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10.흙날. 비 좀

조회 수 1311 추천 수 0 2011.09.21 20:06:38

 

떠나는 여름의 산골은 극심한 모기의 창궐로 난산스럽습니다.

작고 날카롭게 생긴 그들이

아침저녁 할 것 없이 몇 마리씩 온 몸을 감싸며

사정없이 파고듭니다.

새끼를 낳으려는 노력에 연민을 느끼며

발이며 팔다리를 내밀다가도

가려움으로 자신도 모르게 툭 쳐서 그만 죽이는 경우도 여러 차례이지요,

다 늦은 여름 몸 구석구석은 발갛게 부어올라

점잖지 못하게 벅벅 긁어대며.

그래도 여름은 물러납니다.

때라는 것이 그러합니다.

언제까지 이어질 것 같은 여름 더위도 이렇게 풀이 꺾이는 거지요.

자연만이 아닙니다.

머지않은 시간, 내 이야기이고 그대 이야기이지요.

시간은 가고 젊음은 그리 속절없이 지겠지요.

왕년에 한 가닥 했던 솜씨는 낡고,

보름달은 그믐 되고 더운밥은 찬밥 됩니다.

당대를 휘두른 젊음과 권세 또한 무주공산의 호랑이 됩니다.

그러나 귀 멀어지고 눈 어두워지고 다리 비틀거린다 하여

마음까지 그리되진 않을 것입니다,

‘인간의 영토를 넓힐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이다.’,

굳이 어느 소설가의 노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더 사랑할 일이겠습니다.

사랑할 때 사랑하기!

 

포도주를 담는 아침이었습니다.

푸드덕푸드덕 후다닥 했던 일의 속도가

요새는 더딥니다.

가을이 오기 때문이거나

나이가 들어가는 탓이거나

몸이 조금 불편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포도알들을 마구 으깼을 것을

오늘은 가만가만 터뜨립니다.

부엌곳간에 항아리 하나를 끌어다놓고 쏟아 붓지요.

항아리에 뭔가 담아보면

왜 요술뭐가 아니라 요술항아리인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한없이 들어간단 말이지요.

다른 항아리가 또 필요하겠구나 싶더니

웬걸요, 한참을 더 넣어도 되겠습디다.

 

“우리 가면 점심 주나?”

“이름난 식당에서 오는 사람들한테는 도대체 뭘 대접해야 하나?”

지난 늦은 봄날에 들어왔던 물꼬 현판이 아직도 걸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읍내 박시영샘이 여름 가기 전 하겠다 하던 일이었지요.

한가위 연휴에 짬을 내서 하겠다더니

오늘 자재를 싣고 들어왔네요.

그 편에 함께 작업할 봉근샘이랑 경주샘과 그 댁 다윤이 함께 걸음 하였습니다.

비와서 당장 작업은 어렵겠고,

지방 건축현장 가기 전 이번 주 안에 해놓고 떠나겠다셨답니다.

 

여기는 서울.

한가위 연휴가 달려있는 주말입니다.

낼모레 프랑스 파리를 갈 일이 있어 서울 길 올랐습니다.

역귀성의 신나는 체험이었지요.

내려가는 길은 거북이, 올라오는 길은 치타.

늘 신문의 첫 면 기사 사진으로

혹은 고속도로가 제공하는 화면으로 보던 길이더니,

정말 그렇더군요.

마음 한갓진 한가위이시옵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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