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 16일 맑음
오늘 내가 나현이 누나한테 호박엿 줬다. 행복했다."
그런 사과나무 한그루 있었지요.
소년에게 사과를 온통 다 주고, 그래서 행복했고
청년이 된 소년에게 배를 만들 가지를 다 주고, 그래서 행복했으며
중년이 된 소년에게 집 지을 몸통을 다 주고, 그래서 행복했던
그리고 이제는 노인이 되어 지쳐 돌아온 소년에게 쉴 밑둥을 내밀고는,
그래서 행복했던 사과나무.
오늘 류옥하다의 일기를 읽으며 그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그 하다가 어제
저는 팔 다쳐서 꿰맸을 때 일할 것 다 했는데
왜 형아는 안하냐 정근에게 시비 걸어서 상범샘한테 아주 혼이 났다했습니다.
내가 할게, 먼저 마음 내지는 못하고.
그랬다면 그의 일기는 또 이렇게 이어졌을 지도 모르지요.
"정근이 형아가 다쳐서 내가 형 일까지 해줬다.
그리하여 나는 행복했다."
우리 안에는 얼마나 많은 자기가 숨쉬는지요.
더 바람직한 자기를 키워내는 건 우리 삶의 큰 과제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