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상주하는 식구들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 무겸 무량 형찬,

그리 태우샘, 아리샘까지

오랜만에 제법 가마솥방이 낯선 이들 없이 수선하되 오붓한 아침.

아이들도 손을 보태며 차근차근 계자 준비들을 합니다.

 

계자 미리모임은 저녁 7시이나

대부분의 샘들은 점심 차로 들어와 움직이기 시작.

“바로 청소부터 할 줄 몰랐는데...”

지난 2월 빈들모임에 다녀갔다가 처음 새끼일꾼으로 온 인건형님.

“청소를 이리 오래 한 것도 처음이고...”

화목샘이었던가요.

청소며 자잘한 일들 얼마나 많은 이곳,

더구나 계자를 앞두고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아리샘이 부엌살림을 오늘 하루 맡는 동안

장을 나가기 위해 냉장고도 정리하고 갖출 목록을 써내려갑니다.

밥바라지가 따로 있는 계자가 아니어

전체 진행을 하며 부엌도 살피기로 하였지요,

샘들이 붙기로 하고.

어쩌면 부엌과 전체가 동시적이어

힘은 조금 더 들겠지만 흐름은 더 원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한번 앉아보지도 못하고 아리샘은 점심과 저녁 밥상을 준비합니다,

공간마다 정리법을 알려주며 청소하는 이들 진두지휘까지 하며.

 

집안에 우환이 있어 의논하느라 기락샘 부랴부랴 내려왔다가

저녁에는 어르신 기제사가 있어 무리하게 또 올라갔네요.

장을 보러 가며 같이 나갑니다.

틈틈이 안살림이 조금 바지런했던 이번 여름이어

장을 보는 일도 시간을 조금 당길 수 있었습니다.

다 살아지는 거라니까요.

아, 아무래도 계자 규모가 작아서도 수월했을 겝니다.

돌아오며 황간의 광평농장 들러

현옥샘이 담아준 물김치를 실어왔지요.

“에고, 내 삶이 이래. 도대체가 비자주적이고 비독립적이고...”

고마움을 그리 전했지요.

시간 그렇게 벌어주셨습니다,

며칠 전 정신을 다 놓을 일을 겪고,

계자 얼마 전까지 사람들 다녀가고 일도 많았던 참에

김치로라도 손을 보탠다셨더랬지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에 함께 하는지.

 

돌아오니 한창 저녁을 먹고들 있었지요.

땀 엄청 쏟아내며 청소를 끝낸 뒤

모두 모여 빨래방 풀을 뽑고 계곡을 다녀왔다 합니다.

“저게 누구? 야아, 기표야아!”

장에서 돌아오니 마당에서 예취기를 돌리고 있는 그이가 기표샘.

군대의 긍정성은 때로 생활의 발견이라니까요.

저 아이 초등 3년 때 이곳에서 만나 저리 장성했습니다.

아들 같은, 이 아니라 아들이고말구요.

류옥하다는 교무행정 일들을 메워주고 있었습니다.

미리모임 자료들을 엮고 계자에 쓰일 글집 준비를 하고

오는 전화들을 처리(?)하며.

 

조금 늦어진 미리모임.

둘러앉으니 교사가 열여덟.

스물이던 아이 가운데 둘이 아무래도 일정이 꼬인다며 겨울로 이월,

하여 아이도 열여덟이 되었습니다.

일제고사며 공부로 내모는 이 시대 탓인지,

민생의 어려움 때문인지,

주 5일제로 수업일수가 적어 방학이 짧아 그런 건지,

우연인지,

아니면 지난 겨울 계자의 여파인지

(밖에서 보기엔 무난했으나

내부적으로는 물꼬식 진지함과 사람 사이의 진한 감동,

그리고 흥건한 사람느낌이 조금 아쉬웠던),

그도 아니면 물꼬의 총체적 문제이건 간에

아이 대 교사비율이 정말 1:1.

늘 첫 일정부터 차는 신청이 올해는 뒤집어지고.

여름 계자를 이 수로 해보기는 처음인가 봅니다, 1994년 이래.

근데 이도 또한 그 숱한 '물꼬의 기적' 같은.

밥바라지도 없이 계자 하려는데 아이들 수가 이리 되었더란 말이지요,

경제적인 아쉬움이 적지 않을지라도.

 

물꼬 16년차인 아리샘,

“여기 앉아서 하다가 태어나고 자라는 걸 보다 이제 새끼일꾼으로 보고,

일곱 살 태우가 저리 커서 품앗이일꾼이 된 걸 보고,

기표를 3학년 때 만나고,

그들이 장성한 총각들이 되어...”

아이였던 이들이 이제 동료로 함께 일을 하고 있단 말이지요.

교원대 샘들이 여럿 왔던 지난 겨울에 이어

수환샘이 후배들을 데리고 또 왔습니다.

사람은 어째 그리 다 끼리끼리인지요,

그이만큼 참한 영훈샘, 태환샘, 화목샘.

다정샘이 석사를 밟으며 조교자리에서 한주 나온 휴가를 예서 보내려고 왔고,

희중샘은 아이들을 영동역에서 맞아 데려오는 일을 위해 어려운 시간을 내고,

고시 공부를 하던 재진샘은 뜻을 접고 사회초년병이 되어

짧은 휴가 두 차례를 여기서 보내기로 했고,

그리고 물꼬의 영광의 이름 새끼일꾼들, 희선, 인건, 수현, 윤지, 세훈, 그리고 류옥하다.

12학년들 수현과 윤지는 여기서 만나 우정을 저리 깊게 쌓아갑니다.

“계자를 시작하기 전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군요...”

일곱 살 때 와서 드디어 8학년 새끼일꾼으로 입성한 세훈.

열 살에 처음 물꼬에 와서 고2가 된 새끼일꾼 4년차 수현.

“사람이 산다는 게 무엇인가 새로이 묻고,

삶에 대한 훈련을 하는 자리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자리로,

우리부터 좋은 공부가 되는 계자로 만들지요.”

 

미리모임의 분위기는 계자의 창이 되고는 합니다.

지난 겨울에 대한 반성,

특히 전화기에 집중하는 세상 분위기와 다르지 않았던,

그래서 물꼬 특유의 새로운 문화 만들기가 부재했던 겨울과 달리

이번엔 그 이전처럼 전화기를 아예 다 밀고

사람과 사람에 집중하기로 단도리를 합니다.

청소에서부터 알아봤지만,

진지하고 유쾌하며 선하고 순한, 그리고 성실한 구성원들.

아, 기대가 큰, 설레임 역시 그리 큰 152 계자.

 

11시 다 되어서야 미리모임을 끝내고

샘들은 아이들 맞이 마지막 준비를 위해

구석구석 필요한 일들을 점검,

그제야 재봉틀 앞에 앉습니다;

낡거나 습으로 곰팡이 슨 베갯잇들 빼고

넘치는 수건으로 베갯잇 만들기.

 

일을 마친 샘들, 한밤중 산책을 다녀오고.

아, 내일 아이들이 옵니다.

또 어떤 정토와 천국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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