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9.달날. 빗방울 묻어오다

조회 수 1229 추천 수 0 2011.05.23 16:42:18

 

 

다래순을 무쳤습니다.

계곡 가에 지천이지만

높아 그걸 따기는 쉽잖지요.

아이들 와 있다고 마을 할머니가 나눠주셨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의 너른 품 안에 물꼬가 늘 삽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찌 따신 겐지...

 

아당골 김정옥샘께 아침부터 전화 넣었습니다.

이동학교 아이들이 학기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갈 땐

자전거여행을 합니다.

보은 쪽을 지난다는데, 숙박지가 영 마뜩찮다는 준환샘 얘기가 있었지요.

“아, 혹 제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는 분이 계신데...”

좋은 장소들이야 왜 없겠는지요,

빠듯한 예산에 맞춰 움직이려니 어려움이 있을 겝니다.

그런데, 선씨종가 종부인 김정옥샘댁이면 가능하지않을까 싶었지요.

마침 자전거가 지나는 길에 아당골이 있단 말이지요.

그곳 교육관에서 묵기로 합니다.

자전거로 이틀 길을 가고 하루를 쉰다 하니

청산에서 하루묵고 아당골에서 이틀을 묵을 것이지요.

참 좋은 인연들입니다.

 

종일 후덥지근합니다.

비 묻어오기 때문이겠지요.

고래방 뒤란 우물가 곁에 아이들이 비닐하우스를 세웁니다.

밤이면 기온이 쑤욱 내려가니

답체 모종을 내는 포트에 싹이 오를 생각을 않는 거지요.

그것 아니어도 비닐하우스 한 채 있으면

겨울에도 푸성귀들 잘 먹을 수 있을 겝니다.

땅을 패고 고르고, 뼈대를 끼울 자리를 계산하고

땅에 쇠막대기를 대고 구멍을 내 끼우고

그리고 이음새로 고정하지요.

해수는 해머로 바닥에 걸리는 돌을 부쉈습니다.

김유는 땅에 박힌 뿌리를 뽑거나 자르는 작업을 맡았지요.

‘뿌리 절단할 때 젤 공로가 컸다’는 이는 승기였네요.

고운이다운이는 꼼꼼하게 재미가 느껴진다나요.

여해도 슬슬 재미가 난답니다.

진하는 이음새를 끼우는 걸 퍽 재밌어하고 있었지요.

하은이는 아직 일이 익지 않습니다.

‘그냥 멍 때리고 서 있으니까 다 돼있’더라나요.

“와, 식혜다!”

오전 참은 얼려놓았던 식혜였습니다.

짬짬이 만들어 그리 얼려놔야겠습니다.

오후엔 비가 쏟아졌습니다.

거개 일은 끝났지만 비닐을 씌우지는 못해 아쉬워들 했지요.

비를 피해 들어오니 선미샘이 참치비지전과 아이스크림을

오후 참으로 준비하고 계셨답니다.

 

“싸우고 오셨어요?”

산에 들었습니다.

산에 살아도 산이 그립지요.

비 많겠다는 오후인데,

쏟아지면 얼른 돌아오지 하고 고사리 뜯으러 갔습니다.

마을 계곡 가에서 잠시 다래순도 땄지요.

세상에! 열심히 줄기를 따라가고 있다가 뭔가 허전하여 아래를 본 순간

낭떠러지 끝에 서 있었습니다.

가슴 서늘하여 얼른 돌아서서 나왔습니다.

지난 해 산불이 났던, 물한계곡과 무주 용화 가는 갈림길 양주로 갔지요.

불탄 자리엔 고사리 밭이 펼쳐지지요.

사람들이 벌써 한풀 다녀갔습디다.

가끔 취나물이 섞인 전리품(?)을 안고

상거지꼴로 가마솥방을 들어선 거지요.

손목이 긁히고 얼굴이 긁히고 옷은 그을음이 그림을 그리고...

그러나, 이것으로 아이들을 먹이리라,

마음은 아주 신이 났더랍니다.

 

저녁, 수제비가 곤한 몸을 맞았습니다.

강유의 힘찬 반죽이 한몫하였다지요.

허당이 드디어 허당표를 떼려나 봅니다.

도대체 걸레 짜기가 안되었던 그였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사랑하는 흰쌀밥.

쌀통에서 쌀을 꺼내본 적 없었던 선재가

마침 곳간 선반에 있던 흰쌀 자루를 보고 퍼내서 지어진 밥이었습니다.

“그런 실수는 자주 해.”

아이들의 환영사였지요.

 

새끼일꾼 연규의 글월이 닿았습니다.

‘저희 학교 많은 학부모님들이 옥샘을 아시더라구요! 글쓰기모임을 통해..

그분들 자제분들도 물꼬 많이 궁금해하고 오고 싶어해요^^’

물꼬가 서울 있을 적,

대치동에서 유아연극과 어머니글쓰기강좌를 나갔더랬습니다.

오래전입니다.

아이들 글쓰기와 논술특강도 서울에서 오래했던 일 하나이지요.

역시 오래전 일입니다.

어떤 연들일까요.

언젠가 모다 만나리라, 마음이 결연 비슷해집디다려.

 

늦은 밤, 빵을 굽습니다.

몇 차례 바닥을 좀 태우기도 했더랬는데,

이제 완전히 온도를 잡았네요.

원하는 최상이 나왔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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