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여느 빈들모임 같은 흐름이 됩니다.

달골 창고동에서 해건지기를 하지요.

오늘은 꽃송이를 떨구기 시작한 금낭화가

한가운데서 우리의 수행을 돕습니다.

티벳식 절로 백배.

 

내려와 어제 떼어낸 창문용 비닐을 씻고,

가마솥방과 책방 교무실 난로를 치웠습니다.

비로소 우리의 겨울이 끝난 겝니다,

곧 다시 올 테지만.

그땐 또 그때 맞으면 되지요.

태임이와 왕현이와 소울이는 모래밭에서 놀고,

그 아이들을 류옥하다가 지나며, 혹은 승범이와 승현이가 돌보았지요.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소윤이는 아직 어른들 등이나 가슴에 붙어있어야했네요.

 

사람들이 갈무리글을 쓰는 동안 가벼운 점심을 준비했고,

점심 때건지기를 끝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끝내고

다들 다시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그때, 우리 소울이, 빵이 먹고 싶다나요.

우리 집 빵반죽기 가동. 물론 류옥하다 선수입니다.

승현이가 그릇을 붙잡고 하다가 반죽을 했지요.

빵을 굽습니다.

후라이팬에 쉬 구우려던 빵을 달골까지 가져가 오븐에 넣었네요.

빵은 발효시간이 다 이지요.

다만 시간을 들이는 일입니다.

 

때마침, 뜻밖의 연락.

일 년 여전 혼례를 올린 성철샘과 경옥샘이 가까이 와 있다는 전갈입니다.

어여 다녀가라 하지요.

달골에서 바게뜨를 발효시키고 굽는 동안 잠시 식탁에 앉았더랍니다.

학교로 돌아오니 류옥하다,

“그런데, 왜 오셨어요?”

“예쁜 마누라 자랑할라고!”

제가 대답해주었지요.

그리 얼굴 보니 좋았습니다.

2006학년도이던가,

야은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의 현장학습이 이곳에 있었습니다,

정기효샘이 진행했던.

그 인연으로 성철샘은 방황하던 시기 전화를 해오곤 했더랬지요.

그리고 2012년입니다.

“학교는 잘 다니셔요?”

“그럼요.”

바람이 불어야했습니다,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

두 사람은 물꼬랑 같은 시기에 태동했던 대구의 민들레학교를 통해

연이 있었더랬고, 후에 다시 만나 혼례를 올렸답니다.

그 민들레의 수장이 김희동 선생이고 지금 꽃피는 학교를 이끌고 있지요.

경옥샘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물꼬 얘기를 또 들었다던가요

상사 아이가 물꼬를 다녀갔더라 합니다.

그리고 교대를 가서 역시 초등교사가 되어 있었지요.

좋은 연들입니다.

 

성화샘은 가는 걸음에까지 차에 있던 것들을 꺼내줍니다.

“유설샘이 물꼬 가난하다 그랬구나...”

그의 눈에 보였던 겝니다,

이 너른 살림이며 넉넉하지 않은 살림거리가.

그리 마음써준 그를 보며 참 끼리끼리구나 싶었지요.

성화샘은 유설샘과 대학 동기입니다, 나이는 많지만.

아마도 자주 만나겠다 합니다.

 

빵을 한 조각씩 나누고 모두가 떠났습니다.

"수고에 비해 결과물이..."

"그러니 또 '시간을 들이는 일이 귀해 지는 거지...'"

"입이 많으니..."

이 골짝까지 오느라 욕들 봤습니다.

잘 살다 또 보지요.

 

“하다야!”

저녁, 류옥하다를 부르니,

“낼 비온다니까 밭에 거름 좀 뿌리고...”

그가 가꾸는 간장집 앞 남새밭.

그곳에서 상추도 부추도 아욱도 얻고 있고,

해바라기도 주욱죽 오르고 있지요.

우리들의 삶은 계속됩니다려.

 

밤, 햇발동 2층 욕실 바깥 쪽문에서 호리병벌의 집을 발견.

표 나지 않게 길게 한 줄로 집을 놓고 있었지요.

이것들이 그리 또 집을 드나들었더란 말이지요.

얼른 떼냅니다, 드나드는 아이들을 위협하니까.

 

더운 하루였습니다.

내일부터 이레 단식에 들어갑니다.

위탁교육을 위해 고교생이 들어오기도 하지요.

예, 물꼬의 산골 삶은 계속됩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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