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부재중

조회 수 3238 추천 수 0 2004.05.09 03:23:00

예, 평소에도 전화받기가 수월치 않지만
지금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펄펄 끓는 이 냄비가 식기를 기다리며
오는 숱한 메일에도 단 한통의 답장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5월 4일 밤의 방송 프로그램은
우리가 사는 질감의 천분 만분의 일도 그려내지 못했으며
그릴 수 있다고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힘없는 이 곳이 좀 알려져서 논두렁이 늘어나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한 것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지요.
잠깐 비쳐진 그걸로 뭘 이해한다 말입니까.
교육이 그 만큼 끝간데까지 가서
희망을 찾던 이들에게 빛 한가닥되었을지도 모르잖아,
어떤 이는 그렇게 해석합디다만
글쎄요...
울리는 전화를 생각없이 한 통 받았더라지요.
5학년 아이를 전학시키고 싶다합니다.
뭘 믿구요?
정말 이런 학교를 지지한다면 논두렁(후원)으로 가입해달랬더니
아이만 보내면 얼마라도 낸답니다.
안타깝네요, 수천만원을 쥐고 오신다고 입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만 말씀드렸지요.
묻고 싶은 게 많다면
먼저 샅샅이 홈페이지를 뒤적여본 뒤
그래도 궁금한 게 있을 때 전화를 줄 수 있지 않을지요.
그런 수고는 젖혀두고
당장 전화기를 붙들고 어찌 하자합니다.
그것도 이기입니다.
이 가난한 살림이 굴러가느라 낮이고 밤이고 밭에 들에 나가있는데
어찌 자신만 생각하십니까.
불쑥 찾아오는 이는 더하지요.
세상에, 이웃도 아니고 아는 이도 아닌데
넘의 집에 쓰윽 들어서십니다.
멀리서 왔다는 게 반겨야할 당연한 까닭이랍니다.
지금은 아이들과 공부중인데요,
그러면 되려 몹시 언잖아하십니다.
절박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어제까지 버젓이 탈없이 살지 않으셨습니까.
날이 한참 가고 달도 몇 번간 뒤에도
여전히 지금 가진 관심이 유효하다면
그땐 오십사하지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은 부재중'이랍니다.
죄송합니다!

* 덧붙임: 정녕 이 일이 가치롭고
그래서 물꼬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야 한다 여기신다면
저희 논두렁이 되어주심 얼마나 좋을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후원] 논두렁에 콩 심는 사람들 [13] 관리자 2009-06-27 35731
공지 긴 글 · 1 - 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한울림, 2019) file 물꼬 2019-10-01 19008
공지 [긴 글] 책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안나푸르나가 있다>(옥영경/도서출판 공명, 2020) file 물꼬 2020-06-01 17098
공지 [펌] 산 속 교사, 히말라야 산군 가장 높은 곳을 오르다 image 물꼬 2020-06-08 16581
공지 [8.12] 신간 <다시 학교를 읽다>(한울림, 2021) 물꼬 2021-07-31 16458
공지 2020학년도부터 활동한 사진은... 물꼬 2022-04-13 16111
공지 물꼬 머물기(물꼬 stay)’와 ‘집중수행’을 가릅니다 물꼬 2022-04-14 16132
공지 2022 세종도서(옛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다시 학교를 읽다>(옥영경 / 한울림, 2021) 물꼬 2022-09-30 15065
공지 [12.27] 신간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한울림, 2022) 물꼬 2022-12-30 13294
공지 2024학년도 한해살이;학사일정 (2024.3 ~ 2025.2) 물꼬 2024-02-12 5399
45 2006 여름, 계절 자유학교 안내 file 신상범 2006-06-15 4467
44 충남대학교 사범대학과 ‘교육·연구 협력학교 협약’ 체결(6/29) 물꼬 2012-07-17 4484
43 2003 봄, 서른 다섯 번째 계절 자유학교 안내 자유학교 물꼬 2003-04-04 4679
42 지방에서 계절학교 참가하시는 분들께 자유학교 물꼬 2004-07-13 4692
41 2021학년도 한해살이(2021.3 ~ 2022.2) 물꼬 2021-03-08 4714
40 모바일에서 물꼬 사진 보는 법 관리자 2020-01-21 4718
39 자유학교 물꼬를 방문하시려는 분들께 신상범 2004-05-07 4790
38 2003년 계절 자유학교 일정 안내 신상범 2003-03-16 4801
37 [명상센터] “자기 돌봄” - 물꼬머물기(물꼬스테이) 물꼬 2017-03-28 4847
36 2004 가을, 아흔아홉번째 계절 자유학교 안내 신상범 2004-09-24 4869
35 [10.25~27] 10월 빈들모임 file 물꼬 2019-09-23 5023
34 물꼬 연어의 날 신청마감! 물꼬 2020-06-25 5095
33 2011 겨울 계절자유학교 file [2] 물꼬 2011-11-28 5142
32 [미리 안내] 2020학년도 물꼬 연어의 날; Homecoming Day(6.27~28) 물꼬 2020-05-05 5512
31 자유학교 물꼬 방송 출연 신상범 2004-05-03 5561
30 2012년 6월 빈들모임('이생진 시인이 있는 산골 밤') file [2] 물꼬 2012-05-28 5744
29 2022학년도 한해살이(2022.3 ~ 2023.2) 물꼬 2022-03-21 5771
28 '학교 안내하는 날'에 오실 분들 신청받습니다 file 물꼬 2004-11-10 6178
27 2006 겨울, 자유학교 물꼬 계절 자유학교 안내 물꼬 2006-11-14 657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