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11.흙날. 맑음

조회 수 671 추천 수 0 2016.07.09 08:31:13


한 국영기업체 내에 있는 연못에 가서 연을 캐다.

일이 되려니 또 그렇다.

연이 가득 핀 못을 지나다 곁의 어른께 물꼬 달골 못을 들먹였더랬다.

“우리 저 연 좀 캐요, 혼자서는 못하니...”

“연이 필요해요? 우리 회사에 많은데...”

그리 되었던 거다.

그렇지 않아도 한 수목원에 연을 나눠달라 연락 넣어야지,

오래 숙제이고 있더니 뚝딱 그리 또 해결되었네.


사로 평생을 일하다 퇴직하고 작은 정원을 일구며 찻집을 하는 어른께 들리다.

서각을 해왔고, 지금도 하신다.

어마어마한 양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저걸 파려면 그 시간이며 노력이며...'

뭐 하러 그리 지독하게 했을까?

일가를 이룬 이들이 그렇게 만들어졌을 테지.

나는 그저 할 줄만(춤이고 그림이고 악기고 서각이고) 알기를 원한다, 일상에서 쓰일 만큼.

가랑이 안 찢어질라고.

그런 것도 제가 사는 한 방편일 것이라.


서각하다.

들의 비닐하우스에 있는 작업실이다.

안은 더워 그 앞 그늘에 상을 내놓고 작업하다.

뚝딱 쉬울 것 같은 일이, 해보면 또 다른 것들과 만나게 된다.

하기야 차만 해도 그렇지.

그냥 마시면 될 것 같아도,

그 세계로 들어가 보기 전엔 뭐 그저 차 하나 마시는데 무슨 저리 종류며 절차가 복잡할고,

다 허영일세 싶어도

또 다른 것들이 있지 않더뇨.


늦게 학교에 들어서서 가마솥방에 들렀는데,

잠깐 들어간 걸음이라고 차의 등을 켜놓았다.

그런데 이 공간의 일들이란 게 여기 갈 땐 여기서 보이는 일들을 또 손에 잡게 되고

저기 갈 땐 저기 보이는 일들을 간 김에 잡기 마련이라

움직이다보니 그만 시간 좀 길어졌네.

아고, 나오니 시동이 걸리지 않는 거다.

마침 류옥하다와 기락샘 차가 들어오기로 하여 기다렸다.

하지만 점프가 안 되는.

“점프선 굵은 걸로 사셔요. 의외로 이런 거 얼마 안한다니까...”

아들이 말했다.

하기야 뜻밖에 우리 일상에서 요긴한 것들이 정작 얼마 되지 않은 가격일 때가 흔하지.

값이란 게 꼭 그 실용가치에만 있는 게 아니니.

내게 다이아몬드야 막힌 하수구를 뚫는 천 원짜리 고무뚫어펑만 하던가, 어디.

결국 긴급출동 다녀갔네.


내일은 달골에 굴삭기 하루 작업을 하기로 했다.

이제 더는 굴삭기 들일 일 없자 했지만

명상정원 ‘아침뜨樂’으로 들어가는 들머리가 헤집어진 채 널부러져 있기.

그래서 6월 빈들모임 시 잔치 전에

쉬 걸어감직하게 괭이질을 학교아저씨와 함께 하루는 족히 해야겠구나,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겨우 임시이고 말 일,

그러던 차에 마을에 도로공사 들어온 굴삭기를 섭외했던 것.

비 빠진다는 소식 있던데,

음, 일이 밀리지 않아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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