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장 높았다는 기온,

그래요?

여긴 오히려 오늘 살만했습니다.

저녁엔 올라온다나 올라왔다는 태풍 때문인지

바람도 일렁였지요.

아, 산바람...

 

이른 아침의 교사 해건지기.

‘마지막 대배. 계자를 마무리 할 날이 머지 않았다... 지난 겨울 계자 때 대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느꼈었던 ‘(교사는) 아이들을 준비된 상태로 만나야 한다.’라는 것 하나 떠올리며 하여서 의미있었다.‘(수환샘의 하루정리글에서)

‘100배를 할 때마다 “아, 오늘은 너무 힘들다. 중간에 쉬어야지.’ 하면서 온갖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하지만 이내 오기가 생겨 ”이것도 못하면서 뭘하겠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모두 가게된다. 100배를 마치면 성취감과 후련함, 그리고 나 자신이 좋아지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새끼일꾼 수현)

‘매일 매일이 힘들기도 한데, 해건지기 하고 손풀기 하면서 나아지고...’(태환샘)

 

해건지기 셋째 마당으로 아이들은 달골에 올랐습니다,

물꼬의 꿈이 영글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가진 자신의 꿈을 살펴보자고.

빵과 우유와 달걀과 야채 샐러드, 그리고 감자버터굴림.

 

아침 복도에서 마주친 성현, 얼굴 보자마자 헤 웃으며,

“이제 안 울어요. 두 밤 남았으니까.”

합니다.

날마다 서서히 아이들 사이로 조금씩 가까이 다가오는 그 아이.

우리 모두가 그 아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가까이 가까이, 그리고 서서히 서서히 자연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밀리자 ‘손풀기’를 하네마네 하다

언제나 마무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곳이니 하기로 결정.

그림 뿐 아니라

아이들 하나 하나 그들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있었지요.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아이들이 말을 잘 듣는다.’(기표샘)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아이들 사이에서 같이 했다. 그냥 좋았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고 이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좋았다.’(새끼일꾼 윤지)

“선생님, 종이가 넘어가는데요...”

하하, 그림을 너무 크게 그린 무량이의 넘치는 의자,

가영이와 은빈이의, 소담스러운 아이들 그대로 작은 그림들,

그런데 그게 혹 지나친 소심은 아닐까 싶어 더 격려하고...

“그래요, 하면 늘지요.

그림, 꼭 잘 그리는 사람이 되지 않아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하나 아닐지요.”

 

‘보글보글’.

스무살 넘어도 직접 밥상 한번 차려보지 못한 이들이 숱한 이 시대,

태환샘은 오늘 보글보글이 가장 인상 깊었다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만든다는 것부터 설렜고 피자를 처음으로 내 손으로 만든다는 것도 설렜다.’

내내 일정으로부터 비껴있던 성현이의 참여가

우리 모두를 기쁘게 했습니다.

‘성현이가 항상 참여안할 줄 알았던 나는 성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태환샘)

 

부침개: 도영 성빈 은빈 큰희정.

수환샘은 여자 아이들 하나 하나랑도 퍽 친해져있습니다.

오늘은 은빈이랑 많이 친해졌다고.

피멍이 들었는데도 호탕하게 웃는 은빈이 다른 이들도 즐겁게 했지요.

저녁엔 밥을 그릇 치우고 또 먹었습니다,

구운 김이 정말 맛있다고.

새끼일꾼 윤지는 언제나 보글보글이 힘들었는데,

이번엔 달랐다고.

잘 따르고 서로 위하고 도와주고.

‘형찬이는 6학년이라고 궂은 심부름 다 도맡아 말없이 하고

큰희정은 부침개 잘한다며 시범도 보여주고,

서투르지만 의욕 넘치는 도영이는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다 만져보고 썰어보고 만족하며 얼굴에 웃음 가득이었다.’(윤지)

은빈이가 잠시 속이 좋지 않다며 누워있었지만

어느새 맛있는 소리 냄새에 벌떡 일어나 돕고 있기도.

그 수월한 느낌은 이 자연 안에서 순순해지는 덕도 있고,

(그런데, 언제는 이 자연이 없었던가요)

유달리 순순한 이번 계자의 샘들이 만든 분위기이기도 할 겝니다.

 

수제비: 작은희정 가영 태희 아린.

마의 수제비라나요.

여기서 수제비 맛있다는 말 여간해서 듣기 힘듭니다.

어른들이야 국물이 시원하다지만,

그건 때로

별로 맛있지 않은 음식에 대한 그럴 듯한 예의이기 일쑤였더랬지요, 하하.

무열샘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새끼일꾼 수현이었습니다.

아, 무열샘도 지난 여름 제대를 하고 젤 먼저 여기 손 보태러 왔더랬습니다.

초등 3년 때부터 왔던 그 아이,

기표샘 세대이지요.

그때 집에서부터 수제비 육수를 챙겨왔던 것은

보글보글의 전설이 되고 있지요.

‘옥쌤, 앞으로 저는 수제비만 할께요.

언젠간 한번 꼭 성공시키고 싶어요, 맛있게’(수현)

작은 희정이는 같이 온 동생 태희의 친구인

성현이 꼭 챙깁니다.

“샘, 성현이 밥 먹었어요?”

“성현이는 참여했어요?”

“성현이는요?”

우리 희정이 말투가 턱턱턱턱 해도 얼마나 마음 따듯한 아이인지.

그 마음이 이왕이면 잘 드러나도록 말법에 대해 자주 이야기.

 

핏자: 성현, 희훈, 성빈, 성호.

‘보글보글, 연극놀이, 우리가락을 한 날이었다. 그리고 정말 더운날이었다. 오전부터 땀을 뻘뻘 흘렸지만 기분이 좋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요리를 해보았다는 점, 그리고 성현이가 함께 했다는 점... 음식준비를 하면서 매우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던 그였다. 생각하면 음식이란 게, 먹는것이라는 게 그로하여 처음으로 글집을 쓰고, 소감을 이야기하고, 친구들과 한자리에 앉고, 선생님이 시키는 심부름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 사람에게 음식이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것... 반항쟁이 수킬맨 희훈이와 뭐든 안하겠다는 수빈이도 함께 했다. 성훈이는 안온 친구, 다른 친구 글집까지 챙기며 선생님들이 시키는 일을 너무도 어른스럽게 해내주었다. 아이들이 참 대견하고 예쁘다.’(다정샘)

핏자는 만드는 아이들도 열광,

먹은 아이들도 감탄.

 

스파게티: 윤호 건호 무량 무겸 영준 재인.

“아이들 밥 멕이는 옥샘을 이해하겠더라구요.”

새끼일꾼 인건과 세훈이 진행한 방.

그런데, 양이 적어서 싸우기도 했다 합니다.

헌데, 없어서 어디 못 먹는가요.

혹 모자라면 잘 나눠 먹는 것도 좋은 공부일 것.

언제나 남아서 문제가 더 많았습니다.

있는 것에서 나눠먹고

나머지 먹을거리는 가마솥방에서 준비한 밥과 국, 그리고 반찬으로 먹기,

그랬던 거지요.

안내를 잘하지 못한 중앙 탓.

늘 당연히 알겠거니 하고.

언제나 마치 처음처럼 할 것.

나눔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나누는 것.

흔히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어딜 돕겠다고들 합니다.

그런 거 별 신뢰 않습니다.

나눔은 지금 내가 가진 것에서 바로 지금 나누는 것.

돈 많아서 나누는 거야 무에 그리 어려울지요.

하기야 돈 많아도 돈 아깝기 매한가지겠지만.

 

보글보글에는 설거지가 많습니다.

태우샘과 새끼일꾼 희선이가 맡아 하고 있습니다.

샘들은 끊임없이 우리가 좀 할게, 할게.

그런 마음들이 계자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마음 따뜻하게 하고 있습니다.

 

연극놀이.

두 모둠이 장면을 나누어하기 보다

각 모둠이 같은 이야기로 완성된 것을 보여주기로.

보글보글에서 함께 읽은 그림동화가 그대로 소재가 되었네요.

그런데, 6년 형찬이가 화가 좀 났습니다.

해설자 역할을 맡았지만 아이들이 간섭하여

화를 내며 운동장으로 나가버렸지요.

수환샘이 좇아나가 다름과 이해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네요,

샘이 아닌 형으로.

‘우리는 선생님이란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얻을 교훈을 괜히 아는 척, 다그치는 것 같은 약간 회의적인 생각도 해보았다.’(수환샘)

고민하는 멋진 선생들입니다.

좋은 교사 될 겝니다, 이미도 좋은 교사이지만 아직 학생.

‘책 한권을 연극으로 완성시켰다는 것이 뿌듯’(희선)했고,

‘연극놀이는 예전처럼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30분 만에 그래도 뭔가를 완성시키는 아이들을 보며 기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계자는 기적의 연속이다. 참 보기 좋다.’(수현)

보기 좋았던 연극놀이였지요.

 

영훈샘, 자신이 더 즐거운 하루였다 했습니다.

‘연극놀이도 말도 안됐지만 즐거웠고...’(영훈샘)

‘우리가락’도 그랬답니다.

풍물샘께 계자에 걸음 한번 해 달라 부탁했고,

기꺼이 그리 짬내주셨지요.

쏟을 힘을 그리 좀 덜고 가는 지점.

‘우리 가락. 내가 참으로 좋아하는 시간! 외부에서 선생님이 오셔서 가르쳐주셨는데 그 시간도 좋았지만 옥샘 지도하에 이끌어간 우리가락이 더 즐거웠던 것 같다. ’(윤지)

“저는 원래 체벌에 찬성하는데요, 여기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어요.”(어제 화목샘의 말)

‘물꼬는 어째서 유지되는가, 무엇이 물꼬를 움직이나.

장구 선생님이 오셔서 우리가락 수업을 하셨다. 참 옥샘 수업과 극명하게 비교됐다. 외우고, 반복하고, 훈계하고, 점수를 매겨 경쟁하고... 수업을 끝내니 ‘학교 수업을 듣고 난 후의 피로(?)’가 몰려왔다. 지루하고 피곤했다.

옥샘은 원리를 가르치시고, 내용은 분위기로 따라오게 하신다. 양이 많아 애들이 조금 배우고도 즐겁게 치고, 많이 잘한 것처럼 느낀다.

다시, 물꼬는 어떻게 이 문제들을 보완하고 ‘자유’를 누리나.

경쟁시키지 않고 모두를 가족처럼 대하고, 훈육이 아니라 설득한다. 제도나 딱딱함 없이도 체계, 권위, 질서를 유진한다. ‘체벌이 아닌 사랑’.

* 오늘 성호가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웃었다. 역시 물꼬.‘(새끼일꾼 류옥하다)

 

땀에 흠뻑 젖어 두들기던 악기들을 내려놓고

그냥 가기 섭섭하여 계곡행.

학교에 남고 싶으면 또 그리하고.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서 뜨겁게 축구.

“저것들이 아주 풀코스라 뛰두만.”

FC 물꼬: 태환 인건 도영 성빈 희훈 무겸

FC 자유: 화목, 영훈, 영준, 태희, 윤호, 성호

‘넘어지고 다쳐도 울지도 않고 다른 친구를 넘어뜨려도 바로 사과하고 다시 즐겁게 축구 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뿌듯했다’는 화목샘.

어디 그만 뿌듯했을까요.

스포츠가 주는 덕.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저녁 때건지기와 한데모임

 

'점점 아이들에 대한 편견이 생기는 것 같아서 힘들다. 싸움이 벌어졌을 때나 쌤들에게 하는 행동을 봤을 때 자꾸 속으로 주관적으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겠다.’(화목샘)

 

‘모든 일들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하는 모든 행동들은 청소와 같은 것 같다. 맨 처음에 내가 청소할 곳을 정하고 다시 하지 않기 위해 확실히 깨끗이 청소하고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청소화도 같이, 모든 일들은 항상 일을 시작하고, 후회 없이 일하고, 다시 내가 한 일을 돌아보게 된다. 물꼬라는 곳은 나에게 돌아봄이라는 시간을 갖게 하는 곳인 것 같다. 내가 평소에는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 그렇게 생각해왔던 일들을 내가 스스로 하게 되고, 물꼬를 오기 전 반년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니깐 말이다.’(새끼일꾼 세훈)

 

‘벌써 물날... 계자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4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물꼬에 있는 동안은 딱히 시간을 보지 않아도 날짜를 세지 않아도 별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다. 과연 이런 생활들이 어디에서 가능할까. 정말 순간순간을 즐기며 사는 순간. 물꼬에서의 시간은 순식간이다.’(윤지)

 

“저는 원래 체벌에 찬성하는데요, 여기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제 화목샘의 말)

물꼬는 어째서 유지되는가. 무엇이 물꼬를 움직이나.

장구 선생님이 오셔서 우리가락 수업을 하셨다. 참 옥샘 수업과 극명하게 비교됐다. 외우고, 반복하고, 훈계하고, 점수를 매겨 경쟁하고... 수업을 끝내니 ‘학교 수업을 듣고 난 후의 피로(?)’가 몰려왔다. 지루하고 피곤했다.

옥샘은 원리를 가르치시고, 내용은 분위기로 따라오게 하신다. 양이 많아 애들이 조금 배우고도 즐겁게 치고, 많이 잘한 것처럼 느낀다.

다시, 물꼬는 어떻게 이 문제들을 보완하고 ‘자유’를 누리나.

경쟁시키지 않고 모두를 가족처럼 대하고, 훈육이 아니라 설득한다. 제도나 딱딱함 없이도 체계, 권위, 질서를 유진한다. ‘체벌이 아닌 사랑’.

* 오늘 성호가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웃었다. 역시 물꼬.’(새끼일꾼 류옥하다)

  

야참까지 하루 네 끼 밥상,

규모가 작다고는 하나 전체를 진행하며 밥바라지를 하는데,

샘들이 보태는 손발 아니라면 어떻게 가능하겠는지요.

어르신들이 내 손으로 밥해 먹는 일이 젤 편하다던가요.

퍽 기분 좋은 계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간의 계자 가운데 단연 으뜸!

순순한 사람들이 순순함을 물결처럼 번져내고 있는 시간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482 2006.11. 9.나무날. 비 옥영경 2006-11-10 1284
5481 지금, 당장, 평화롭기, 정작 나도 자주 잊어버리지만! (2005.10) 옥영경 2005-12-28 1284
5480 12월 22일 물날 흐림 옥영경 2005-01-02 1284
5479 2012. 4.11.물날. 비 옥영경 2012-04-17 1283
5478 2007. 5. 9.물날. 먹구름 좀, 그리고 비 옥영경 2007-05-21 1283
5477 2006.4.15.흙날. 흐림 옥영경 2006-04-18 1283
5476 2005.12.15.나무날.눈 쌓인 맑은 아침 / 생겨 먹길 그리 생겨 먹었다? 옥영경 2005-12-17 1283
5475 5월 18일 물날 비 꼼지락 옥영경 2005-05-22 1283
5474 3월 12-3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5-03-17 1283
5473 127 계자 여는 날, 2008. 8.10.해날. 맑음 옥영경 2008-09-07 1282
5472 2008. 3. 9.해날. 오후 조금 흐릿해지는 하늘 옥영경 2008-03-30 1282
5471 2007. 5. 6.해날. 맑음 옥영경 2007-05-21 1282
5470 3월 6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5-03-06 1282
5469 10월 10일, 가을소풍 옥영경 2004-10-14 1282
5468 2011.12.29.나무날. 정오 개다 옥영경 2012-01-03 1281
5467 2007.11. 6.불날. 가라앉은 하늘 옥영경 2007-11-19 1281
5466 2007. 6. 2.흙날. 맑음 옥영경 2007-06-15 1281
5465 2007. 5.26.흙날. 맑음 / 찔레꽃방학 옥영경 2007-06-15 1281
5464 2007. 4. 2.달날. 옅어진 황사 옥영경 2007-04-16 1281
5463 108 계자 첫날, 2006.1.2.달날.맑음 옥영경 2006-01-03 128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