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흙날 맑음, 빛그림놀이 펼쳐보이기

조회 수 1484 추천 수 0 2005.03.27 00:30:00

< 3월 26일 흙날 맑음, 빛그림놀이 펼쳐보이기 >

저녁에 남자애들이 모여서 뭔가를 찾고 있었다나요.
기억 주머니를 헤집고 있었겠지요.
갑자기 큰 목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야, 하늘이, 너는 작-년-에 없/었/잖아."
올해 들어왔으니 알리 없다 했겠지요.
"나도 있/었/어, 계자 왔/었/어!"

작은 공연이 있었습니다.
빛그림놀이 펼쳐보이기!
오늘은 음악을 입혔고
저녁 7시 30분 펼쳐보이기를 한 거지요.
뭐 좀 늦어지기는 했습니다만...
작으나 그래도 공연이라고
여러 곳에서 어른들이 모였습니다.
춘천에서 거창에서 서울에서 부산에서
그리고 가까운 황간에서 임산에서.
옥천에서는 지용이네 할머니까지 오셨습니다.
사회도 나누어서 준비를 하고,
예린이는 저가 알아서 일어나
형광등을 이 쪽 저 쪽 켜고 끄면서 조명을 조절해봅니다.
덩달아 채규도 한 역할 하려고
불을 다 끄고 '잠자는 불'을 켰다가 그만 원성만 샀지요.
창고에서 음향기기까지 꺼내자니 너무 일이어서
마이크 없이 해서 그건 좀 아쉽습디다.
대신에 빔프로젝트를 꺼내고 스크린을 펼쳤지요.
떡볶기 모둠의 <똥>과 오뎅 모둠의 <싸움>,
아이들이 직접 성우가 되어 첫째마당을 하고
저들이 녹음해둔 걸로 둘째마당을 했습니다.
"살다보면 다 그런 거지..."
한 대사에서 한바탕 객석에 웃음이 넘칩니다.
셋째마당은
아이들이 작업을 하며 찍은 사진을 엮은 '우리들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아이들 얼굴 하나 하나가 화면에 오르는데
그만 눈물이 핑 돌데요.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막을 내린 뒤 아이들을 끌어안던 순간처럼.
그땐 반년을 꼬박 같이 했더랬는데,
고작 사흘 한 작업을 놓고도 가슴이 싸아 합디다.
누구보다 목샘이 애 많이 쓰셨지요.
신동인님도 가슴이 울컥했던 모양입니다.
"애들 작품요, 어디 출품해도 되겠어요."
문경민님도 극찬합니다.
어른이 목소리를 낮출수록,
어른의 개입이 덜할수록,
더 옹골차게 해내는 게 아이들이라는
(비록 완성도가 떨어질지는 몰라도),
변치 않는 진리를 오늘도 확인했더이다.

'호숫가 나무'도 있었습니다.
볕도 정말 좋은 날, 호숫가 큰 나무 아래에서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묻습니다.
"부모님이랑 형아들 누나들이 나를 살려요."
류옥하다부터 운을 뗍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농민들이 나오니
오늘 아침 먹은 동태찌개를 들먹이며 어부들도 나오고...
"내가 나 스스로를 키우기도 해요, 혼자 고난과 맞부딪히면서..."
바다 땅 지구 태양...
새 곤충 동물들...
"무서운 꿈을 꾸면 키가 자란대요."
"용기도 생긴대요."
얼음 불 돌 나무....
경험들요....
말(언어).....
자연의 기운, 믿고 있는 신의 은총...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이어서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를 키우는 걸까요?"
이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는 티끌에 불과하다,
그러나 또한 우리 하나 하나는 얼마나 고유한가,
보석이 왜 보석이더냐, 아름답고 흔치 않음으로 해서 그러하지 않더뇨.
그러니 나도 보석이요, 너도 보석이다...
더 파고 들어가 봅니다.
나는 거대한 이 우주에 너무도 작은 점이고
내가 하는 걱정이 있다면 그 점보다 더 작을 것이니
그리 걱정할 것도 노여할 것도 없다...
한편 우리의 보석성으로 우리는 얼마나 존귀한가,
그 기쁨으로 충만하게 살아보자,
그런 얘기들이 오고갑니다.
나는 개뿔도 아니고 너는 보석이다,
그리고 또한,
나도 보석이고 너도 보석인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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