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15.해날. 맑음

조회 수 1253 추천 수 0 2011.05.25 10:24:02

 

스승의 날.

전화 받고, 전화 드립니다.

이런 날이 있어 다행입니다.

덕분에 은사님들께 전화 넣지요.

아이들이 스승의 날을 축하하며 준비한 노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희진샘도 저녁 한데모임에 들어오지 않았고,

준환샘도 휴가 중이어,

이곳에 계신 샘들 다 모였을 때 하라고 미루었답니다.

 

아침밥상.

야채죽 그것만으로는 어림없습니다.

큰 솥단지에 그득해도 싹싹 긁는 아이들입니다.

토스트도 내지요.

우유도 아이들 예 온 뒤로 처음으로(두 번째인가) 냈습니다.

설거지 하고 정리하는 아이들을 두고

밥상머리 공연처럼 오랜만에 피아노 치고 노래 부르는데

하다가 플롯을 들고 와 함께 불렀습니다.

좋데요.

“모자의 공연이네!”

누가 그랬답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아이들은 종일 자기 시간을 가집니다.

산책도 하고 숙소 뒤 절벽도 가고 원두막도 갑니다.

스스로공부(개인프로젝트)도 하고,

뒹굴거나 책을 읽거나 악기를 다루기도 하지요.

“민들레 장아찌를 만들 생각인데, 민들레가 있어야겠지요?”

도와줄 사람들을 모읍니다.

슬쩍 부추겨 남자아이들을 다 부르지요.

그런데 이제 안 하겠다 않는 아이들입니다.

한 대야 가득 캐왔데요.

그런데, 좀 더 있었음 싶습디다.

“희중샘, 바쁘셔요?”

하는 김에 더 하자고 권희중샘을 불러 같이 민들레를 캤습니다.

소사아저씨랑 상추밭을 매고 나오고 계셨지요.

사람이 오면 이렇게 같이 움직이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 퍽 좋습니다.

밭도 매고, 콩도 고르고,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서울에서... 오랫동안 회의하고 말하고... 와서 몸 쓰니 좋습니다.

옥샘이랑 민들레 다듬으며 수다도 떨고,

뭘 하면서 얘기하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대며 하는 거랑 다른 느낌이었어요.

와 있는 동안 쉬고 즐겁고 재밌는 나흘이었습니다.”

한데모임에서 권희중샘 그러셨지요.

 

오후, 아이들이 달골로 올라가 빨래도 하고 낮잠도 잘 동안

진하가 부엌일을 도왔습니다.

만두를 빚겠다고 캐온 부추도 다듬고,

도넛 만드는 일도 거들었지요.

큰 몫 했습니다.

저(진하)도 아이들과 갈등한 일이 있더니

홀로 떨어져 나와 몸을 움직이며 마음을 잘 풀었지요.

2킬로그램이나 반죽한 도넛,

아이들 실컷 먹었네요.

빚은 만두를 쪄서 내기도 했답니다.

 

아이들이 저녁을 자신들이 준비한다 했습니다.

하라했지요.

한다면 모두가 같이 하는 게 의미 있겠다고

저들끼리 의논을 갔습니다.

부엌을 내주었지요.

그런데 서로 의견이 틀어졌나봅니다.

다시 해날큰밥상이 제게로 넘어왔으니 말이지요.

하지만 그 시도가 기특하지요.

 

어제 교정치료 때문에 서울 간 강유,

오늘 돌아왔습니다, 머리가 바뀌어서.

아버지차로 대문까지 와

혼자 살구나무와 소나무 사이를 걸어오고 있었지요.

멀찍이 고개 빼들고 보는 아비를 어찌 그냥 보내겠는지요.

원칙이야 있을 테지만 그건 이동학교이야기이고

물꼬는 또 물꼬까지, 이 먼 산골까지 온 이 차 한 잔도 못 드리고 어찌 보내려나요.

좇아나가 뫼시고 들어옵니다.

잠시 앉은 자리로 도넛과 만두를 내지만

정말 물만 드시고 가셨네요.

떠나올 적 엄마랑 울컥에서 서로 울었다 했고,

맛있는 거 정말 많이 먹었다 했고,

그런데 여기서는 먹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막상 서울 가니 배가 불러서 다 못 먹었다지요.

헌데, 강유와 그의 아버지, 정말 붕어빵이었습니다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아주 궁금해졌답니다.

어디 사진 없을려나요?

 

아이들은 마니또가 있습니다.

일종의 수호신이지요.

당사자가 모르게 그의 천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한 주씩 바꾸면서 하고 누구인지 주말에 발표하면서 다시 바꿉니다.

그런데 권희중샘이 물었습니다.

“뭘 해줘?(뭘 해주긴 하냐?)”

“뭘 안 해줘도 뭘 해줄까 고민할 수 있으니까...”

맞습니다. 그 과정도 참 의미 있겠습니다.

 

또! 사내아이들 속에서 벌어진 사건.

넷은 팝송을 듣고, 하나는 클래식을 듣는답니다.

한 아이는 그동안 몇 주째 팝송을 들었기에

오늘만큼은 클래식을 듣자 합니다.

희진샘은 여자애들도 다 불러 음악을 듣는 문제에 대해 의논케 했습니다.

이미 나오고 정리를 했던 건이랍니다.

달골에는 시디플레이어(수행용은 아이들에게 내줄 수 없다 했습니다)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남녀로 나눠서 1시간씩 듣자, 차례대로 듣자,

그런 방법들을 생각해보더니

이런 것까지 기계적으로 꼭 해야 하냐며

자연스럽게 듣자, 결국 그런 걸 확인하는 자리였네요.

‘우리 반은 정말로 회의가 안 되는 것 같다.

늘 주제가 제자리걸음이고 자존심만 세워서 회의만 늦게 끝난다.

그런 문제들이 우리 반 회의의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승기의 날적이에서)

 

한데모임.

노래 불렀습니다.

정말 노래 부르고 싶습니다.

이 아이들은, 이동학교는 같이 노래 부르는 일이 드뭅니다.

젤루 아쉬운 일이랍니다.

오늘 저녁 우크렐라와 기타가 어우러졌습니다.

‘Let it be’.

그리고 뜨거운 감자의 ‘고백’.

퍽 아름다운 시간이었답니다.

한데모임에서 기회가 없다면,

틈틈이 노래를 부르려 노려야겠다 생각합니다.

 

드디어 며칠에 걸쳐있었던 밥바라지 건에 대해

오늘은 정리를 하기로 합니다.

제비뽑기가 문제였으니 친한 사람끼리 하자,

친한 사람끼리 해도 나머지 끝에 남는 사람은 결국 또 마음이 좋지 못하다,

그렇다면 투표에 맡기자,

결국 또 투표로 몰고 갑니다.

이때 교사도 한 표 행사를 단단히 하지요.

“핵심이 뭐였던가요, 애초에 밥을 끌려온 소처럼 하였던 게 문제 아니었던가요.

밥상을 준비하는 이들이 그랬지만,

그래서 밥을 먹는 이도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희진샘의 애초 문제제기도 그거 아니었던가요?”

너무 쉽게 선택하는 투표라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자 합니다.

“제비뽑기냐 아니냐가 아니라, 구성원의 문제가 아니라,

밥을 하는 태도문제였습니다.

생태적인 고민을 하는 이들이, 내 맘에 드는 놈만 살아 남아라?

밥, 귀찮고 힘들지만 안 먹을 건가요?

시험도 그렇고, 먹으려면 해야지요,

밥을 즐겁게 하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문제 아니었던가요?

밥을 하는 마음에 대해 솔직히 서로 얘기를 좀 해보지요.”

제게도 차례가 왔네요.

“저도 밥하기 싫습니다!”

아이들이 놀라서 쳐다봅니다.

‘나도 싫다. 그러나 먹는 건 좋고 하는 건 싫다?

얼마나 이기적인가.

마음을 바꾸었다.

기꺼이 했고 기쁘게 했다.

아이들이 고마움을 표시하고, 그것이 기뻤다.

저것들이 이 밥 먹고 저렇게 씩씩하구나 싶어 좋았다.

무식한 울 어머니, 세상만사 다 마음먹기 나름이라 했다.

우리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또, ‘왜 내가 남의 것까지 해야 하냐’는 생각을 하는

아이들 말도 짚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식구들 설거지하며 내가 왜 남의 걸 하냐 생각하지 않는다.

식구니까, 가족이니까.

우리도 여기 같이 사는 식구 아닌가.

역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마음을 바꾸고 해보기로 합니다.

 

그런데, 다형이는 저 혼자 해보겠다 했습니다,

맘 편히 내 밥 내가 해서 먹겠다고.

너무 쉬운 방식을 선택한 거 아닌가 문제제기 했습니다,

한 샘은 그것을 창의적이라 했지만,

혼자 잘하기가 아니라 같이 잘하기가 지금 더 중요하지 않나 싶어.

하여 마음을 고쳐먹는 것을 전제로

모둠도 새로이 꾸렸습니다.

 

1모둠 승기 다운

2모둠 준 김유

3모둠 하은 여해

4모둠 가야 진하

5모둠 강유 해수

6모둠 선재 다형 하다

 

그동안 학교에서 가장 회의를 잘 한다고 알려진 반이라 하였는데

지금의 회의의 질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회의 구조에 익숙했고, 입이 똑똑했으며,

잘 듣고 잘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입으로만 생활하는 게 아니라 몸이 움직이는 생활을 하고 있으니,

또, 전면적인 생활 앞에 놓이니

학교에서의 바람직함과는 다른, 잠시 꾸밀 수 있는 자신이 아니라

그만큼 전 면에서 자신이 노출되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디다.

예를 들어, 계자를 할 때 관계들만 보더라도

잠시 사람 좋기는 쉽지만 온전히 24시간을 같이 보내며 전 일상을 함께 하다 보면

바닥까지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고는 하지요.

그 모습이 꼭 이쁘지만은 않다마다요.

회의에 대한 샘들의 좋은 안내가 빛을 발할 때입니다.

 

낼 다형의 생일입니다.

아이들이 그토록 원해왔던 햄버거 빅맥을 만들어주리라 합니다.

“콜라, 콜라, 콜라두요!”

“까짓것 낼 먹어라. 그동안 좋은 몸 잘 만들었으니 먹지 뭐. 먹고 또 몸 만들지 뭐.”

김유가 와락 끌어안고 다른 녀석들도 매달렸습니다.

“너들 너무 쉽다, 콜라 하나에.”

아, 유쾌한 요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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