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2.물날. 흐려지는 오후

조회 수 1220 추천 수 0 2011.10.21 00:30:34

 

 

“누구네 엄마는 참 좋겠어, 사춘기 아들이 말도 잘 듣고!”

류옥하다 선수가 저녁밥상 차리는 일을 도우며 그럽니다.

그러게요.

사실 사춘기라는 것도

그저 우리 삶의 직선 위에 존재하는 한 연속성에 다름 아니지요.

그리 요란스러울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가끔 대단한 무엇인양 유세를 떠는 귀여운 청소년기의 그네들...

 

마지막 호박들을 땁니다.

된장집 뒤란 고구마도 캐지요.

닭장 앞밭에 견주면 수확이 형편없습니다.

작년에도 이 밭이 그러하여 해갈이하지 하고 또 심었는데,

역시 고구마 자라기엔 적당치 못한 모양입니다.

대신 아름의 고구마줄기가 위로였지요.

 

오후엔 KT에서 하는 한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옵니다; 곽재혁님과 김민규님.

한 시간이 조금 넘을 거라던 이야기가 무려 세 시간에 이르렀지요.

“그래도 직업도 가져야 하고...”

현실이 그러한데 아이가 훗날 직업을 가지도록 준비시켜야지 않겠느냐는 질문.

“뭘 해서든 먹고 살겠지요.”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 제(자기) 삶 자기가 어떤 식으로든 꾸려갈 것입니다.

저부터도 딱히 규정되지 않는 직업으로 그럭저럭 살아왔지요.

유쾌한 만남이었습니다.

한 2주 대안적 삶을 사는 이들을 만나며 어느 순간 비슷비슷하고 식상해지더니

마지막을 아주 신선하게 장식하게 됐다고,

그리고 많이 배우고 여러 생각하게 되었다며 따뜻한 인사 나눠주고 가셨습니다.

인터뷰료도 보내준다 하니 반갑기 더하던 걸요, 하하.

 

은행을 따러 온다던 소식 없는 이를

소사아저씨는 내내 기다리더니,

옥천의 이철형님 오성택님 최효진님 전영호님이

그 자리를 대신하러 들어왔습니다.

부탁한 것들이며 곡주며 안주며 상자 상자 부려주었지요.

굳이 번거롭게 않겠다고 저녁을 먹고 온다하였으나

속이 빈 사람이 있어 부랴부랴 저녁 밥상을 한 번 더 준비했더랬습니다.

곡주도 걸치고,

그리고 데쳐놓았던 고구마줄기껍질도 모여앉아 벗기기도 했으며,

자정 가까운 시간 달골에 올라

서른을 갓 넘긴 젊은 친구들이 이 시대를 건너가는 얘기들도 들었습니다.

좋은 날이 오다니요,

‘지금’ 좋은 날이어야 할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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