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달날 맑음

조회 수 1395 추천 수 0 2004.11.19 23:29:00

한 주를 또 맞습니다.
아침부터 머리도 감고
장편동화 한 부분을 듣고
연필로 그림 하나 그리고
그러는 사이 귀도 닦고 손발톱을 깎았습니다.
아, 물론 아이들이지요.
어릴 적 같이 살던 제 이모는 절 목욕 시켜준 뒤
볕드는 마루에서 무릎베개를 해서는 그렇게 귀를 닦아주었더랬습니다.
같이 산 날이 많아서도 그렇겠지만
그런 시간으로 더욱 그리워지는 이모겠습니다.
그때 우리 이모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어머니를 대신했던 그 마음을 짐작해봅니다.
생각은 꼬리를 물어 어머니 생각도 합니다.
어린 날 어머니를 오래 떠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미 숨결이 천리라고 아니 가고 만리라고 아니 가던가요?
울어머니 숨자락이 그러했듯
우리 새끼들 부모들 그늘도 예 그리 닿을 테지요.

아이들이 공동체식구 동생들,
세 살 성빈이와 다섯 살 성준이를 어찌나 잘 돌보는지...
"성빈아, 있다가 저녁먹고 책 읽어줄까?"
저는 남한테 책 읽어달라면서 성빈에게 책 읽어주겠다 뎀비는 류옥하다,
성준이에게 책 읽어주는 나현,
성빈이 손을 놓지 않는 채은,...
동생들을 돌보며 그들 삶이 얼마나 너그러워지고 깊어질지요.
장애아와 같이 공부하면서 그들 삶의 지평이 얼마나 넓어질지는 헤아리지 못하고
(아이구, 그런 목적으로만 장애아통합교육을 한다 하면 용서못할 일이지요)
내 새끼들 위해서 장애아학교가 들어오는 걸 반대했던,
그리고 결국 들어서지 못하게 막았던 그 동네의 무식한 주민, 부모들이 있었지요.
어쩌자고 우리 삶이 이러한가,
그 때 주먹 불끈 쥐었던 기억 선명합니다.
그것이 절절하게 장애아 문제를 깊이 생각한 계기가 되었던 듯합니다.
물꼬가 서울에서 방과후공부도 하고 있을 때
연극터 아이들이 그런 문화(?)와 가치에 대한 저항을
무대에 올린 적도 있었더라지요.

오늘 아이들은 흙으로 꽃밭을 만들었습니다.
중심생각만 주고 물러나 앉습니다.
머리 맞대고 앉더니
울타리를 먼저 하면 걸리니까
안에서부터 해나가자는 계획부터 세웁니다.
구역을 나누고 게다 나무 심고 꽃도 피우고,
세 시간이 다 채워질 무렵,
다양한 모양 다 수용한 울타리가 들어서고
나무 아래 쌓인 낙엽들,...
그 정교함이라니...
맘을 맞춰 어떤 성과물들을 얻었을 때의 느꺼움을
(더구나 허구헌날 싸워대는 치들이라면 더욱?)
이들의 표정이 말해줍니다,
저 벅차하는 얼굴들 좀 보셔요.
덩달아 뜨거움이 물결져오는 제 가슴,
아, 그러나,
작업을 끝내고 일어나면서 또 한바탕 싸움이 일지도 모른다는,
저 관계가 준 벅참이 유지되리라는 기대 같은 건 추호도 해선 아니 된다,
제게 못 하나 꽝 박아줍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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