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계자 닫는 날, 2011. 1.14.쇠날. 맑음

 

 

언 공기를 가르며 이불을 텁니다.

아침 수행을 대신하지요.

가방도 다시 처음처럼 꾸립니다.

 

아침을 먹고 그렇잖아도 모임을 하려는데,

어째 너무 시끄러워(무슨 일일까요?) 모두 모아 앉았습니다.

서로 날선 부분들이 튀어나오고 있었지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 물었습니다.

정답이 어딨겠는지요.

각자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고,

그게 가치관이 될 테고,

그것에 따라 또 나날을 살아가며 우리 죽음을 맞을 테지요.

유란이 은결에게 무심결에 기댔고

화가 난 은결이가 유란이를 밀쳤고, 유란은 다시 은결을 때리고...

이런 식이었던 게지요, 이 아침의 어수선함이.

그렇게 밖에 반응할 수 없었느냐 물었습니다.

그런데 짝궁처럼 지냈던 가야가 나섭니다.

“물어볼 게 있는데요, 그럼, 유란이가 참아야 하는 거예요?

늘 그런 걸 감수해야 하는 거예요?”

나는 무엇이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가르치려는 게 아니다,

혹은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을 따르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정말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찾기를 바란다,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거다,

그런 이야기 들려주었습니다.

“그럼, 유란이도 결국 그 방식을 ‘선택’한 거네요.”

자기도 행복할 수 있는 반응방식을 찾는 게 지혜일 거라 했습니다.

마침 가야한테

며칠 동안 하고팠던 말을 줄 기회가 되었습니다.

“가야야, 네가 얼마나 예쁜 아이였는데,

한 마디 한 마디 얼마나 빛나는 아이였는데,

그런데 이 이마의 이 짜증 밴 표정을 풀 수 없다면

이제 물꼬가 네게 더 이상 가르쳐줄 게 없다 싶다.”

그도 저도 눈물이 일었습니다.

며칠 자잘하게 있었던 갈등들을 돌아보는 시간 되었지요.

그렇게 서로 또 자랄 겝니다.

어른이라고 어디 자라지 않던가요.

 

마무리 먼지풀풀을 위한 안내를 합니다.

처음이 있으며 끝이 있고,

그 끝은 정리를 필요로 하고,

그것은 결국 ‘책임’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나아가,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맞이준비를 하였듯

이곳을 쓸 또 다른 이들들을 위해 마음을 내는 것,

우리는 거기까지 진보하고 싶었습니다.

아침부터 열이 높았던 민경이가 구토를 했고,

소민이도 덩달아 좀 어지러워하더니,

그래도 가는 걸음은 꽤 가뿐하게 일어났네요.

오기 전에도 올 수 있으려나 감기로 걱정이 일던 민경이었는데

그래도 지내는 날들 다 잘 보내 얼마나 다행한지요.

 

다른 날보다 좀 더뎠고,

역으로 가던 버스마저 길이 얼어 또 거북이였습니다.

성빈이 잠깐 나가는 거라고 단도리로 못하고 나갔습니다.

하루 더 묵어가네 마네 하던 게,

결론 없이 날이 가버려 자고 가자 했지요.

우르르 나가는 틈에

외투도 없이, 장갑도 없이 갔습니다.

저는 장갑 끼고 외투 다 입고...

용서해 주시옵길.

워낙 아이가 다구지다보니

아마도 같이 버스에 올랐던 샘들도 민감하지 못 했던가 봅니다.

그래도 식구 같은 선정샘네여 다행이지 했더랍니다.

이곳 사정 잘 모르는 부모였다면

얼마나 속이 상했을라나요.

거듭 죄송합니다.

형찬이네랑 최종확인들이 제대로 안된 속에

하루 더 묵어가나 부다 하고 역시 가방 두고 나갔는데

아버지가 나오셨더랬지요.

둘 다 가방 택배로 부쳐주기로 합니다.

역시 죄송합니다.

가까운 분들이라고, 소홀했던가 봅니다.

정신이 또 번쩍 듭니다!

 

결국 역에서 헤어지는 시간도 쫓기지요.

“‘신아외기’도 해요.”

광장에서 함께 불렀던 노래 둘을 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아이들 몇 하나 더 하자 합니다.

못했습니다.

바삐 보내서 참말 미안습니다.

애들 얼굴 부모님 얼굴 번갈아보며

그동안 만난 아이의 모습을 어른들 얼굴에서 읽는 것도 재미이고

그러면 다음에 아이만 달랑 만나도

어른들과 통화하며 얼굴 그리고 할 수 있는 걸,

서로 눈빛이라도 몇 차례 오가면

그게 신뢰도 되고 이해도 되던 걸,

아고, 죄송합니다.

도대체 죄송하다를 몇 차례나 쓰고 있는지...

 

아이들이 모두 기차 혹은 승용차에 올랐고

샘들은 읍내 한 곳에서 갈무리를 합니다.

아이들이 남긴 글을 읽고

그간 함께 한 뜨거운 시간의 수고로움에 찬사를 보냈지요.

 

‘세 집단’이 여러 가지로 마음에 남습니다.

집단 하나.

그들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여기 몇 차례 온 친구들인데,

저들끼리 너무 친해서, 그게 나쁠 거야 없고 도리어 곁에서 유쾌한데,

문제는 저들 생각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소환하기 이르렀더랬지요.

하지만 날이 가며 보다 나아졌지요.

배려가 있는 자유 말입니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그러했다가 아닙니다.

변화이지요.

고마웠습니다.

 

집단 둘.

시설에서 온 아이들이 심한 욕설에 싸움이 끝없었습니다,

저들끼리도 그렇게 다른 아이들과도 그렇고.

그런데 그렇게 많이 개입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야단에 노출되어 있을 것이므로.

그냥 받아주고 혹은 모른 척하고 그랬지요.

그래도 이곳의 따스함을 알리라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최선이었던 걸까요?

 

집단 셋.

여자들 무리입니다.

제도학교에서

고학년 여학생들한테 드러나는 문제의 첫째로 꼽기도 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여기 와서는 많이 다른 모습인데,

이번에는 드물게 그런 모습이 솟았지요.

지나가는 한 때이리라 싶기도 합니다.

어떤 소외감이 집단 안에서 안정을 부르기도 할 테지요.

집단을 떠나 홀로 자신 있는 때도 올 겝니다.

다만 그 집단을 배경으로 두고

자만과 왜곡된 자신감이 넘친 한 아이와는

아주 잠깐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알아들을만한 아이여서.

다음은 그가 고민해볼 문제일 테지요.

 

‘표현’에 대해서도 생각 많습니다.

잘 표현하는 법,

그것도 자연스럽게 아는 사람도 있지만,

긍정적인 방법을 익히는 사람도 있지만

배우고 익혀서 되기도 하지요.

부정적이라면 왜 부정적인지 알려주고

어떻게 무엇으로 긍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잘 배울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자주 아이들의 거친 표현이 문제가 되었더랬습니다.

어느 것인들 아이들 책임이겠는지요.

우리 삶을 거칠 게 만들고 그리 사는

바로 우리 어른들 책임일 겝니다.

순함, 그것을 잘 나누고 싶습니다

(이미 이곳 자연이 그리 가르쳐주기도 하지요만...).

그러면 세상도 그리 순순해지리라는 바램이지요.

 

아이들이 갔습니다.

무어니 무어니 해도 이 불편한 곳에서 애쓴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이 여기로 와서 웃음이 되었습니다.

때로 산골살이가 고달프다가도

멀리 아이들이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로 환해집니다.

낡은 표현입니다만

아이들은 존재만으로 그 존재 값입니다.

만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겨울 이 혹한 추위 속으로 기꺼이 동행해준

함께 한 어른들 또한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누구라도 그러하나

특히 김무범 아빠가 더 이상 부러질 염려가 없도록 만든 도끼로

틈만 나면 장작을 팼던 호열샘,

한 밤 아이들 뒷간 똥통을 비우던 희중샘과 영욱샘,

기꺼이 밥바라지를 했던 성희샘,...

물꼬는, 여기, 늘, 이렇게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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