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9.21.달날. 아침 안개

조회 수 653 추천 수 0 2015.10.16 08:38:34


땅콩 한 알이 식탁 아래 굴러 떨어졌다.

그걸 찾아서 두리번거리다 식탁 안으로 머리를 넣었다.

그간 내가 잃어버린 것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찾다가 잊어버리기도 하고,

찾다가 다른 것 앞에 아이들이 심부름 길에 하는 해찰마냥 그 사실을 잊고 눈앞에 만난 다른 일에 몰두하기도 하고...


무를 솎아 닭을 주었다.

오늘부터 위탁교육 열흘.

그런데 위탁교육 열흘과 집중상담, 그 둘이 시소를 타다

결국 집중상담에 쏟기로.

정작 나야말로 쉼이 좀 필요했다. 미안하다.

사람 하나 보내는 일이 이리도 부치던가.

한밤 교통사고도 한 사람이 세상을 버렸고,

쉰을 넘게 살았던 그니의 삶을 헤아리며,

그리고 그를 바라보고 살았던 그의 가족을 생각하며,

진이 다 빠져 끌어올려지지가 않는 스무날이었더랬다.

위탁은 밥을 해 먹이는 일에서부터

바깥의 모든 일을 멈추고 온전히 스물네 시간을 이 안에서 다 쏟는 일.

그걸 돈으로 계산하자면서 피할 일.

그것이 지닌 가치 때문에 할. 물꼬의 대부분이 일이 절대적으로 그러하듯이.

보육원 아이는 10월 위탁교육기간에 오기로 협의가 끝났고,

인근 도시로 넘어가 주에 세 차례 밤마다 상담.

11월까지 이어질 일정이다.


<시의 힘>(서경석)을 나도 읽었다, 벗이 문자를 보냈더라.

밑줄을 교감하는 일이 위로가 되더란다. 가끔 그리 물꼬 누리집을 읽는단다.

‘제 성질머리 때문에 여러 사람 힘들게 만들어버린 엉망진창의 몇 주를 보내’고 있다 한다.

‘잘못이란 걸 크게 하지 않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겨우 이정도군요.

...침울한 요즘입니다.’

잘잘못으로 삶이 반응된다면야...

당신 선함을 내가 아노니.

뭐라도 말을 보태야 하는 걸까,

그저 듣기만하고 조용히 어려운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으면 되는 걸까,

당신이 어떠한 상황이든 난 늘 그대에 대한 한결 같은 마음으로 여기 있소, 그리 썼다. 그렇다.

그대 있어 고마운 줄도 알고 있으리.


안개 낀 아침을 열며 천리포수목원을 향했더랬다.

달골 ‘새벽 뜨락 노피곰’(아직 이름은 왔다갔다하는, 새로 꿈꾸는 치유정원)을 위해

수목원과 수목원을 본뜬 중학교 뒤란을 달골에서 같이 일할 이들과 둘러보기.

서산의 시장에 들러 해물도 사와서 쪄내 푸진, 그런데 좀 더딘 밥상이었네.

걸음이 늦어져 바깥상담을 가지 못한다 연락한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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