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었습니다,

아침엔 제법 거칠게.

하늘은 황사 온 날처럼 흐렸고,

코스모스 크게 흔들거렸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말개지는 오후.

 

간밤 아주 늦게까지 작업을 하다 잤는데도

5시 8분 깼습니다.

아이 꿈을 꾸었지요,

어제는 가장 가까운 또 한사람의 꿈을 꾸더니.

대배를 백배합니다, 옴, 아 훔 진언과 함께.

불가에서 하는 선정호흡도 하였지요.

“응? 나는 어디서 톱질하는 소리인 줄 알았네...”

아이가 깨서 한 소리였더랍니다.

 

한편, 뜻밖의 다옴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계자 아이였으며 새끼일꾼이었고,

어느새 스물에 이른 그입니다.

뭔가 대배와 연결 고리가 있는 것만 같았지요.

그 아이 한 종교의 성직자가 되려고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답장해야 한다 여기시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묶여있는 몸이어 언제 가마 약속은 못하지만 때를 봐서 얼굴 뵙겠다’는 그의 소식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이래서 산골서 살고 또 산다 싶지요

 

소사아저씨 한주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셨습니다,

상민샘과 함께.

쓰고 있는 노트북컴퓨터가 계속 일으키는 문제 하나 있었는데,

IT계열 일을 오래 한 그이답게 그것부터 해결해주었습니다.

늘 절묘하게 필요한 손들이 닿는 물꼬입니다.

 

사람 하나 보냈습니다.

슬펐겠지요.

그것은 우리가 우리로부터 사라진 것들을 보기 때문이다,

어느 수행승의 표현대로 바로 그러해서 슬플 겝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남은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한 감사하면 마음이 달라지지요,

그가 없는 쓸쓸함이야 달라지지 않지만.

하여, 그가 갔으나 기쁨이 남았습니다.

그가 살펴준 것들, 나눴던 격려들이 고맙습니다.

그렇더라도, 역시, 남겨진 것들은 잔인합니다,

오지 못할 그를 보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 너머 생에선 꼭 손잡고 다니자,

하늘 향해 가만히 그의 이름자를 불러보았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574 9월 1일 물날, 저농약 포도를 내놓습니다 옥영경 2004-09-14 1314
5573 2012. 4. 2.달날. 밤비 / 천산원정길, 잘 다녀왔습니다... 옥영경 2012-04-07 1313
5572 2007.10. 4.나무날. 비 내리다 갬 옥영경 2007-10-13 1313
5571 2007. 2.16.쇠날. 맑음 옥영경 2007-02-22 1313
5570 2006.4.21.쇠날 / 달골 안택굿 고사문 옥영경 2006-04-27 1313
5569 2005.10.5.물날.바깥이 더 따뜻해서 옥영경 2005-10-07 1313
5568 [포르투갈 통신] 2018. 4.22.해날. 맑음 옥영경 2018-04-28 1312
5567 10월 몽당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09-11-07 1312
5566 127 계자 여는 날, 2008. 8.10.해날. 맑음 옥영경 2008-09-07 1312
5565 봄날 나흗날, 2008. 5.14.물날. 맑음 옥영경 2008-05-23 1312
5564 2007. 9. 8-9.흙-해날. 개고 맑았지요 옥영경 2007-09-25 1312
5563 2006.11.18-9일.흙-해날. 싱싱한 김장배추 같은 날 옥영경 2006-11-22 1312
5562 2005.12.5.달날.언 눈 / 섣달 잔치 첫날 옥영경 2005-12-07 1312
5561 9월 7일, 물꼬생산공동체 공장 돌다 옥영경 2005-09-19 1312
5560 9월 7일 물날 높은 하늘, 덮쳐온 가을 옥영경 2005-09-19 1312
5559 2011 겨울 청소년계자 여는 날, 2011.12.24.흙날. 눈 얇게 쌓인 아침 옥영경 2011-12-29 1311
5558 2008.10.19.해날. 가라앉아가는 하늘 옥영경 2008-10-28 1311
5557 2008. 3.26.물날. 또 눈발 잠깐 옥영경 2008-04-12 1311
5556 99 계자 닫는 날, 10월 31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4-11-13 1311
5555 10월 13일, 교무실에 날아든 편지 옥영경 2004-10-28 131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