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옥하다가 가방을 메고 옵니다.
"뭐가 그렇게 불룩해?"
책? 물론 아니지요. 책방에 널린 게 책인데 책이라니요.
공책? 그럴리가요.
먹을 것? 역시 가마솥방에 지천인데 뭣하러요?
가방에는 딱지가 한가득입니다.
크기도 참 여러 가지, 두께 또한 참으로 갖가지입니다.
이곳에 살지만 우리 아이들도 가방이 있다지요.
배움방, 사람됨의 공부, 하루재기, 이렇게 공책 셋과
스케치북, 필통이 들어있습니다.
아침이면 그 가방을 풀고 저녁이면 그 가방을 엮는답니다.
날마다 제 바랑을 다시 맸던 바라승들처럼.
낮에 무언가로 불룩해진 가방을
아침마다 덜어내고 덜어내면서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