리 지르고 엉뚱하게 자신을 자학하기도 했지요.
화를 내는 방법도 때로는 가르쳐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때 아이들은 그 상황에 대한 행동을 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길은 계속됩니다, 삶이 계속되듯이.
“이건 뭐예요?”
가끔 먹을 것을 찾아 산을 내려온 노루의 발도
집을 떠나 떠도는 고양이 발도
너구리가 지나간 흔적이며
멧돼지가 틀림없는 발자국도 있습니다.
늑대발일지도 모른다 짐작되는 커다란 개발자국도 보았지요.
“설인이다!”
정말 설인일 것 같은 거대한 발자국이
먼 산으로 이어지고도 있었답니다.
먹이를 찾아 헤맨 새들의 발자국도 고스란히 남아 있데요.
먹을 걸 구하긴 했으려나요.

무주 용화와 물한계곡 길이 갈라지는 상촌에
거의 다 이르렀습니다.
큰 구비 하나 넓게 돌고 작은 구비 하나 슬쩍 지나면 되지요.
볕도 좋고 바람도 쉬어 덩달아 엉덩이를 눈밭에 붙였답니다.
그래도 힘이 남은 아이들,
눈밭에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저 모습 좀 보셔요.
류옥하다와 인영이를 불렀습니다.
곧 읍내로 나가는 버스가 지날 것입니다.
우리 역시 먹을 것 찾아 평지로 가듯
타고 가서 주문해놓은 파이를 찾아 길을 거슬러 오라하였지요.
어느새 훌쩍 큰 아이들이 이렇게 일정의 한켠을 맡아줍니다.
샘들이 많기는 하나 아이들을 지켜주어야지요.
게다 처음 온 샘들보다 그들이 이곳에 더 익숙할 밖에요.

걸어가던 우리와 면소재지를 다녀오는 둘을 만났습니다.
호두집하장 뜰에서 컨테이너를 빌려 앉을 수 있었지요.
물꼬를 아는 이가 사무실에 들어오라고도 하였으나
이 많은 식구들이 어디 엉덩이 붙일 데가 있으려나요.
그런 민폐가 또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 바람도 좀 숙였고, 볕도 좋았답니다.
김밥을 풀고, 무지무지 먹었습니다.
힘이 들긴 들었나 보지요.
사과를 풀고 따뜻한 차를 풀고
그리고 초코파이도 보탰지요.
‘카라멜 초코파이 여태까지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다.’(민우샘의 글 가운데서)
아이들이라고 달랐을까,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진 않았을 겁니다.
배가 부르니 여유도 생기지요.
민우샘과 진주샘의 공연 한판으로 노곤함이 더욱 가뿐해졌더랍니다.

다시 되짚어 돌아옵니다.
몇 대 다니지도 않는 길,
버스를 기다리느니 걷자 했지요.
그런데 하도대 마을을 지날 적
열두 살 홍복이가 마을 부잣집 아픈 딸에게 따주었음직한
바로 그 감이 매달린 나무를 봅니다.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채 감은 나무에 매달려 그대로 얼어있었지요.
나무에 올라 따줍니다.
아이들이 쪽쪽 빨아들 먹었지요.
세정이가 젤 맛있어 했습니다.
건너편 외딴집에선 처마에 달린 고드름이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툭툭 떼주니 그만한 과자가 또한 없었더랍니다.

다시 걷습니다.
지나던 아저씨가 차를 세웠습니다.
“너들 대해리 가지?”
“네.”
“이야, 대단하네.”
아이들의 어깨가 으쓱해졌음직도 하겠습니다.

오간 길의 중간 즈음에서 물한리로 들어가는 버스를 얻어 탔습니다.
차가 얼마나 고마운지,
아이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버스아저씨가 천사라 했습니다.
무엇이나 이곳에선 고마움입니다.
따뜻한 방이, 난로가, 문이, 커튼이...
그래서 이 부족한 공간이 역설적이게도 외려 풍요롭다지요.

버스에서 내려 마을을 향해 걸어오다
길을 벗어나 산아랫길을 탑니다.
학교 뒷마을 댓마로 이어져 다시 대해못에 가는 길이지요.
길이 갈라지고 줄이 띄엄띄엄 길어 사람을 세워도 두어야 했습니다.
‘아이들 길 안내하느라 중간에 혼자서 있는데 그냥 문득 행복해졌다.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힘들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수미샘의 글 가운데서)
거기 먼저 이른 아이들이 못에 들어 한참을 놀았는데,
“쩌엉!”
하고 못이 뒤채는 소리가 들렸지요.
놀래서 우르르 빠져나왔답니다.
정말 겨울산이 끄응 하고 뒤채는 것처럼 그랬습니다.
얼마나 신비롭던지요.
올라오던 아이들이 못을 못 봐, 그 소리를 듣지 못해 안타까웠답니다.

학교를 떠나 7시간 만에 닿았네요.
왜 우리는 굳이 그 험한 길을 걷자 했던 걸까요?
‘아프신 어머니를 모시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더불어 살고 베풀 줄 알았던 소년의 험난한 여정을 되돌아보는 계기에서 오늘 길을 떠난 것이었다.’(진주샘의 글 가운데서)
지호는 눈밭에서 한껏 자유로워라 라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했고
누구는 우리의 소원을 빌라 그런 거라고도 했고
몸을 튼튼히 하라고,
고생하고 귀중한 걸 알라고,
눈을 맘껏 밟아보라고,
마음을 키우려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어려운 일도
그리 헤쳐가라고 걸었다고도 했습니다.
어디 그것만이 까닭이었을까요.
그게 무엇이었건
아이들이 그 길의 의미를 저저마다 새겼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며가며 홍복이가 이루었다는 간절한 소망이 무엇일까
짐작이 뜨거웠더랬지요.
관용이는 엄마가 낫는 것이라 했고,
누구는 큰 돈이라 했으며
누구는 커다란 집이라고
또 다른 이는 부잣집 딸과 결혼하는 것이라고도 했고
어느 이는 임금이 되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무엇이었던 걸까요?

길이 길어 ‘한껏맘껏’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산을 오르고 돌아오면 한껏 쉬어주는 시간이지요.
마지막 원 없는 자유시간?
그때 샘들이 달고나를 만들어주기로도 하였는데
아쉽습니다.
아이들을 먼저 씻겼지요.
목욕시키는 걸 꼭 해보고팠던 민우샘은
다람길을 다녀오고 소원을 젤 먼저 이룬 이가 되었네요.
재혁이 그 민우샘한테 그랬습니다.
“쌤, 여름에도 또 오실 거예요?... 샘이 오시면 저도 또 오려구요.”

길을 걷고 돌아와, 닷샛날 오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머리굵은 광주네와 경산네가 우르르 만났습니다.
그동안 서로들 곁눈질을 하며 쭈뼛거렸겠지요.
재미나게도 모두 여자고 모두 남자들입니다.
무슨 그룹미팅이더라나 어쨌다나요.
아주 죽이 맞았더랍니다.
아고, 이제야, 낼이면 가는데...

오늘의 대동놀이, 정말 걸판지게 놀았습니다.
몸으로 낱말을 표현하기도 하였는데,
두 패가 각각 표현한 계단은 퍽이나 인상적이었지요.
한 패는 샌드위치처럼 엎드려 위로 위로 쌓고,
한 패는 길게 키대로 늘어섰습디다.
그 다양함이 반갑고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낸 지혜가 놀랍고
만든 형태가 장관이었지요.
그리고 강강술래,
흥에 겨워 겨워 밤이 다 흥청거렸답니다.

그리고 자누의 강력한 바람대로 장작놀이.
눈이 이만큼 쌓이면 안에서 하는 작은 장작놀이나 촛불잔치를 하는데
자누가 가장 하고픈 게 장작놀이라 했더랬습니다.
그게 무에 어려울까요,
더구나 모두가 즐거워할 수 있는데.
어쨌든 그것도 다람길을 다녀온 덕분일까요?
젊은 할아버지가 눈을 치워내고 불을 피워 올렸습니다.
불싸라기가 하늘로 오를 때마다 아이들의 환호성도 따라 오르고,
그리고 불가에서 끊이지 않고 부르는 노래들...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도 헤아렸지요.
별자리로 짚어보았답니다.
어느 순간 수미샘과 봄이는 떨어지던 별똥별도 보았다데요.

그런데 신발이 다 젖은 민우샘,
장작불에 구워낸 고구마로 인디언놀이 한창인데,
실내슬리퍼로 눈 내린 마당을 뛰어야했습니다,
“신발 얼마 신어?”
“265요.”
아, 신발,
날마다의 기적이 있는 물꼬 아니던가요.
부엌샘을 위해 280을 사왔어야 할 털신,
그런데 주인장도 객도 상자 안에 다른 크기가 있음은 몰랐네요,
와서 보니 265였습니다.
민우샘이 신기 위한 신발이 그리 예비되었던 거지요.
한편 부엌샘은 작년에 신던 걸 찾아내 잘 신었답니다.

큰길과 만나는 흘목,
옷이 허술한 데다 찬바람에 공포심이 많은 규민이와
감기가 지독하게 든 희경샘도 거기까지는 갔습니다.
둘은 맨 꼬랑지에서 예정대로 다시 돌아 눈길을 헤치고 학교로 향했지요.
어쩌면 오래 걸었더라도 무리지어 있었던 우리보다
둘만 걸었던 그들이 더 힘들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규민은 돌아와 피아노 치고 셈도 하고...
남은 이들은 남은 이들대로 이곳을 즐겼네요,
부엌샘 둘과 소사아저씨와.

아, 홍복이의 소망?
산마을에 서당을 세우고 거기서 공부를 하는 것이었지요.

장한 아이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눈바람 휘몰아치는 겨울 길 사십 리를 걸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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