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즐거이 일하는 법

조회 수 1601 추천 수 0 2004.05.07 02:09:00

정말 고됩디다. 머리도 찌끈찌끈 아프고...
옆에는 죙일 도로확장공사로 덤프트럭이 왔다 갔다 하고
먼지는 풀풀 날고 날은 후덥하고...
손에 손을 잡고 동그라미를 그리며 작은 명상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밭으로 가며 오는 길 발이 아프다는 승진이를 업습니다.
갈 때 채경이와 류옥하다가 그의 신발을 한짝씩 들어다 줍니다.
돌아올 땐 령이가 호미를 들어주고 정근이가 신발을 챙깁니다.
가는 걸음 도형과 정근이가 우리 마실 물가방을 챙겨갑니다.
그렇게 마음을 내는 것을 우리는 익히고 또 익히고 있습니다.
한 달여 전에 맸던 포도밭입니다.
풀은 또 무섭게 자라나고 있었지요.
우리는 왜 편한 제초제를 두고 굳이 김을 매는가를 묻습니다.
유기농을 하니까,
건강한 포도를 위해서,
땅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라고 다들 잘 알고 있습디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건 결코 머리의 속도감이 아니지요.
그건 '이상'이 아니라 그야말로 피흘리는 현실이니까요.
조금씩 꾀가 이는데
정근이가 말했습니다.
"내가 지난 번에 숨겨둔 보물이 있어."
그 보물을 어데 두었나 모르므로 예 제 열심히 파보자 합니다.
령이는 예쁜 돌을 들고 와 보물을 찾았다 외치고
우리는 빛나는 보물을 만나는 순간을 그리며 힘을 냅니다.
아시지요, 그 얘기,
한 농부가 세상을 떠나며 게으른 자식 셋에게 남긴 유언 말입니다.
밭에 보물을 숨겨놓았노라고,
그래서 열심히 팠던 자식들은 그 해 풍년을 맞았다지요.
그제야 아버지의 보물이 무었이었나 깨달았다는 그 고전.
이렇게 작은 것 하나도 얼마나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지,
그걸 너무나 자연스레 몸으로 알고 있는 이네들이 저는 늘 경이롭습니다.
"아주 굵고 맛난 포도가 우리들의 보물이야."
정근이가 오늘 포도밭 일을 한 문장으로 갈무리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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