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출입이 참말 많은 학기이지요.
자신의 일이든 주변의 일로든.
주 수업까지도 바깥에서 하고 있는 가을학기입니다.
바깥을 많이 돌면 그만큼 일상도 많이 흔들리지요.
바깥일이란 게 그 일만 보고 들어오는 시간만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그 기간 동안의 모든 시간과 일에 영향을 미치는.
예컨대 운전의 피로로 아침수행을 건너뛰거나
농사일 아니어도 제 때 건사해야할 일들에 손이 미치지 못하거나...
일상이 방향을 잃고 제 갈 길을 안개에 둔 꼴이라
그만 마음의 피로까지 달겨드는 거지요.
그나마 달날과 불날에는 꼼짝 않고 안에서 움직이니
그런대로 살림이 돌아가는.
하하, 좀([조옴]) 큰 살림이어야 말이지요.
볕에 빨래들 습을 털고 들이고,
고구마줄기를 벗기고,
그리고 MBC 독서 관련 프로그램의 촬영으로 일정 조율.
소사아저씨는 무밭에 퇴비를 주고
운동장 둘레 잡초들을 정리하시고.
오후부터 사흘 상담.
위탁교육으로 긴 날을 주지 못해
결국 사흘의 상담으로 대처하기로.
짧은 위탁교육이 되는 거지요.
문득 이 산골에서 홀로 공부하며 엄마 일을 돕던
류옥하다의 ‘난 자리’를 생각하게 되더이다.
위탁교육도 그가 보조교사 노릇을 해준 덕에
일정마다 품앗이 샘들을 불러들이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더랬지요.
위탁교육 중에도 바깥수업이며 바깥일이며에 학교를 나갈 수 있었음도
그가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지내준 덕이었던 것.
난 자리는 이런 것이군요...
9학년 아이와 부모 상담.
지독한 무기력을 앓는 아이와 어쩔 줄 모르는 엄마와...
이 나라에서, 그것도 계급적으로 최하위에서 도대체 어떤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지.
외려 무기력과 절망이 넘쳐 제게로 넘어오는 것만 같은...
자, 그래도 같이 손잡고 사흘 동안 걸어보자, 같이 길을 찾아보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