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달날, 포도 다 팔았지요

조회 수 1272 추천 수 0 2004.09.16 00:40:00

한 켠에선 거두어들이느라
한 켠에선 또 겨울날 작물들을 심느라 바쁘네요.
아이들은 형길샘이랑 호두를 따내리고
비 묻어온다고 가마솥방에 들어가서 호박 부침개를 내옵니다.
세상에,
포도 장사는 끝났답니다.
못팔까 걱정이더니 웬걸요,
없어서 못팔게 되었습니다.
상품가치가 좀 떨어지는 것들은
술도 담고 즙도 내고 효소와 식초로 쟁인답니다.
더도 말고 딱 이만큼씩만 해마다 하면 좋겠다,
한 두어주 다른 일이 통 안되더라...
그런데 이를 어쩌지요,
내년엔 우리 공동체 포도밭이 느는 걸요.
도와주실 손들 믿고 하는 일이지요...

주말을 보내며 아이들이 얼마나 방방대던지요.
저녁엔 천장 내려앉을까 걱정됩디다, 이 낡은 건물.
“얼른 운동장으로 나와라!”
“왜요, 달밤에 체조할라구요?”
분위기 더딘 우리의 정근 선수겠지요.
운동장 스무바퀴, 엎드려 뻗쳐,
뭐 몽둥이도 들어야합니다.
아니, 우리 학교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어느 학교에서 한 날 저녁 있었던 풍경 말입니다.
우리야 책방 불빛 넘어오는 곳에서 동그라미 그려 섰지요.
길지도 않습니다.
“가라앉혀보자!”
겨우 두어마디나 했을까요.
그러고는 알아듣습니다.
지난 봄학기 들머리께,
한 어른이 열닷새를 예서 머물고 돌아가는 날 저녁에
아주 걱정스럽게 한 말씀이 있지요.
“결코 만만한(수월한) 애들이 아니예요.”
여간 걱정되지 않는다는 말투에 표정이라니...
우리의 믿음을 한번도 저버린 적 없는 아이들입니다.
이건 전 인류사를 다 털어서 하는 말입니다요.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354 9월 1일, 공동체 새식구 옥영경 2004-09-14 1367
6353 9월 2일 나무날, 갯벌이랑 개펄 가다 옥영경 2004-09-14 1913
6352 9월 3일 쇠날, < 벌레, 너는 죽었다! > 옥영경 2004-09-16 1603
6351 9월 4일 흙날, 물꼬도 달았다! 옥영경 2004-09-16 1345
6350 9월 4-5일, < 포도요, 포도! > 옥영경 2004-09-16 1257
» 9월 6일 달날, 포도 다 팔았지요 옥영경 2004-09-16 1272
6348 9월 7일 불날, < 흙 > 옥영경 2004-09-16 1256
6347 9월 5-7일, 형길샘 머물다 옥영경 2004-09-16 1353
6346 9월 8일 물날, 머리 좀 썼습니다 옥영경 2004-09-16 1268
6345 9월 5-8일, 방문자 오해령님 머물다 옥영경 2004-09-16 1664
6344 9월 9일 나무날 먹구름 있으나 맑다고 할 만한 옥영경 2004-09-17 1269
6343 9월 10일 쇠날 맑음, 개와 늑대의 사이 시간에 옥영경 2004-09-17 1364
6342 9월 11-12일, 밥알모임 옥영경 2004-09-17 1308
6341 8월 29일-9월 12일, 밥알 모남순님 옥영경 2004-09-17 1271
6340 9월 12일 해날 비, 서늘해집니다 옥영경 2004-09-17 1350
6339 9월 13일 달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9-21 1310
6338 9월 13일, 잊힐래야 잊힐 수 없는 분들 옥영경 2004-09-21 1583
6337 9월 14일 불날 흐림 옥영경 2004-09-21 1273
6336 9월 15일 물날 갠 듯 하다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9-21 1422
6335 9월 16일 나무날 비오다 갬 옥영경 2004-09-21 127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