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볕.

아이들이 들어오는 아침, 수행으로 엽니다.

 

‘드는 자리’.

스물 넷(둘이야 이제 스물 된 품앗이, 그리고 하나는 여기 사는)의 참가자들이

등록하고, 공간 안내 받고, 간단히 서로 소개하고...

일곱 살부터 와서 8학년에 이른 아이가 있는가 하면

8학년에서야 처음으로 물꼬와 만나는 아이도 있고,

6학년 관우가 곧 미국으로 떠나 마지막 계자를 오지 못해 형을 따라 오기도...

 

‘네 속으로’.

물꼬 살아온 날들, 지금의 물꼬, 살림살이,

그리고 물꼬가 생각하는 교육을 나눕니다.

특히 물꼬를 드러내는 낱말들 풀이.

그리고 각자 소개.

사진은 태우샘, 전체 뒷배는 재훈샘, 그리고 전체 진행 도움이는 윤지,

아이들 속 도움꾼은 남자 쪽 류옥하다, 여자 쪽은 경이가 맡습니다.

왜 우리가 계속 정돈을 유지해야 하는가,

‘유리창효과’를 들먹였지요.

뉴욕지하철을 범죄에서 구해낸 그 효과.

지저분하고 파손된 곳 투성이의 지하철이

더 많은 범죄를 몰고 왔더라는.

나가는 순간까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처음의 상태를 유지하기.

 

‘땀과 물’.

패를 나누어 일을 합니다.

세훈과 진현과 성재는 연탄재를 퍼다가

현관에서부터 해우소 길에 뿌리고 펴고,

현진 수현 수민 가온 여진 해온 예슬 관우는

풀과 씨름했습니다,

해우소 뒤란과, 고래방과 숨꼬방 사이.

힘 좋은 사내 아이들 인건 하다 태우 재훈 가람은,

누가 두고 가서는 말이 없는 통나무들 주차장에 부려진지 오래,

오가는 걸음을 여간 불편케 하는 게 아니었으나

그 두께가 만만찮아 여태 어쩌지 못하고 있었던 널부러진 나무들을

웃통까지 벗고 가장자리 쪽으로 잘 옮겼더랍니다.

부엌에선 윤지와 희선이

양파도 까고 마늘도 까고 부엌일을 하고 있었네요.

옷방에는 어제부터 경이가 들어가더니

현아와 수연을 데리고 계속 정리를 이어가고,

고래방 쪽의 숨꼬방 벽의 먼지와 곰팡이는

인영, 해인, 효민이 닦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땀에 흠뻑 젖은 몸으로 계곡!

 

저녁을 먹고 ‘숙제 검사’.

글을 읽거나 이야기들을 펼쳤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가져왔는가 하면

친구가 쓴 글을 읽기도 하고

책의 구절을 읽기도 했으며

책을 소개하기도 했더랍니다.

고전이란 게 그런 거지요.

우리 아비가 읽었던 것을 나도 읽고

어느새 아이도 자라서 읽는.

아무래도 고전이 많이 다뤄지게 되는 이 자리이지요.

“옆에서 보면 옥샘은 생전 책 안 읽는데 그걸 언제 다 읽으셨어요?”

그러고 보니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읽었던 것들입니다.

그때 읽은 것들을 평생 써먹고 있는 거지요.

그때 외웠던 시를 평생 읊고 있는 겁니다.

얼마나 강렬한 시기인가요, 청-소-년기!

 

‘실타래’.

나는 어떨 때 절망하고 어떻게 일어나는가 물었습니다.

서로가 가진 고군분투기를 나누고,

어느새 이야기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에 이르더니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한가로 이어졌지요.

“그런데 여러분,

우리 혹시 행복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나 오해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혹 행복해야한다는 게 강박은 아닌지.

아주 좋아야한다는 그 극점이 꼭 행복이냔 말이지요.

 

그리고 ‘몸놀이’.

두 패로 나누어 촌극을 했지요.

주제는 앞 시간의 마지막을 달고 와 ‘행복’.

그런데 하나는 행복한 순간들을 늘여놔 진지했고,

다른 하나는 정치패러디로 풀어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 다양함이 좋았지요, 참 좋았지요.

 

밤참.

인영이와 세훈이네가 마련해준 재료였습니다.

무쳐내자 아주 행복해하는 아이들.

그리고 밤마실.

시간은 3시에 다 이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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