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아침] 나도 어머니처럼

조회 수 2632 추천 수 0 2019.05.07 14:04:35


나도 어머니처럼



왜 사느냐고 물으시면
죽지 못해 산다
나를 위해 산다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누구를 위한 기도냐고 물으시면
자신이 잘되기 위해서
무엇을 바라기 위해서 기도 한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무엇을 위해 그리 애쓰느냐 물으시면 
내 한 몸 편하고 빛나기 위해서
누가 알아주길 바래 땀 흘린다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어머니는 한번도 삶을 회의하지 않고
남의 탓으로 원망하지 않으며
몸져 아픈 날조차 이마 짚으며
당신의 의무를 소홀히하지 않으셨다

한평생 어머니는 위해서, 위해서만
당신의 노동 당신의 기도 
당신의 젖과 눈물을 온전히
이못난 자식 위해 바쳐주셨다


그아들인 나 역시 위해서, 위해서만

살고 죽겠노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삶과 정성을 다 바쳐주신 내겐
그 사랑 내 몸에 가두어둘 권리는 없었다

끝내 죽음 앞에 세워져
죽음만은 피해가고 싶던 그 순간에도
나도 어머니처럼 성실하고 치열하게
온몸 바쳐 투쟁할 수밖에 다른 길은 없었다


(박노해, <참된 시작> 가운데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물꼬를 다녀간 박상규님의 10일간의 기록 [5] 박상규 2003-12-23 130034
5778 먼저 돌아가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9] 윤희중 2019-08-08 3895
5777 잘 도착했습니다! [4] 최혜윤 2019-08-10 3878
5776 잘 도착했습니다! [4] 이세인_ 2019-08-09 3874
5775 잘 도착했어요! [6] 휘령 2019-08-09 3868
5774 자유학교 물꼬 어린이 카페도 있어요! [1] 평화 2011-01-31 3867
5773 힘들게 캔 고구마, 버릴게 하나도 없어요!-고구마 캤어요! image 류옥하다 2011-10-19 3860
5772 가끔 세상이 이런 이벤트도 주어야...-병아리 났어요!- image 류옥하다 2012-05-19 3836
5771 [사진] 165 계자 넷째 날 [1] 류옥하다 2020-01-16 3827
5770 [펌] 당신들은 침묵했지만 우리는 침묵하지 않겠다 물꼬 2021-08-25 3820
5769 짜맞추기.. [2] 수준맘 2022-01-17 3815
5768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3] 류옥하다 2020-01-17 3815
5767 히포크라테스의 지팡이 위에 중립은 없다_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세이 imagefile [1] 류옥하다 2018-05-27 3796
5766 잘돌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4] 기쁨이 2020-01-20 3768
5765 새해맞이 예(禮) 물꼬 2013-01-02 3762
5764 잘 도착했습니다!^^ [5] 휘향 2019-08-09 3760
5763 저를소개합니다 [1] 박세나 2012-07-11 3758
5762 옥선생님 보세요... 한종은 2001-03-07 3744
5761 잘 도착했습니다 [2] 민교 2022-01-15 3735
5760 안녕하세요 [1] 필교 2020-02-11 3722
5759 큰뫼의 농사 이야기 11 (들깨씨를 뿌립시다.) 나령 빠 2004-04-09 3719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