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달빛이 너무 좋아

하루재기를 마친 샘들이 마당에 쏟아져 나와 거닐었습니다.

보름이더이다.

아이들이 잠에 들고,

산마을의 밤이 퍽도 아름다웠습니다.

147 계자 첫날밤입니다.

어떤 날들이 우리들을 기다릴지요...

 

이른 아침부터 맞이 준비 한창이었지요.

뒷간 화장지걸이를 이제야 마련했습니다.

첫 일정을 끝내고 홍인교엄마의 조언이 있었으나

두 번째 일정에 바로 그 잠깐의 짬을 못 내다가

이번 일정에 드디어 달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첫 수확한 토마토를 먹었습니다.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만 같습니다.

 

몇은 아이들을 데리러 역으로 가고,

남은 샘들은 마지막 청소를 하지요.

계자 미리모임도 그러하지만,

역 풍경이 또한 계자의 어떤 면을 미리 짐작케 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오고,

결국 그 부모들이 주는 느낌이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때가 많은 때문이지요.

꼭 그 때문이 아니어도

역에 나간 샘들은 가지 못한 샘들을 위해 그 소식 소상히 전합니다.

“떠나려는 찰나 한 어머님이 폰은 왜 걷냐고 얼굴 찌푸리며...”

오늘은 그런 분 계셨다 합니다.

“물꼬에 들어가면 우리가 생활해왔던 익숙한 문화보다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폰은 사용하지 않도록 하려고 합니다.”

희중샘의 답변이었다네요.

“규범에게는 동생을 사랑하고 챙길 수 있는 것을 가르쳐주시고,

규한이에게는 형을 사랑하고 잘 따를 수 있게끔...”

물꼬에 들어가면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해지니 걱정 마시라,

역시 희중샘 그리 답하였다 합니다.

홍천이가 못 왔고, 물꼬가 초대했던 두 아이 한나와 재호가 오지 않게 되어

서른의 아이들이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거기 어른 스물 남짓이 함께 하지요.

 

아이들 들어오고 ‘여는 모임’(안내모임)이 바로 있습니다.

7학년 진현이와 세훈이와 류옥하다가 큼 도움입니다.

세훈이는 제일 먼저 본관으로 들어서서 방을 들어오는 아이들을 앉히며

새끼일꾼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도왔지요.

앞의 일정도 그러하였지만

이번 계자는 이 셋에게 많이 기대고 가겠습니다.

‘재이랑 진이가 정말 많이 커서 왔던데, 한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품앗이가 될 때까지 그 성장과정을 지켜보시는 옥쌤은 얼마나 뿌듯하실까 순간 짜릿했다.’(새끼일꾼 인영의 하루정리글에서)

 

점심을 먹고 한껏 쉰 뒤 ‘큰모임’.

글집 표지에 자기소개 그림을 그리고,

앞으로 지낼 시간들을 의논하고,

대해리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지내는 내내 우리는 그렇게 풍성한 이야기와 함께 할 것입니다.

설화와 전설과 동화와 시가 함께 하는 동안

우리는 한껏 이상나라의 앨리스가 되고 오즈의 마법사가 될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옥샘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어제의 미리모임에서의 옥샘 모습과는 많이 달라서 놀랐다. 꼼꼼하게 또박또박 아이들을 향해 집중을 일으키는 말하기!’(소정샘의 하루정리글에서)

샘들은, 낱말 하나도 몸짓 손짓 하나도

아이들을 향해 온 정성을 기울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들길 산길 마을길’.

나서려는데 소나기 쏟아집니다.

가자 하지요,

그 길 끝에 계곡에 뛰어들 것이니,

어차피 온 몸 적셔 들어올 것이니.

우리는 태연히 걸어 나가 그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고샅을 지나 마을을 굽어보는 큰형님느티나무 아래 이르고,

그래요, 그런 나무 한 그루만 날마다 보고 살아도 충분한 배움이다 싶지요,

곧 계곡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재창이가 벌에 쏘여 좇아왔네요.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앉았는데 난데없이 별이 날아와 쏘았답니다.

곁에 있던 샘이 이름표로 침을 긁어내주었다지요.

치료법을 알려주니 저가 침착하게 잘 참고 챙깁디다.

 

계곡에 이르자 소나기 멎고 해 짱짱나더니 산 쪽으로 무지개 걸어놓았습니다.

‘물꼬의 기적’, 우리는 이런 순간을 그리 부릅니다.

아이들이 계곡에 들려니 소나기 멎고 해 쏟아진단 말이지요.

물꼬의 기적이었다, 경이도 그리 소리쳤지요.

들일 곳 없어 둘러쳐둔 산과 들처럼 안에 둘 수 없어 계곡에 둔 물꼬 수영장.

주춤거리는 이들을 끌어당겨 물에 함께 빠져들고,

배처럼 떠내려가는 슬리퍼를 같이 좇아 건져내고,

물장구치고 물싸움하고...

여름에 이보다 더한 놀이가 어디 있으려나요.

돌아오는 길, 여아들 몇은 소정샘한테 매미처럼 달려 오데요.

‘물 문제로 솔직히 고생하고,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애들이랑 함께 계곡에서 신나게 깨끗한 물로 몸도 씻고 참 자연스러웠다.’(새끼일꾼 인영형님의 하루정리글에서)

‘물 안 나와 지난 주 학교 선배 둘 고생했겠다, 그러나 많이 배웠겠다.’(새끼일꾼 연규형님의 하루정리글에서)

괜찮습니다.

우리는 무사히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밥하고 씻고 있습니다.

어떤 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그 사람의 가치관일 테지요.

불편하나, 유쾌한 우리들이라지요.

 

‘한데모임’.

잘 말하고 잘 듣기, 눈을 보며 소통하기, 모두가 동의하는 최선의 방법 찾기,

그런 자리이지요.

무수한 노래를 부르고 손말을 배우고

(누구라도 그러하나 특히 동우가 얼마나 열심히 수화를 하던지요)

그리고 모두가 첫 소회를 나눕니다.

“도시에서 벗어나 사는 것도 재미있어요.”

“자연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또 와서 좋아요.”

“샘들 보고 싶었어요.”

 

‘춤명상’.

마음의 근육키우기이지요.

오늘은 가사가 있는 곡이 춤을 안내합니다.

동그라미 가운데 있는 소품과 촛불이 우리를 도왔구요.

“개인적으로 오늘 한 활동 중 춤명상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인도불교에 관심이 많고 팔정도 중에서 정념, 정정 수행에도 관심이 많은데... 그래서 홀로 마음이 많이 불안정할 때 호흡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명상도 많이 하는데... 이 방법보다 춤명상이 효과적인 것 같애요.”

소정샘이 그랬지요.

다양하고 즐거운 일에 집중하는 것이 명상이라는 얘기도 인상적이었다 합니다.

그럼요, 무언가에 집중하면 그게 명상입니다,

모든 걸 접고 앉아서 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동놀이’.

뜀박질로 몸을 풀고 온갖 짐승들이 날아든 고래방이었습니다.

닭싸움도 하고 거기 오리도 있고,

달걀이 굴러다니고 병아리가 부화하는가 하면

닭들이 홰를 치고...

누구랄 것 없이 그러하였지만 우리의 승훈 선수,

얼마나 열정적이던지요.

 

‘모둠하루재기’를 끝내고 잠자리에 가기 전,

다른 때라면 모둠별로 씻으러 갔겠지요.

“오늘은 여자들이 먼저 씻으시구요...”

낼은 남자들이 씻자 합니다.

물 때문이지요.

아이들이 물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샘들이 도울 참이니까요.

만나는 문제마다 이렇게 여기에 맞는 방법을 찾으며

하나 하나 해결해나가는 시간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계자.

“안녕히 주무세요.”

샘들이 읽어주는 동화책을 듣고 아이들이 잠에 들 적,

창안을 들여다보던 희중샘한테 아이들이 소리쳤습니다.

딸들이 건네는 인사가 흐뭇한 우리 희중샘,

장가갈 때 되었는가 봅니다려.

 

가마솥방에서 ‘샘들 하루재기’.

아이들 얘기, 그들과 부대끼며 어른들 마음에 오고간 마음 꺼내기

그런 시간이지요.

“옥샘이 말씀하신 것처럼

미리모임이 계자의 미리보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비슷했어요.”

세 계자를 내리 하고 있는 새끼일꾼 경이형님의

이번계자 분위기 정리입니다.

“사람이 적어서 아이들이 말을 잘 들을 줄 알았는데

양보다는 질적으로 아이들이 힘들게 한 것도 있었습니다.”

지난 계자와 견주어보는 새끼일꾼 주원형님,

“145 계자와 정말 다르고, 저도 다른 것 같애요.”

새끼일꾼 연규형님이었지요.

연규는 그들 세대에게 축이 되고 본보기가 되었던,

이제는 품앗이일꾼인 아람이가 자꾸 그립다 했습니다.

우리가 부모가 된 그제야 부모를 깊이 그리듯 말이지요.

그렇게 세대가 바뀌어갑니다.

“동윤이는 샘들을 많이 찾아요.”

“승진이도 아이들과 별로 어울리지 않고 샘들한테 붙던데...”

소정샘은 교사가 아이들을 통제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놀고 움직이는 역이어 인상 깊더라, 그렇게 첫날 참가기를 내놨습니다.

‘자잘하게 챙겨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많이 배웠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도 챙겨야할 부분,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런 배움의 시간이 참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새끼일꾼 인영형님의 하루정리글에서)

‘처음 계자의 첫날이라 긴장도 많이 되고 하루 늦게 합류한 터라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열이가 있던 곳이라 역시 좋은 곳이더군요. 좋은 사람들, 좋은 환경 한없이 맑은 아이들을 만나면서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날이었습니다.’(주영샘)

‘새롭다. 맞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새롭다. 물꼬의 느낌까지도. 이런 새로움의 느낌과 재미는 참 좋은 것 같다. 옆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때마다 주는 에너지가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휘령샘)

휘령샘은 장애라기보다 경계선급 아이들이 간혹 보이는 것 같더라며

근데 이것도 병이라 합니다.

3년 반 공부했다고 장애기준으로 자꾸만 아이들이 보이는 것이지요.

자신을 끊임없이 관조하게 되는 것도

계자가 어른들한테 주는 순기능하나 아닐까 싶습니다.

‘드디어 머릿속으로만 상상해오던 물꼬 계자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다. 아직은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든다. 생각보다 오히려 좀 차분하고 조용해서 놀랐다.’(새끼일꾼 서인형님)

“엄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신데 학교에 가보면 아이들이 참 시끄러운데

여긴 차분하게 이야기를 듣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새끼일꾼 서인형님이었답니다.

아이들의 경쾌함과 단아한 침묵이 함께 조화로운 것도

물꼬 계자의 큰 특징 하나이겠습니다.

‘아침엔 수월하였지만 점심부터 정신없어지기 시작하고 부담이 갑자기 컸습니다. 하지만 재미있게 마음을 다하여 해서 편안하게 한 것 같습니다.’

밥바라지 도움꾼으로 움직이는 세아샘,

그가 썩 내켜하지 않는 일이나 온 마음을 다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 좋은 공부의 시간일 테지요.

 

어른 가운데도 장애를 앓는 이가 있습니다.

장애인이 있다고 위험이 있다는 것이 결코 아니지요.

조화!

우리는 이곳에서 엿새를 그리 같이 살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996 149 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2-01-13 1208
4995 2011.11.27.해날 / 11월 빈들모임 옥영경 2011-12-05 1208
4994 2008. 5.21.물날. 맑음 옥영경 2008-06-01 1208
4993 2007.10.14.해날. 맑음 옥영경 2007-10-26 1208
4992 9월 21일 물날 비 옥영경 2005-09-24 1208
4991 2012. 2.17.쇠날. 맑음 옥영경 2012-02-24 1207
4990 2009.10.17.흙날. 변덕 심한 하늘 / 산오름 옥영경 2009-11-04 1207
4989 2007. 8.28.불날. 비 옥영경 2007-09-21 1207
4988 2007. 3. 5. 달날. 눈비, 그리고 지독한 바람 옥영경 2007-03-15 1207
4987 2006.5.9.불날. 흐릿 옥영경 2006-05-11 1207
4986 108 계자 닫는 날, 2006.1.16.달날.흐림 옥영경 2006-01-19 1207
4985 2011.11. 8.불날. 입동, 안개 자욱한 아침 옥영경 2011-11-17 1206
4984 2011.10.13.나무날. 썩 커다란 달무리 옥영경 2011-10-21 1206
4983 147 계자 닫는 날, 2011. 8.19.쇠날. 맑음 옥영경 2011-09-06 1206
4982 2011. 7. 8.쇠날. 흐리고 아침 옥영경 2011-07-18 1206
4981 2011. 5. 7.흙날. 흐리고 빗방울 지나다 맑음 옥영경 2011-05-20 1206
4980 133 계자 여는 날, 2009. 8. 9.해날. 회색구름 지나 오후 볕 옥영경 2009-08-14 1206
4979 2009. 4. 4.흙날. 바람 몹시 불고 천지 황사 옥영경 2009-04-14 1206
4978 3월 빈들 여는 날, 2009. 3.20.쇠날. 맑음 / 춘분 옥영경 2009-03-29 1206
4977 2009. 1.21.물날. 흐림 옥영경 2009-01-31 120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