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날씨, 물꼬의 일정에 우리가 늘 붙이는 표현입니다.

모든 일정 끝내고 아이들 가방 짊어질 녘 굵어지는 비였지요.

아이들 간다고 이제야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 기세 장맛비 같았답니다.

용한 하늘이라지요.

 

백배 절명상으로 아침수행을 끝낸 달골이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한해의 걸음에

내가 내게, 그리고 서로가 네게 보내는 축복이기도 했습니다.

자기가 할 만큼이라고 했지만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가 백배를 마쳤더랬지요.

훌륭했습니다.

올 한 해도 그리 잘 보낼 겝니다.

 

10시에 먹은 아침인데, 그냥 가기 섭섭하지요.

서둘러 먼지풀풀을 해낸 까닭은

한 끼라도 여기서 더 먹어가려함이었더랍니다.

빵을 굽고 버터와 잼을 바르고

눅눅한 날씨에 딱 좋은 따끈한 코코아와 사과를 곁들여 먹었습니다.

그래도 못다 멕인 것들이 많습니다.

지난 가을 저들이 깎고 매달아두었던 곶감도 미처 주지 못했고,

은행도 구워주지 못했습니다.

싸서라도 보낼 걸 하는 아쉬움은

아이들 이미 떠난 뒤에야 찾아왔지요.

 

이런 예비중 계자를 또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나 이곳을 사랑하는 아이들을,

이렇게 긍정적인 아이들을,

이렇게 의젓한 예비 중학생을 또 볼 수 있을까요?

마치 먼 길을 떠나보내는 에미처럼

아이들 타고 떠난 버스를 오래도록 보았습니다.

 

새로운 걸음,

당당하게 걸어가길 바랍니다.

유쾌하게 걸어가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늦게 사과 하나 합니다.

바깥일이 고되지요.

들일을 하다보면 술을 걸치는 일 예사입니다.

찬 날씨에 일하다 술 한잔을 하고 들어온, 이곳에 머무는 이 하나

따닷한 난롯가에서 그만 취기 돌아 벌러덩 누운 일 있었습니다.

너그러운 아이들이라 으레 그런가보다 하였다 하나

아이들 맞고 보내는 이곳이니 마음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298 2006.12. 7.나무날. 비 옥영경 2006-12-11 1289
1297 2007. 3.28.물날. 흐리다 비바람 천둥번개 옥영경 2007-04-09 1289
1296 2007. 5.27.해날. 여름더위 옥영경 2007-06-15 1289
1295 2009. 1.20.불날. 봄날 같은 볕 옥영경 2009-01-31 1289
1294 11월 7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4-11-19 1290
1293 12월 16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4-12-22 1290
1292 2005.10.18.불날.안개 자욱한 아침 옥영경 2005-10-20 1290
1291 2007.10.11.나무날. 개운치 않은 하늘 옥영경 2007-10-17 1290
1290 2008.11.27.나무날. 비 옥영경 2008-12-21 1290
1289 2011. 6. 9.나무날. 흐린 하늘 / 단식 4일째 옥영경 2011-06-18 1290
1288 2012. 2. 4.흙날. 맑음 옥영경 2012-02-17 1290
1287 6월 4일 흙날 흐리다 개다 옥영경 2005-06-06 1291
1286 2005.11.12.흙날.맑음 / 김장 옥영경 2005-11-14 1291
1285 2005.12.29.나무날.맑음 / 젊은 할아버지가 내신 밥상 옥영경 2006-01-02 1291
1284 2007. 5.24.나무날. 오후 비 / 못밥 옥영경 2007-06-13 1291
1283 2008.10.14.불날. 맑음 옥영경 2008-10-26 1291
1282 2008.10.16.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10-28 1291
1281 2007. 7. 5.해날. 날 개다 옥영경 2009-07-16 1291
1280 108 계자 열흘째, 2006.1.11.물날. 맑음 옥영경 2006-01-14 1292
1279 2007. 2.28.물날. 맑음 옥영경 2007-03-10 129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