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7.흙날. 맑음

조회 수 674 추천 수 0 2015.04.04 03:39:39


다시 봄이 일어선다.

따순 바람.


한동안 작업하던 선배네 목공실에서 문을 닫고 나왔다.

이사를 한 댁에 보낼 가구 몇 개 만들었다.

2015학년도 움직임을 짜는 시간이기도 했다.

하면서 힘을 내기.

늘 나무와 기계를 쓸 수 있도록 열어주는 클럽에스프레소에 감사!


지난겨울 거친 바람에 고추장집 보일러실 양철문이 떨어졌더랬다.

살구나무 아래 긴의자를 날리고, 본관 뒤란 흙집 지붕이 통째 뒤집고,

된장집 지붕이 떨어뜨리고, 그랬던 바람이 한 일이었다.

간장집 베니어판으로 만든 부엌문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었고,

거기 그려 넣은 매화는 아름다웠으나,

된장집 뒤 보일러실 나무문도 흐느적거려왔다.

본관 중앙현관으로 쓰는 지붕도 썩어 들어가고,

평상은 그예 넘어지며 짚은 손힘에도 뻥 뚫리며 내려앉았고,

가마솥방 밥상머리무대도 완성해야는데,

아이들 뒷간 들머리문도 바람에 자꾸 열리던데,

교무실로 들어가는 전기도 차단기 떨어진지 한참,

사람도 늙어가고...

인테리어 일을 하는 경기도 설악의 벗 하나가,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안다고 어려운 살림의 그가 늘 물꼬 걱정을 한다,

꽃 피는 봄 오면 와서 손 보태겠다 했는데,

학기 시작 전 물꼬 와서 같이 이곳저곳 뭘 좀 해보리라 하더니,

닥친 회사 일에 묶여 결국 오리라던 이번 주 물꼬에 들어오지 못했다.

어제였다.

선배 하나까지 일손을 거든다고 대기하였으나.

영업을 해가며 리모델링을 하는 중이라

날밤을 새며 작업하기 달포가 넘었다더니

기어이 몸이 탈이나 일어나질 못하는 벗이었다.

그 몸으로 오겠단 걸 어찌 일어서서 가자 하겠는지.

하여 하루를 기다리고 홀로 왔다.

봄은 다시 겨울이고 있노니. 마음이 그랬더란 말이다.

일도 일이지만 벗이 어여 자리를 털 수 있으면 좋겠네.

간절한 마음이라도 이미 큰 도움이다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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