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국수는 값이 높다!

그 국수 한 그릇 먹고 몇 해 전 교육장님은 가마솥방 천장을 바꾸어주셨고,

그 국수에 가마솥방 새는 지붕도 올 여름 교체되었다.

비싼 국수는 달골 뒤란 축대도 쌓아냈고,

그리고 이제 집 한 채가 되려한다.

“우짜노, 샘이 도와주셔야 되겠네!”

오늘 달골 집짓기에 시영샘이 불려와 같이 국수를 먹었다.

수년 전 물꼬 현판도 그가 세웠고,

매서운 겨울 시름 하나였던 흙집 출입문도 그의 도움으로 달았던.

목조건축 일을 업으로 하고 있는 그네다.

“당연히 다른 집들 짓듯이 못하지.”

흔히 업자한테 맡기는 게 아닌 이런 상황을 직영이라 하더라.

밖에서는 시영샘이 돕고, 안에서는 무산샘이 전체를 끌고 가기로 한다.

목수 민수샘도 간간이 돕기로 했다.

2013년 허가 단계에서 21평이던 집은 크기부터 줄게 될 게다.

구들을 놓는 한 어르신이 일을 중심에서 하는 이가 몸 부릴 공간이 있어야 오래 일한다,

그렇게 출발했던 집은

이제 명상공간 쯤으로 쓰임새가 바뀌어 지어지게 될 모양이다.

겨울이 오기 전 집이 그곳에 서게 되긴 하려는지.

일이 어디로 흐르든, 모다 고마운!


하오 운동장이 운동장 다와졌다.

고사이 키가 자란 풀들을 장순샘네에서 빌려온 보행예초기로 다 깎다.

쌓인 풀더미가 한 짐씩이네.

거름더미로 옮기는 일이 또 하루 왼종일이겠다.


밤에는 식구들이랑 신카이 마코토의 <언어의 정원>을 보다.

비 오는 날이면 공원에서 만나는 고교생과 전직 교사.

단카 모음집(만엽집?) 두 장(2013, 2014)이 함께한다.


"천둥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먹구름 끼고 비라도 오잖을까, 그대 발길 머물게.


 천둥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네.

 비가 안 와도, 나는 여기 머무네, 그대가 잡는다면."


비가 내리면 그대는 과연 머물 것인가 물으니

비가 오지 않아도 여기 머물거라는 화답이었네.


“지금이 제일 행복할지도 모른다.”

비에 젖어 아파트로 가

밥상을 물린 뒤 차를 마시고 설거지를 하는 순간 주인공의 독백이었다.

우리들의 일상 구석구석에서 마주하는 바로 그런 일;

지금이 제일 행복한 때일지도 모른다,

그럴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734 2008.10.24.쇠날. 맑음 옥영경 2008-11-02 1191
4733 147 계자 나흗날, 2011. 8.17.물날. 빗방울 몇 옥영경 2011-09-05 1190
4732 2008. 3. 4.불날. 흐려지는 하늘 옥영경 2008-03-23 1190
4731 2007.10. 1.달날. 먹구름 지나다 옥영경 2007-10-13 1190
4730 놓쳤던 몇 가지 옥영경 2009-01-27 1189
4729 2008.12.24.물날. 꾸물딱거리는 하늘 옥영경 2008-12-29 1189
4728 2008.11.10.달날. 맑음 옥영경 2008-11-24 1189
4727 2009. 3.28.흙날. 풀리는 날씨 옥영경 2009-04-08 1188
4726 2008.11.21.쇠날. 맑음 옥영경 2008-12-06 1188
4725 2006.4.17.달날. 맑음 옥영경 2006-04-21 1188
4724 2012.11. 5.달날. 갠 듯하다 오후 흐리고 밤 비 옥영경 2012-11-17 1187
4723 2012. 4.22.해날. 갬 옥영경 2012-04-30 1187
4722 2009. 3. 2.달날. 흐림 옥영경 2009-03-17 1187
4721 2008.12. 5-7.쇠날. 맑음 / 홍콩행 옥영경 2008-12-26 1187
4720 2008. 6.24.불날. 볕 쨍쨍 옥영경 2008-07-11 1187
4719 2009. 3.14.흙날. 아침 눈발 날리고 개다 옥영경 2009-03-28 1186
4718 2008.10.30.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11-04 1186
4717 2007. 1.30.불날. 거친 저녁 바람 / 왜냐하면... 옥영경 2007-02-03 1186
4716 2006.10.13.쇠날.맑음 옥영경 2006-10-16 1186
4715 2009. 1.16.쇠날. 맑은 속에 눈발 잠깐 옥영경 2009-01-29 118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