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나무날 흐림

조회 수 1261 추천 수 0 2004.11.22 18:30:00
"샘, 오늘요, 얼음 얼었어요."
이 산골 얼음 든 거야 한 이틀 되었지만,
밤사이 살짜기 다녀가더니
오늘은 아이들 눈에 겨울이 틀켜버렸습니다.
"쉽게 잘 깨지는 얼음이요..."
논바닥에 얼었더랍니다.
채은이 손에는 그 얼음이 들려있었지요.
"우리가 지난 여름에 흙놀이했던..."
물 고여 웅덩이를 이룬 곳에도 얼음이 얼었더라지요.
혜린이가 굳이 밟아 깨보기도 하였답니다.
개울 한쪽 끝에서 얼음이 반짝거리기도 했다지요.
겨울 아침, 학교로 들어오는 아이들 재잘거림입니다.

출장 다녀오니 손말을 저들끼리 한 결과보고를 합니다.
오늘은 '가족'이 중심생각이었답니다.
접속사와 조사 쓰는 것도 잘 익히고 있습디다.
"나의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제 할머니는 아직도 살아계시며 저를 사랑하십니다."
"자유학교 식구들은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또 제 가족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혜연이와 예린이가 먼저 시작합니다.
정근이도 질세라 손 번쩍 듭니다.
"나는 가정을 사랑한다. 가정도 나를 사랑한다."
"나는 누나가 없지만 형이 있다."
도형이가 그러자 채은이도 한마디 합니다.
"나는 여동생이 있다. 또 남동생도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류옥하다도 빠질 리 없지요.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합니다.
또 어머니 아버지, 그러니까 부모님을 사랑합니다."

김장 준비하러 밥알식구 안은희 김현덕 모남순님 먼저 들어오셨습니다.
주말엔 물꼬 김장을 하자 합니다.
그래서 오후에 하는 아이들 일도
김장에 쓸 마늘을 까고 또 까는 일이었지요.
둘러앉아서 판소리도 한자락 하고
아는 노래란 노래는 죄다 불러대다가
것도 시들해지면 재밌는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로 산을 넘고
다시 가위바위보를 해서 노래 개인기로 넘어갑니다.
모여 살아서 얼마나 좋은지요...

우리 아이들 참 많은 생각들을 하며 삽니다.
텔레비전이, 인터넷이, 그리고 요란한 문화들이 없으니
몸을 쓰거나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은 것도 까닭이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날적이(일기)를 들여다보는 일도
이곳에서의 큰 재미 가운데 하나지요.

11월 11일 나무날
오늘 좋았다.
내가 나쁘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나만 편하게 산다는 생각도 든다.
그 버릇을 고쳐야겠다.
(1년 혜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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