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2.흙날. 흐림

조회 수 1260 추천 수 0 2011.11.23 01:23:58

 

 

대배 백배와 선정호흡, 그리고 자비명상으로 해건지기.

 

밭의 무를 먼저 좀 뽑았습니다.

그러니 무청이 그만큼 있고,

하루 이틀 넘기면 금새 진잎이 생길 겝니다.

무엇이나 싱싱할 때 해두어야

일도 덜고 신선도도 낫지요.

데칩니다.

그런데, 결국 못다 하고 일어서지요,

서울행 기차가 기다려.

내일 답사가 있습니다,

이번 달 빈들모임 대신 하기로 한 서울나들이를 위한.

 

아이가 대전까지 함께 갑니다.

치과에 가는 길이지요.

태워 다니던 아이는

이제 버스 타고 나가 기차타고, 지하철 타고, 걷고,

그리고 그 길을 되짚어 다시 돌아옵니다.

아이들은 그리 자라고 우리는 그만큼 또 늙어가지요.

세월 참...

 

서울행.

불교 수행자들 틈에서 함께 수행하는 자리 있었습니다.

감로수로 씻어 내리는 듯한 과정이 몸을 개운하게 합니다.

흔히 종교는(특히 기독교는)

부름을 받고, 응답하고, 결단하고, 섬기는 과정을 거치지요.

삼보에 귀의하여 같이 수행하자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티벳불자인 벗의 간곡함이

안으로 와서 자꾸 꿈틀거립니다.

그런데, 저는, 신비주의자이고 우주의 절대적 힘을 믿는 저는,

특정 종교에 들고 나면 마치 균형이라도 잃는 듯하여선지

굳이 불자가 되겠다고는 않습니다.

인간 자존이 너무 세 이리 목이 뻣뻣한 것은 아닐지요.

이래도 저래도 참 모지래는 사람입니다요.

 

손발과 얼굴이 심하게 붓고 있습니다.

뭐 여느 때와 다르게 어렵게 보낸 이레 단식의 후유증이겠지요.

속을 잘 다스려얄 겝니다.

그런 반응이 밖으로 나타는 것은 고마울 일입니다,

바로 바로 문제에 대해 대응할 수 있으니.

늘 속으로 곪아 어느 날 손도 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발을 동동거릴 때가 얼마나 많던지요.

잘 될 겝니다, 다.

그리고, 성찰은 생활을 보다 정갈하게 끌어갈 테지요.

내가 잘 못살아 단식이 그리 힘들었고나,

단식은 그 전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지요,

허니 잘 살아야지요, 다시 태어났으므로...

 

꼬박 한 해를 애를 먹이던 일이 있었더랬습니다.

사연을 아는 두엇의 벗을 기대며,

그리고 함께 고통을 나누던 학교 식구들이 같이 그 시간을 건넜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시간은 흐를 테고 마음이 혹은 상황이 변하기도 할 테지요.

어떻게든 분명 끝이 있을 겝니다.

얼마 전부터는 터무니없이 경제적인 부분을 요구해오기에 이르고

오늘도 그리 문자 하나 들어왔네요.

기가 막힐 노릇이지요.

하지만 흘러갈 겝니다, 시간이 그러하듯.

같이 건너 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사람이 그리 살아갑니다,

고마움으로,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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