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19.물날. 비 내리다 갬

조회 수 676 추천 수 0 2014.03.11 13:17:20

 

 

우수의 아침입니다.

내리 이틀 비 왔고

오늘은 갠 아침.

목포에서 이틀 밤을 자고 돌아왔고,

물꼬는 한갓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는 걸음에 재 너머에서 뭘 찾아와야 했는데,

운전을 한 동행인이 호되게 고생하였네요.

길을 미리 챙겨봤더라면 수월할 수 있었을 것을

국도를 타고 오느라 아주 아주 긴 운전.

무사도착, 고맙습니다.

닿자마다 김천으로 넘어가 다례모임도 하고.

 

아이가 읍내 나간 길에 숯을 챙겨왔습니다.

올해는 미처 장에 넣을 숯을 못 구웠다 한 며칠 전의 말이 있어

그걸 기억했던 모양.

고새 재 너머 다녀오며 참숯을 구해왔더랬는데.

어미가 허술하니 자주 살림을 살피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 이제 제도학교로 가면

살림에 구멍이 얼마나 숭숭할지.

“아무래도 아들 일 시킬라고 학교 안 보냈나 봐.”

아이가 가끔 하던 농담처럼

참말 이 산골살림이 그 아이로 얼마나 건사됐더랬는지.

 

순전히 비 때문이라고 합시다.

지독한 무기력이 엄습합니다.

그건 바닥에 발이 붙지 않고 있을 때 옵니다.

한편 몸도 무거울 때 그렇습니다.

수행이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생활일 때도 또한 그렇습니다.

제 버릇 개주기 어렵지요.

처절한 성찰이 있어도 유지가 어렵습니다.

게으름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지요.

나 무엇 하는가,

갖가지 유혹을 떨치지 쉽지 않습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무리를 이끌 때

그들이 하는 의심의 반복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남의 일을 볼 때는 왜 저런가 싶지만

내 삶 또한 같은 꼴이고 말지요.

그런데 이 배경에는 제 때하지 않은 일들이 쌓인 부담이 있습니다.

공부가 밀리고 글쓰기가 밀립니다.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논두렁들을 생각하고 품앗이들을 생각하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874 2006.4.28.쇠날. 맑음 옥영경 2006-05-09 1206
1873 2006.11.10.쇠날. 맑음 옥영경 2006-11-16 1206
1872 2006.11.17.쇠날. 맑음 옥영경 2006-11-20 1206
1871 2010. 4. 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0-04-18 1206
1870 138 계자 사흗날, 2010. 7.27.불날. 소나기 한때 옥영경 2010-08-04 1206
1869 2011. 5.10.불날. 비 주섬주섬 옥영경 2011-05-23 1206
1868 2012. 4.14.흙날. 맑음 옥영경 2012-04-23 1206
1867 2008.12. 3.물날. 맑음 옥영경 2008-12-26 1207
1866 2008.12.14.해날. 맑음 옥영경 2008-12-26 1207
1865 2009. 3. 5.나무날. 비 / 경칩 옥영경 2009-03-17 1207
1864 2월 17일 나무날 옥영경 2005-02-26 1208
1863 2006. 9.12.불날. 흐림 옥영경 2006-09-19 1208
1862 2009. 1.30.쇠날. 비 옥영경 2009-02-06 1208
1861 2011. 8.21.해날. 갬 옥영경 2011-09-08 1208
1860 2011.12.11.해날. 흐리나 푹한, 그러다 해도 반짝 옥영경 2011-12-20 1208
1859 2012. 4.16.달날. 맑음 옥영경 2012-04-23 1208
1858 예비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13. 1.18.쇠날. 맑음 옥영경 2013-02-01 1208
1857 2008.11.30.해날. 맑음 옥영경 2008-12-21 1209
1856 143 계자 나흗날, 2011. 1.12.물날. 간밤 눈 내리고, 맑게 갠 아침 옥영경 2011-01-17 1209
1855 2011. 5.1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6-04 120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