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13일, 가족 들살이

조회 수 1296 추천 수 0 2005.02.16 16:39:00

2월 11-13일, 가족 들살이

2005학년도 새 식구가 될 이들의 마지막 절차가 있습니다.
가족 들살이.
(아직 식구가 되기 전이라는 의미로 ‘식구 들살이’와 구분합니다)
이번에는 2월 밥알모임과 함께 합니다.

2월 11일 쇠날에는 새 식구 될 두 가정이 들어왔습니다.
지용이네와 하늘이네.
옥천의 지용이네는
대해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상촌면내 진입을 앞두고 있고
하늘이네는 물꼬 공동체식구로 2월 19일 이사할 예정이지요.
아이들은 저들끼리 방 하나를 차지하고선 바쁘기가 이를 데 없고,
남정네들은 나무일을 하고
여인네들은 부엌일을 하다
저녁 7시에 모두가 함께 앉았습니다.
2004학년도 밥알모임에서 있었던 일,
공동체로 산다는 것의 의미,
물꼬 2005학년도 계획들을 들려줍니다.
지나칠 수도 있는 물꼬의 이상(특히 ‘아이들 나라 만들기’같은),
그리고 물꼬가 처한 지독한 현실,
이 드러난 한계를 다 알고도 학교 식구가 될 수 있느냐
마지막 질문을 던졌지요.
이미 충분히 각오를 한 이들에게
전혀 소용도 없는 질문이었는데 말입니다.

2월 12일 흙날,
밥알식구들이 들어왔습니다.
모두 모두 다 모였습니다.
말끝마다 밥알들이 새 식구를 놀립니다.
“합격통지서는 받으셨어요?”
아직 ‘입학 확정’은 아니라는 엄포입니다.
그래도 이미 식구됐음을 너도 알고 나도 압니다.
어제의 모임에 대한 보고가 있었고,
2004학년도 평가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마음에 스며든 저 바닥의 것들까지 퍼내고
그 뿌리가 무언지까지 헤아려보았지요.
(나중에 공동체 식구들은 이 모임을 마친 뒤,
사람들이 일년 살면서
말하고 듣기, 생각 내기, 가볍게 꺼내놓기, 정말 그러한가 되짚기,
그리고 섬세하게 다른 이의 마음결보기가 얼마나 훌륭했던가 놀랐다고들 했지요)
세상에, 그렇게 공식모임이 13일 해날 아침 8시까지 이어졌더랍니다.
일 젖혀두고 잠을 자는 게 좋다고 해놓고도
밥을 하러 나무를 하러
곳곳으로 마음내고 몸 끌어 다들 나갑디다.
늦은 점심 뒤 새해 일 나눔 시간도 가졌습니다.
혜린이네 반 가정과 하늘이네 반 가정,
그리고 정근이네 반 가정이 학교로 들어오게 되면서
밥알 새 회장단도 꾸려졌네요.
김주묵(문경민)님은 잘할 때까지 회장을 하라고들 했고,
부회장은 김준호(김현덕)님이,
총무는 정미혜(한동희)님이 맡으셨습니다.
마치 2005학년도를 다 살았던 듯했더라지요.
정말 뭐라도 할 수 있겠는 이곳입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소박한 우리 아이들,
저녁에 죄다 모여 한 대동놀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라하며
어른들 모임을 잘 후원하였더랍니다.
다시,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아, 후일담 하나.
류옥하다는 영양편에 짐을 싸서 떠났고
춘천식구들을 뺀 나머지 아이들은 거창편에 몸을 실었는데
김영규 이용훈 김준호님이 남았더라지요.
같이 한바탕 놀자는 공동체 식구들 제안에
“선생님들이 하자면 해야지”
김영규님의 명언이 있었더랍니다.
그리고 잠시들 잘 놀고
드디어 아이 하나 남지 않은 학교를 뒤로 하고 모두가 떠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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