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달날 맑음, 봄을 몰고 오는 이는 누굴까요

조회 수 1429 추천 수 0 2005.03.10 23:36:00

< 3월 7일 달날 맑음, 봄을 몰고 오는 이는 누굴까요 >


2005학년도 봄학기를 시작합니다.

5년; 정근 지용 나현 혜연 도형
4년; 채은 예린 령
3년; 혜린
2년; 채규 하늘
1년; 류옥하다

함께 하는 열둘입니다.

아이들은 곶감집(조릿대집에서 이사한 아이들 집)에서 첫 밤을 보내고
7시에 일어나 저들끼리 준비해서 내려왔데요.
"어제까지 그리 춥더니..."
재홍이 학교 보내고 양계화님이 학교 일손을 도우러 들어서십니다.
제주도가 삶 터였던 은주샘은 내내 어깨 움츠리고 있더니만
봄 햇살을 쬐고 계시데요.
부엌에서 부산한 모남순님 김현덕님도 옷이 가볍습니다.
아이들이 왔고, 봄이 왔지요.
그들이 봄을 몰고 온 모양입니다,
햇살이 어찌나 도타운지...

하와이에서 기락샘과 고른 작은 선물을
봄학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해 꺼냅니다.
소박도 하지요,
하늘이는 하루 세 차례나 화장지에 물 묻혀 제 선물을 닦고 있고
령이는 주에 한 차례는 제 거북이 목욕을 시킬 거라나요.
그 자그만 선물에도 기쁨을 이토록이나 키우는 아이들 앞에서
욕심 많은 '나'를 또 보게 되는 거지요.
예린네에서 과학상식만화도 열한 권이나 왔습니다.

2005학년도 한해살이를 훑고,
포도패 사과패 딸기패 수박패로 나뉘어 일거리도 맡고,
방학숙제를 한 사람 한 사람 확인하고,
오전이 후딱입니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빨래 걷고 개고 찾아주고,
운동장 정리에,
(젊은 할아버지가 포도농사에 힘을 더 쏟기로 하면서 비어진 자리)
토끼 오리 닭 개 짐승 멕이는 것까지,
게다 곶감집 불을 때는 일(어른 도움이)까지 맡았습니다.
참 큰 일꾼이들이예요.

변함없이 점심 때를 건진 뒤엔 농사일을 하러 나섰겠지요.
부엽토를 긁어 된장집 밭에 뿌리고 연탄재도 으깨 섞었습니다.
손이 못가고 있던 간장집 뒤란 밭의 검은콩도 아이들이 털었습니다.
"세로로 누르면 콩이 튀어나와요."
그런 일 정도는 일도 아니라데요.

다섯 살 규민이는 공부하는 틈새에도 슬쩍 끼어
아이들이 작업할 동안 역시 틈이 생긴 제 앞에서 책을 읽습니다.
두 권을 들고 왔는데 못 본 척하고 한 권을 읽어주고는 제 자리로 가려는데,
"또 있는데..."
그럽디다.
제 딴엔 슬쩍 두 권을 묻혀서 듣고 싶었던 게지요.
"졸려, 졸려..."
저녁답엔 엄마가 안보이니 그래도 식구라고 교무실로 절 찾아왔습디다.
자는 규민이를 무릎에 올려놓고 컴퓨터에 앉았네요,
얼마나 이쁜지요...
그렇데요, 지난 한 해도 드나들었던 녀석인데
이제 함께 살 놈이다 싶으니
대해리로 이사를 떡 들어오던 날부터
마음이 벌써 다릅디다.

완연하다 하지요, 이럴 때.
봄날입니다, 그대 계신 곳도 다사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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