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빗방울 두어 방울 다녀가고 바람도 일었습니다.

백배 절명상을 하는 아침입니다.

모두 했습니다.

합디다.

기특했습니다.

서원의 간절함이 함께 했을 테지요.

잘 살거라, 질기게 살거라, 복되게 살거라...

 

갖은 야채로 죽을 끓입니다.

좇아가 봄부추를 캐와서 마지막에 색깔 곱게 총총 썰어 섞었지요.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젤 행복하다던 부모님처럼

저들 입에 들어가는 저 죽이 고맙습니다.

“진짜아 맛있어요.”

어쩜 저리 잘도 먹을까요.

 

그예 부활절 교회를 가고프다고들 하여,

순전히 밥 때문에, 쌀밥, 흰쌀밥 때문에,

서둘러 갈무리를 합니다.

원래 흐름으로는 숲 속으로 거닐다 돌아와 갈무리글을 쓰리라 했지만

전체 평가를 하고 갈무리글을 씁니다.

늦은 아침이었건만 여느 계자처럼 이른 점심을 준비하지요,

학교 뒤쪽 댓마의 교회 가서 먹을 때 먹더라도.

떡을 쪄내고 레몬에이드와 사과를 냈습니다.

아니, 아침 먹은 지 언제라고 또 그걸 죄 먹었더랍니다.

 

기독역사에선 오늘이 부활절,

학교 뒤란 너머에 있는 대해교회 10여 명의 사람들 속으로

아이들 열셋이 우르르 들어갔지요,

덕분에 점심밥상은 남은 어른들끼리만 먹을 참이어

어른들이 이 참에 라면 하나 가벼이 먹자 했습니다.

마침 엊그제 한 상자를 들였더랬지요.

근데, 으으윽...

“아구, 아구, 아구, 오요, 오요, 애들이 오요.”

소사아저씨 놀란 전갈이었지요.

금새 아이들이 돌아온 것입니다,

떡과 삶은 달걀을 안고.

“옥샘, 여기 교회 사람들은 신앙심이 깊지 않은 모양이에요.”

다형입니다.

“잔치면 성대하게 해야줘.”

“아니야. 외려 신앙심이 깊은 게지.

하나님, 예수님이 교회 안에만, 잔치하는 날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 거지.”

 

잘 됐네, 덕분에 다들 라면 한번 끓여먹지 뭐,

그렇게 라면이 나온 점시밥상입니다.

아이들, 환호성도 그런 환호성이 없었지요.

여기 있으면 그렇습니다.

계자를 마치고 가는 아이들도

집에 가면 꼭 라면, 우유, 고기, 자장면을 먹을 거라지요.

콩나물 야채 라면이 잘도 팔렸더랍니다.

 

장지은님 이수열님이 재창이랑 왔습니다.

아이들로 몇 해 이어진 인연이나, 통화도 여러 차례 했으나,

얼굴 보기 처음입니다,

그것도 물꼬에서 보기.

반갑기 어찌나 크던지요.

그예 만났습니다, 드디어, 마침내 뵈었습니다! 기뻤습니다.

재호가 지난해부터 등교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 착한 아이 마음이 어땠을라나요.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큰 한 가지는

우리야말로 굳건히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일 겝니다.

“그저 그 아이를 믿어보지요.

그가 우리보다 더 좋은 길을 찾아낼 것입니다.”

 

밤, 아이들은 이태석 신부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고,

그리고 샘들은 몽당계자 갈무리이자 한주 마감을 했습니다.

또 한 주를 더했습니다.

잘 살았습니다.

모다 고맙습니다.

계자가 끝나니

점점 거칠어가는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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