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 지주대를 뽑아 정리하고

은행을 주웠습니다.

수확한 것들 좀 정리도 하고

장터에 낼 것들을 가늠도 해보았지요.

올해는 가래도 제법 됩니다.

그런데 처음 들어본다는 이들이 많았지요.

호두랑 닮았는데, 조금 길쭉합니다.

껍질과 뿌리를 약재로 흔히 쓰는 가래나무는

그 열매 또한 효능이 뛰어나다 합니다.

폐를 튼튼히 하고, 기침을 멎게 하며, 머리를 맑고 좋게 한다지요.

위염이나 십이지궤양 같은 경련성 복통에도 좋다 합니다.

그런데, 이게 먹기가 참...

워낙에 딱딱하거든요.

그래서 지압용으로 우선 그만입니다.

호두까기로 까거나 불에 구워

쪼개서 이쑤시개로 파먹으면 됩니다.

기름도 짠다지요.

그런데 양이 정말 얼마 안 되는 그것을 기름으로 내릴려면...

 

일찍부터 이곳 농산물들을 주문했던 분들이 계십니다.

포도즙은 우리가 못내도 이웃 유기농가에서 냈는데

올해는 그 댁도 포도는 얼마 하지를 못한데다

선주문했던 이들조차 상품을 다 대지 못하였다지요.

물꼬 농산물들은 우리 자급하기에는 풍족하나

상품으로 낼 것은 별 게 없습니다,

우렁이로 짓던 쌀농사마저 올 한해는 놓았더니.

하기야 그래서 다른 작물들을 잘 살필 수 있었는지도...

 

올 가을 들어 처음 배추김치를 담갔습니다.

아주 거친 껍질까지 다 썼지요.

우리 농사지은 걸로는 어느 것도 버릴 게 없습니다.

그 키운 과정을 다 아니 노고를 봐서도 그렇겠지만

역시 안전함에 대한 믿음 때문일 테지요.

무도 싹둑썰기하여 섞어 넣었네요.

또 다른 무로는 무조림과 무나물을 했습지요.

제철 음식이 보약이다마다요.

 

이번 학기에 써주기로 했던 묵직한 글 한 편은 진척도 없이

나날이 닥친 일에 허우적대며 어느새 10월이 다 가버렸습니다.

11월을 넘기지 않고 마무리해야 또 겨울계자 준비가 가뿐할 텐데,

좀 더 집중해서 일하기!

 

역시 느린 능엄주를 틀어놓고 기본호흡과 대배 백배와 선정호흡으로

해건지기를 했더랬습니다.

좋습니다.

10월 한 달 주말에 계속 서울에 올랐지요.

오늘 일정은 변동이 있어 산골에 눌러 있으니

시간을 들여 ‘호흡’을 좀 하자 싶었으나

역시 또 일이 앞에 서서는...

여기 보이는 일을 하다 뭘 가지러 저기 갔다가는 또 저기 가서 보이는 일을 하고

그러다 다른 일이 생각나 교무실 좇아오면 책상에 또 일입니다.

산골 살아도 부산하기 매일반.

여유롭자고 들어온 산골에서 삶은, 혹은 저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니이다.

하기야 내가 변하지 않은 바에야 내 삶의 무엇이 변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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