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2.물날. 맑음 / 동지

조회 수 1264 추천 수 0 2011.01.01 17:24:00

2010.12.22.물날. 맑음 / 동지


날 며칠 푹했는데,
쇠날 오후부터 강추위 온다는 전갈입니다.
언 날들에서 그래도 며칠씩 이리 풀어주며 숨통을 터주니
살만한 산골삶이 되는 게지요.
사는 게 참... 신비로운 일입니다.
소사아저씨는 본관 옥상에
올라 두터운 볕 아래 낙엽을 긁고 계시네요.

한참 전에 보내온 상자 하나,
이제야 뜯고 이불과 베개를 빨았습니다.
서강대 학생회에서 아름다운 가게를 할 때 나온 이불이며들,
수민샘이 이 산골 겨울 생각하며 요긴하겠는 걸 여다 보낸 거지요.
우리 이불들이이야 길게는 10년 넘어 된 것들인데,
얼마나 반가웠겠는지요.
고맙습니다.

동지팥죽을 쑵니다.
길기도 길어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버혀 내어/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룬님 오신 날 밤이여든 귀•‘구•‘’(황진이) 펴겠다던 그 밤입니다.
한해 가운데 가장 긴 밤이지요.
입춘으로 열었던 24절후의 스물두 번째 절기,
이제 소한, 대한을 두게 되는 거지요.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태양의 부활이라는 의미에서 작은설로도 치는 날입니다.
동지첨치(冬至添齒)가 그래서 나온 말이겠지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고 말입니다.

불려두었던 팥을 삶아 물을 버린 뒤
시간 반을 푹푹 삶아 으깨 껍질은 개밥통으로 보냅니다.
내린 앙금을 팥물 삶은 뒤 넣어 젓지요.
거기 아이랑 빚은 새알을 넣습니다.
한 밤, 식구들이 살얼음 낀 백김치와 함께 한 그릇씩 먹었지요.
하얀 눈으로 덮인 마당으로 밝은 달빛 내려앉고
온통 얼어붙은 맑은 겨울밤 속으로 가끔 개가 짓는 산마을,
아름다운 밤이었더랍니다.

열흘 가까이 어깨를 앓고 있는 일 있어
교무실 일을 거의 못하며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한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와
겨울 계자에서 밥바라지를 하겠다던 소중한 분들께도
답글 한 줄을 보내지 못하고 있었더랬네요.
혹 올 수 없나부다 하고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에야 편지를 썼지요,
고맙다고, 기다린다고.

OBS의 ‘멜로다큐 가족’ 카메라는
계속 류옥하다 선수를 따라다니고 있답니다.
집 떠나 있는 이들한테 밥 한 술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있네요.
몸이라도 불편하면 참 힘든 산골생활이랍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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