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3.불날. 눈, 바람, 비

조회 수 1468 추천 수 0 2012.04.07 21:27:48

 

어제 이른 아침 인천공항으로 무사귀환!

천산원정길을 올랐던 달포,

지난 한달 여의 시간을 털어내느라

공항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움직였습니다.

 

공항버스 정류장에 섰다 퍼뜩,

여행 다닐 때마다 들고 다니는 목베개가 사라진 걸 알았습니다.

수년 전 한국 들어올 때 미국인 친구가 사주었던 것을

차에서며 긴 여행에서며 너무나 요긴히 쓰고 있어왔더랬지요.

공항에서 처리해야할 일이 있어 자리 비운 사이

동행인들이 짐을 옮기며 놓친 모양이었습니다.

그저 아쉬움에 앉았던 곳에라도 가 본다고 청사로 들어간 순간,

“오승현!”

지나가는 승현샘을 만났습니다.

대한항공 입사 후 여러 해 통 소식 주고받지 못했더랬지요.

언제 한번 보게 되리라 싶더니 그리 만났습니다.

하나를 잃고 하나를 얻던가요.

반갑고 또 반가웠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비 내렸던 서울,

진눈깨비 날리는 서울을 뒤로 영동행 기차에 올랐습니다.

날이 개고 있었지요.

산골은 새벽에 비 내리더니 눈이었다가 함박눈이 되고

눈보라로 변하더니 세찬 바람으로 골짝을 후비더라지요.

 

기차에서 한 기자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언제부터 류옥하다, 혹은 물꼬 이야기를 담고 싶어하던 이.

마침 영동에 와 있다고 기차 도착 30여 분 전에 온 전화.

이제 여행 마치고 오셨겠다 싶어 한 전화였다 했습니다.

역으로 마중을 나오겠다 했습니다.

마침 읍내 나와 있던 류옥하다도 역으로 왔지요.

저녁을 얻어먹고 차도 얻어 타고 물꼬행.

늘 사는 일이 그러합니다.

언제나 곁을 내주는 사람들의 힘으로 삽니다.

천산산맥 언저리를 돌아가던 중앙아시아 여행도 그러했습니다.

곁에서 지켜주고 돌봐주는 이가 있었습니다.

고마운 삶입니다.

고맙게 살아야할 삶입니다.

 

어른들의 술자리가 가마솥방에서 있었지요.

귀환식쯤 되었겠습니다,

날 몹시 추워 덜덜거리며들.

그리고 달골.

오래 비워둔 햇발동은 한기가 그득했습니다.

물꼬 첫 방문인 기자에겐

어둠과 바람과 추위로만 기억되진 않으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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