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쌀과 보리

조회 수 2249 추천 수 0 2004.06.20 01:58:00
학교 울타리 너머
호두나무 감나무 밭둑에 선, 우리들 밭이 있지요.
옥수수도 심고 콩도 심고 감자도 심고 고구마도 심어둔,
아, 다음 계단밭엔 고추도 심어둔.
그 한가운데 거름더미 있습니다.
떠돌아다니는 고양이 한 마리 가끔 그 거름더미를 헤집지요.
밭 맬 때 아니어도
자전거 끌고 나간 아이들이 자주 그곳에 에둘러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어미가 낳은 새끼 두 마리가 얘깃거리였지요.
이제 더는 어미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저러다 새끼들 죽겠다고.
그러다 지들끼리 새끼들을 데려온 게 그제였지요.
집을 만들고 이불을 챙기고.
성학이는 새끼 먹을 우유값을 자기가 내겠다 했습니다.
쌀과 보리라고 불렀지요.
아이들은 고양이를 데리고 학교 구석구석 안내도 했다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하룻밤을 넘기며 움직이질 않았지요.
아침 일찍 어른들 아침모임이 끝나고
용주샘이랑 아이들은 고양이를 묻어주러 갔습니다.
우리가 데려온 게 옳았을까,
그들 삶을 방해한 건 아닐까,
어쨌든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입을 모았지요.
우리들이 돌 하나도 삶 터를 옮기는 데에
이번 경험은 좋은 지침을 낳았겠다 싶더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94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384
6593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340
6592 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옥영경 2024-02-13 337
6591 2023학년도 2월 실타래학교(2.3~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2-13 304
6590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24. 2. 6.불날. 비,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4-02-13 336
6589 실타래학교 사흗날, 2024. 2. 5.달날. 서설(瑞雪) 옥영경 2024-02-13 291
6588 실타래학교 이튿날, 2024. 2. 4.해날. 갬 / 상주 여행 옥영경 2024-02-11 312
6587 실타래학교 여는 날, 2024. 2. 3.흙날. 저녁비 옥영경 2024-02-11 305
6586 2024. 2. 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298
6585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08
6584 2024. 1.31.물날. 안개 내린 것 같았던 미세먼지 / 국립세종수목원 옥영경 2024-02-11 295
6583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299
6582 2024. 1.29.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2-11 294
6581 2024. 1.28.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24-02-11 293
6580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312
6579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297
6578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302
6577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295
6576 2024. 1.23.불날. 눈 / 끊임없이 자기 해방하기 옥영경 2024-02-07 274
6575 2024. 1.22.달날. 맑음 / 포트락 옥영경 2024-02-07 29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