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식 대배 백배로 샘들이 먼저 하는 해건지기.

지난 밤 2시도 넘어 잔 샘들, 6시 30분에 고래방에 모였습니다.

비 오듯 내리는 땀, 그리고 아이들을 맞을 준비.

아이들을 만나는 순간 순간이 그리 결연해야 하리라...

고래방으로 온 아이들도 해건지기,

몸을 위한 첫째마당, 마음을 위한 둘째마당,

그리고 땅과 하늘과 숲의 기운을 받으러 떠난 셋째마당.

어제는 뒷마을 댓마를 한 바퀴,

오늘은 마을 앞길을 빙 둘러 쉼터를 지나 학교 뒤쪽으로 산책을 할 동안

부엌에선 손 빠르게 아침밥상을 차립니다.

‘어제와 같은 아침을 보내고 열린교실을 하는 동안 부엌 준비를 도왔다. 파를 다듬고 씻는데 파를 너무 많이 낭비한 것 같아 옥쌤께 죄송하다. 그래도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화목샘의 하루정리글에서)

 

성빈의 밥상머리 공연이 있었습니다.

피리를 준비해온 그이지요.

지난해 가을, 저녁이 내리는 사직공원의 빈들모임에서 처음 연주를 했던 그입니다.

모든 걸 멈추고 집중하는 시선 속에 공연, 땀 뻘뻘 흘리며 무대를 내려오는 성빈.

보기도 좋고, 연주도 잘하고, 관객들의 수준도 대단했던 공연.

실내연주가 흐르는 고급 레스토랑에 앉은 것 같은.

 

“체리 언제 먹어요?”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수가 많지 않으니 가능한 후식이지요.

사실은 물꼬에서 준비한 건 아니고 희중샘이 한 상자를 사왔습니다,

우리 모두 넉넉히 먹을 만치, 수박과 함께,

계자 장을 보며 빠뜨린 것도 챙겨오고.

잠시 몸 한번을 못 뺄 처지의 요새 그의 일인데

그는 이 여름도 아이들을 영동역에서 맞아오는 역할과 전체 준비를 위해

긴 시간 운전을 해 와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글집을 엮고

그리고 아이들을 실어와 부려주고 갔습니다.

아, 이런 마음이 물꼬를 밀고 갑니다.

기표샘도 와인과 샘들의 하루재기를 위해 장을 좀 봐왔지요.

이젠 컸다고, 물꼬를 오면 꼭 그렇게 살림을 보태는 선생들.

그 체리를 아침 때건지기 후식으로 먹었던 거지요.

가슴이 찡해오는 아침.

 

손풀기 전 교무실에서 잠시 여섯의 새끼일꾼들 모임이 있었습니다.

왜 우리는 물꼬에 오는가,

물꼬는 왜 이어져야 하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이을까,

그래서 선배들이 잘 전수해야지, 후배는 잘 따라야지, 그런 이야기들.

물꼬의 진지한 새끼일꾼들을 보면 정말 사는 일이 힘이 납니다.

삶에 대해 일상에서 알지 못했던 것들을 여기서 배운다,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우리가 행복한 존재이고 살아있어야 하는 걸 확인한다,

정말 많은 걸 배운다,

의미 있는 곳이라 손을 보탠다,

물꼬가 있어서 행복하다,

아이들의 변화를 봐라, 여기가 얼마나 좋은 곳인가,

멈춰서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물꼬가 있어야 하고 그래서 물꼬를 지켜야 하고

그래서 물꼬에 온다는 아이들.

자, 그럼 그 물꼬에서 우리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를 다시 고민하는 시간.

우리는 물꼬가 면면히 흐르도록,

새끼일꾼 아람이가 윤지와 수현이를 키웠고,

윤지와 수현이가 인영을 키웠으며,

이제 인영이 세대가 그 아래 세대에게 전수시켜야 한다고 결의하고

교무실을 나가는 새끼일꾼들.

저들이 물꼬 계자의 진정한 주축들입니다,

물꼬 교육의 세례를 받고 그것을 몸으로 다시 전하는.

 

10:03. 긴급재난문자정보. 폭염경보 발령 중!

야회활동 자제와 주변의노약자를 보살피자는.

아이들에게 소식 전하니

여기선 선풍기 없이 에어컨도 없이도 시원하기까지 하다고.

도시에서는, 오기 전 선풍기 에어컨 틀어도 너무 더웠다는 윤호.

“저는 오늘 아침에 추웠어요.”

무겸입니다.

고마운 산마을.

 

이렇게 날이 찌는데도

아이들 뒷간 재래식 화장실이 냄새 덜합니다.

물론 어느 때보다 아이들 수가 적어서인 듯도 하지만

몇 해의 경험으로 소사아저씨가 나름 방법을 찾은 거지요.

제법 성공한 듯 보입니다.

남자샘들은 아이들 일정이 끝나고 다시 어른들 일정까지 마친 뒤

야밤 똥통을 비우지요, 새끼일꾼들도.

그것을 거름으로 발효시켜 밭에 넣지요.

이 시대 어디에서 우리가 이런 경험을 할 것인지요.

아이도 어른도 모두 성장하고 있는 이곳.

 

‘손풀기’.

그림이 벌써 나아졌다는 영준입니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조금 더 어려운 주제로 그림을 그려서 그런지 “못 그리겠어요. 어려워요.”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만 금방 또 열심히 그려서 서로서로 보여주는 아이들 모습이 정말 좋았다.’(새끼일꾼 희선)

손풀기에서 나온 그림은

마치 미술치료처럼 아이들을 이해하는 한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영준이 그림이 너무 작아 혹여 그 아이 마음이 그러할까 싶어

자꾸 용기를 북돋워줍니다.

무량이는 그림이 넘쳐 스케치북을 나오고,

윤호는 오래 들여다보고 옮기기가 어렵습니다.

건호는 다른 그림그리기에 마음이 더 가고,

잘 안된다고 짜증을 한참 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누는 이야기들.

좋은 명상과 치유(?)의 시간.

 

‘열린교실 2’.

‘한땀두땀’에서 도영이는

어제의 돌고래를 완성했지만 흡족하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꼬리가...”

솜을 잘 넣지 못해 꼬리가 휘적거린다는 도영이를 아이들이 위로합니다.

“아니야, 오히려 지느러미 같애.”

재인이는 아주 작은, 하트가 그려진 예쁜 쿠션을 만들었습니다.

“장식품 하면 되겠다.”

“차에 걸어두어야 되겠다.”

“방문에도.”

 

‘단추랑’.

은빈 가영 윤호 건호가 들어갔습니다.

패물 하나씩 장만했지요.

색깔별로 배색만 잘해도 그냥 목걸이이이고 팔찌입니다.

다하지 못했다는 은빈과 가영에게 모두,

“아니야. 밑에만 있으니까 더 예쁘다.”

건호,

“저는요, 세 번이나 끈이 떨어져서 내가 울기까지 했어요.”

여기 오면 다 효자가 되는 아이들.

엄마를 위한 선물을 장만했던 거지요.

아린이는 곰돌이 종 악기를 만들었네요.

그런데 어린 아린이 언니를 따라다닐 것만 같은데,

이제 홀로 자기 활동을 챙기고 있답니다.

 

‘병뚜껑이랑’; 영준 윤호 건호 성호 희훈.

“전문가용 요요인데요...”

형찬입니다.

어선도 만든 그는 그 어선에 엔진룸까지 갖추어

우리를 감탄케 했지요.

“이건 전용 요요이구요...”

영준이네요.

군함도 만들고...

 

성호 희훈 성빈 태희는 ‘뚝딱뚝딱’을 했습니다.

“평화에 관련된 것 만들기.”

그런데도 전쟁에 관한 물건들.

“음... 그런데, 파괴하는 것 말고도...”

“아니에요. 사람을 구조하고 구출하고 돕는 거예요.”

“아하, 그렇구나...”

초음파 탐지기도 나오고,

구조선을 만들기도 한 성호.

뭐, 희훈이와 태희가 또 한바탕 부딪힌 일도 있다 했지만

자랑스레 펼쳐보이기에 나란히 제 작품들을 사이좋게 들고 나온 녀석들.

 

‘젓가락이랑’.

폐강에 직면했던 강좌를 부활시켜준 건 무량이와 도영이.

사내 아이들에게 무기가 젤 생각하기 쉬운 물건들이 되고는 하는데,

샘이랑 평화에 기여하는 것들을 만들기로 했다지요.

인명구조를 위한 헬리콥터의 일부를 들고 나오기도 했고.

‘열린교실이 끝난 뒤 또 다른 감동이었던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뒷정리를 해주고 내 글집을 챙겨주며 ’우리 마무리해요.’ 해준 것, 참 감동이고 또 고마웠던 것 같다.’(새끼일꾼 세훈)

 

‘다 좋다’.

이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팠다나요.

농구를 해서 빨래도 몰아서 걷어와 개기도 하고,

부엌 청소에 마늘까지 깠습니다.

'큰희정이를 살짝 예비새끼일꾼처럼 일을 시키기도 하는데 꽤 잘 따라 오는 것 같다. 그리고 욕하지 말라고 딱히 말하지 않았는데(예전에 그 아이 그럴 때 있었다) 자기가 제일 큰 학년이라 느끼는 것이 있는지 잘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 작은 희정이도 항상 의욕이 넘쳐서 뭐든지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뻤다.‘(새끼일꾼 윤지)

 

점심 때건지기.

아이들이 적으니 밑반찬도 적고

그러니 부엌에서 준비해야하는 반찬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고구마줄기며 오이며 호박이며 고추며 대파며

밭에서 나온 것들 넉넉하여,

또 거둔 감자며도 넘쳐 밥상 풍성합니다.

무엇보다 무엇이나 듬뿍듬뿍 잘 먹는 아이들.

“못 먹고 살았구나...”

놀리기도 하지요.

샘들이 짬 내가며 밥바라지 도움꾼으로 드나들어

밥바라지가 있을 때보다 밥상이 외려 아주 푸지기까지 하다지요.

오늘 한낮은

설거지를 시원시원하게 바깥의 장독 옆에서 대야 죽 늘여놓고 하고팠는데,

햇살 너무 강하여 말았답니다.

 

성현, 엄마가 보고 싶다 울었습니다.

“컴퓨터 게임이 하고 싶은 건 아니고?”

이제 농담도 주고받으며 헤헤거리기도 하고

성현이 많이 편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아이들 속보다 바깥에 더 많이 있지만.

1년 아린이도 교무실을 찾아왔습니다.

엄마랑 통화하고 싶다고.

보고 싶은, 사랑하는 엄마가 왜 여길 보내셨을까 물어봅니다.

저도 다 알지요, 혼자 지내보라고 그러셨답니다.

“그래, 우리 그래보자.”

그러더니 웃고는 나갑니다.

그리고 곧 엄마를 위한 시와 글을 써서 보여주데요.

때로 어른보다 아이들이 더 잘 참아낸다 싶습니다.

 

‘구들더께’.

샘들도 좀 쉬어가고,

그 사이 깨어 있던 영훈샘과 태우샘이 아이들을 지켜보고.

아이들은 어느 누구도 구들에 등을 붙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줄 알았지만, 저 놀라운 에너지, 에너지.

그런데, 입에 올려지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거친 경우나 목소리가 큰 경우,

사건의 중심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별로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아이들은,

가령 가영이나 은빈, 재인, 이들은 정말 알짜배기로 놉니다.

부딪힐 일도 없이 일정 열심히 따르며

뒤에 남은 알곡들로 가마니를 잘 채우는 이들 같은.

그렇다고 꼭 수동적인 것도 아닌.

혹 움직임이 크지 않은 아이들도

순간 순간을 얼마나 열심히 파닥거리는지요.

 

형찬의 어머니가 부려주고 간 쌀과자와 수박을 참으로 냅니다.

가마솥방에 모두 모였는데,

도영이가 희훈이와 싸워 울며 들어옵니다.

도영이가 이틀 밤을 잠들자마자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

같은 방을 쓰던 사내아이들이 다 깼더란 말이지요.

그래서 건호며 무겸이며 영준이가 도영의 흉내를 같이 내고

희훈이 역시도 못 잤다며 도영에게 뭐라 했던 겝니다.

더구나 희훈인

자기만 그런 것도 아닌데 왜 저만 뭐라 그러느냐 화를 내고 있었지요.

우리는 모든 걸 멈추고 같이

한 사람 한 사람이 제 처지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질기게 들었습니다.

건호와 무겸이와 영준이는 말하는 가운데 도영이의 속상함을 미안해하며 난감해하며

미처 몰랐던 그 마음을 가지고 사과하고.

그래, 그리 마음에 대해 우리는 살펴가고 있습니다.

‘간식 시간에 도영이와 희훈이가 크게 다퉜다. 솔직히 희훈이 등작을 한 대 쳐주고 싶었다.(내 성질이 고약하다 좀.) 옥쌤의 방법을 보며 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그리고 애써 그 상황을 외면하려는 희선(* 도영의 누나)의 모습을 보며 짠하고, 현진(* 동생)이와 같이 와 속을 끓이던 초등학생 나의 모습이 생각나며 기분이 묘했다.’(새끼일꾼 수현)

수현이는 일꾼 하루재기에서 다시 이 일을 되내었습니다.

“미운 마음이 올라왔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이해하면서 아무도 마음이 다치지 않고 이끌어갈 수 있는지,

샘이 마음 쓰시는 게 대단하다 싶었어요.”

샘들로부터 새끼일꾼들이 그것을 익히고

그리고 그들이 또 어느 날 샘이 되고 그들의 새끼일꾼들을 그리 가르치게 될 것입니다.

태환샘도 이 시간이 교사가 되려는 자신에게 가르친 게 컸다 했습니다.

“화 없이도 아이들을 이해시킬 수 있구나...”

 

이 시간은 우리들에게 ‘환기’의 시간이었습니다.

별 생각이 없다가 아, 이런 게 문제일 수 있구나.

누군가가 상처받을 수 있구나,

그렇게 헤아리고 미안해하고,

무겸 건호 영준은 도영에게 자연스레 난감한 얼굴로 사과를 하기 이르렀더랬지요.

도영이도 잘 받고.

그리고 희훈이 역시 제 처지에서의 상황을 이해받으며

나아가 도영이에게 사과합니다.

모두가 머리 맞대고 같이 싸움이 일어났던 과정의 마음에 참여하고,

임시한데모임이었던 거지요.

옳지 못한 행동에 대한 야단과 어른이 내린 결론이 아니라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말로 옮기는 가운데,

그리고 듣는 가운데

저들끼리 그런 결론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영훈샘,

“(좋은 교사가 되려고 잘)배우려고 합니다.

이런 교육활동을 통해서 그런 것들을 찾구요.

오늘도 이 과정에 참여하며

(일반적인 제도)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계획대로 가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 자기 일하면서 이런 교육적 가르침이 중요하단 걸 느꼈어요.”

교사 하루재기에서 그랬지요.

‘학교는 정해진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보다 순간순간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가르침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는 작은 사회고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진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영훈샘의 하루정리글에서)

“싸울 때마다 각자가 생각이 있고, 오히려 해결보다 자기 감정에 더 심화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서 되려 싸운 아이들의 화를 돋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교사가 되려는 그의 고민들을 토로하기도 한 수환샘.

그래서 여기, 아이들의 학교이고 또한 어른들의 학교인 게지요.

 

‘아이들이라 싸울 순 있지만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싸움은 아직 이른 것 같다. 우리 세대들이나 기성 세대들의 잘못도 있겠지만 아이들 스스로 자제가 되게 각 가정에서 힘써주시면 좋겠다.’(새끼일꾼 인건)

어찌 우리 아이들을 탓하겠는지요.

우리가 사는 그대로 보고 배운 아이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날을 더할수록 자연과 좋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나날이 순화되어 가는지를 볼 테지요.

그리하여 무어라 해도 인간의 역사가 여전히 건재함은

바로 그 건강함에 기인하고 있음도 또한 생각하게 될 것이고.

화목샘, 교사 하루재기에서,

“좋은 자리 마련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체벌의 불가피에 대해 인정해왔는데,

시간만 투자하면 체벌 없이도 관계가 원만해질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했습니다.

여태 해왔던 생각이 뒤집어지기도 하는 우리들의 배움터라지요.

 

오늘도 계곡을 지나칠 리 없습니다.

‘계곡에서 만큼은 아이들이나 쌤들이나 별 짜증 없이 지낸다. 물미끄럼틀도 타고 물 뿌리면서 재미있게 논다. 다치는 아이들이 한두 명 있기는 하지만 선생님 몇 분이 같이 놀아주면서 아이들과 쌤 모두 즐겁게 논다.’(화목샘)

‘매번 계곡 갈 때마다 들뜨는 아이들과 별로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막상 계곡을 가면 모두 즐긴다. 서로 물장구 치고 수영하며 웃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계곡을 가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만 노는 곳으로 가는 일은 힘든 일이다. 물가로 가는 풀숲을 지나...’(태환샘)

‘문득 교원대쌤들이 너무 대단해보였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계곡을 가는 쌤들은 아무리 몸이 힘들어도 인상쓰지 않고, 짜증내지 않는다. 두 살밖에 차이 안나는 쌤들의 온화함? 혹은 성실함을 보며 참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자주 오셨음 좋겠다. 참 든든하다.’(수현)

“내 깊은 걱정이 뭐라고?”

그리 물으면 아이들이 대답합니다.

“샘들요.”

그렇습니다. 아이들 백 명은 어렵지 않는데 어른 다섯이 더 어렵더라구요.하하.

수환샘은 물속에 안경을 떨어뜨리고, 물꼬 카메라도 물구경하고,

결국 안경도, 카메라도 무사히 학교로 돌아오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사진기가 무사할 것인지...

‘희훈이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태우샘이 나에게 카메라를 넘기고, 안아 옮겼다. 그리고 내가 이동했다. 생각보다 깊었다. 내 가슴. 태우오빠 손을 잡고 옮겨가다 카메라가 물 속에 풍덩. 오마이갓. 태우샘이 얼른 메모리와 카메라를 분리, 그리고 그걸 큰 희정에게 넘김. 애들을 데리고 있는데, 희정이가 갑자기 소리를 침. 메모리가 물 속으로 빠졌다고 함. 물이 빠르게 흐르고 있어 메모리칩이 흘러갔을 거라고 예상하고 절망. 기적적으로 한참뒤에 하다가 찾아냄. 그리고 잠시 후 영훈쌤이 수환쌤 안경 찾아냄. 기적의 연속.’(수현)

복닥이며 우리 뜨거운 여름을 그보다 더 뜨겁게 지나고 있답니다.

 

해지도록 노느라고 저녁이 늦었습니다.

부엌에선 눈 빠지게 아이들을 기다리고.

‘때건지기를 했구요 설거지를 했습니다만 너무 늦어진 바람에 저와 희선이 둘이만 했는데요, 설거지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돌려보내야 했던 미안한 상황이 됐네요.’(태우샘)

 

대동놀이를 하기에 너무 늦은 밤,

그래서 한데모임 뒤 우리는 화목샘이 읽어주는 옛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성우 동아리 활동을 하는 화목샘의 책읽기는 퍽 즐거웠지요.

‘아, 계곡에서 아이들은 정말 신나게 놀았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이것저것 작은 사고들. 오늘 대동놀이가 생략될 정도였지만 기분이 좋다.’(다정샘)

 

‘“우리 다음에 꼭 또 오자.”

힘들다. 많이 힘들다. 아이들과 몸으로 놀고, 정리 설거지, 뒷간 청소까지. 그래도 아이들을 볼 때마다 활기를 얻는다. 세상에 아이들이 없으면 얼마나 끔찍할까 다시금 생각한다.

싸우고, 다투고, 또 싸우면서도 순식간에 다시 웃고, 노는 모습을 보면 순수를 느낀다. 무량이 도영이와의 다툼에서 순순히 놀림을 인정하는 모습. 아, 미소.

첫날에는 책방에서 자리를 뜨지 않던 성현이가 이젠 아이들과 웃으며 뛰어논다. 성현이는 드디어 오늘 저녁 한데모임에 참석했다.

도대체 어떤 힘이 물꼬를, 아이들을 움직이는가 차츰 의문이 든다.

옥샘~ 밥 최고!’(새끼일꾼 류옥하다)

교사 하루재기에서도 이리 말했네요.

“물꼬를 움직이는 힘에 대해 생각해요. 아이들의 변화, 샘들의 움직임,

정말 대단한 공간이에요. 샘들께 감사합니다.”

 

샘들이 밥바라지 도움꾼까지 하며 계자를 꾸리고 있습니다.

합류하기로 했던 이를 오지 말라고 하길 외려 잘했습니다.

여간한 마음과 물꼬에 대한 이해가 아니면

밥은 잘 먹었을지 몰라도 사람을 잃기가 쉬운, 힘든 과정이지요.

더러는 밥하는 사람을 헤아리느라고

아이들에게 쓸 마음과 신경을 소진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느니 우리 몸이 힘들어도 이렇게 가는 구조가 맞다 싶지요.

그래서 우리 훨씬 끈끈하고 감동 또한 그만큼 깊습니다.

‘오늘 전체적으로 부엌에 있는 시간이 길었는데, 정말 부엌일이 쉽지 않음을 느끼고 정말 잘 전수해서 앞으로 잘 굴러가게 해야겠다.’(새끼일꾼 윤지)

그러자 새끼일꾼 신입 류옥하다,

“우리들이 잘 모르니까 자꾸 (선배님들이) 잘 가르쳐주세요.”

하려는 마음은 있는데 잘 모르기도 하답니다.

그러자 세훈,

“우리들이(후배들이) 찾아서 배우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습니다.”

이리 받았습니다.

 

‘셋째날이 되면서 점점 편안해지고 시간이 빨리 가서 아쉬움이 크다. 오늘 드는 생각이 ‘물꼬에 있어도 물꼬에 오고싶음’을 느꼈다. 행복한 하루였다.’(윤지)

진하게 움직여본 자가 느끼는 행복,

뜨겁게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본 이가 갖는 느꺼움.

이런 진지함이 좀 있어주어야 물꼬의 가치가 삽니다.

그래서 그저 즐겁기만 하겠다는 새끼일꾼이,

유쾌한 분위기에 도움을 주는 즐거운 새끼일꾼이어도

일정정도의 진지함이 있지 않으면 새끼일꾼으로 선발되기 어려운 겁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로 계자 안으로 푹 걸어 들어가 있는 사흗날.

‘처음에는 청소한다 그러면 벌러덩 눕고 가지 않으려 하고, 설거지라면 질색을 하던 아이들이 이제 스스로 모여서 쌤들이 오기 전에 청소 준비를 해놓고 청소가 끝나면 설거지를 도와주려하는 아이들까지 있다. 참, 환경과 교육이라는 것이 대단한 영향을 아이들에게 미치는 것 같다. 욕을 그렇게 많이 쓰던 희훈이다 말을 조심히 하려는 노력이 보이고, 맨처음에는 모든 것을 하려조차도 안하던 성현이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함께 하려고 하는 노력이 보이기 시작해서 참 감동을 많이 받았던 하루였던 것 같다.’(새끼일꾼 세훈)

 

이제 밤이 서늘합니다.

아무리 기세등등한 볕이어도 기온이어도 그리 누그러듭니다.

말복이 남았지만 곧 입추 그리 올 것이지요.

야삼경도 한참 지난 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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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5 2007.11. 9.쇠날. 맑음 옥영경 2007-11-19 1303
5584 2007. 5.19.흙날. 빗방울 소나기처럼 지나다 옥영경 2007-06-03 1303
5583 10월 17일, 아낌없이 주는 나무 옥영경 2004-10-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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