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나무날 맑음

조회 수 1664 추천 수 0 2004.12.03 10:42:00

12월 2일 나무날 맑음

자정을 넘은 시각입니다.
낮에는 밥 때를 빼고
공동체에 남은 세 식구(젊은 할아버지랑 하다랑)가 저마다 바빴습니다.
여전히 2005학년도에 여지가 있지 않나 다녀간 이를 빼면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하루였지요.
아, 아니다,
학교가 심심할까봐 정근이가 아버지랑 다녀갔습니다.
"옥샘 생일이라고 떡이라도 해가자고..."
정 많은 우리 정근이가 그랬다는데,
아이구 올해도 생일상 두 번 받게 생겼네요.
저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날이거든요.
잘 넘어지는 정근이 빨래 많다고
세제도 두통이나 실어오셨더랍니다.
뭐, 우린 주는 거 거절 못하지요.
"잘하셨어요.(잘 사오셨어요)"

방금 서울 부산 다니러간 희정샘과 상범샘이 들어왔습니다.
낙엽방학을 쇠러간 식구들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저는 밀린 일들을 좀 하느라 자판을 두들기거나
전화(통화)도 오래였습니다.
한가한 줄 아니, 있는 얘기 없는 얘기 상담이 긴 하루였지요.
짬만 되면 더도 하구말구요.
류옥하다는 빨래도 개고 제 옷장 정리도 하고,
방 가구도 옮기네 어쩌네 하더니
아궁이에 불 때는 것 돕다가
참 야무지게도 이 닦고 세수하고 발을 닦았습니다.
"이렇게 잘하는 걸..."
그러다 엊그제 받은,
하다 엄마로서의 제게 한 소리한 이메일 얘기가 나왔지요.
"그거야 그 아줌마는 이런 면을 못 봤으니까, 모르니까 그렇지."
그래요, 늘 견딜 수 없는 건 자기 자신 아닐까 몰라요,
우리가 아이들을 못 봐주는 거지요.
또한, 살아갈 날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인가요,
그 사이 자기 변화는 또 얼마나 겪을지요.
야무지게 일기를 쓰고 잠자리로 들어가는 그를 보며
참 유쾌해졌더랍니다.
아이들, 얼마나 싱그러운 존재들인지요.
아이들 없는 세상이라면 마 고마 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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