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잖아 출간하기로 한 책의 교정에 매달려야 하는데,
때가 때라고 그리 되었나, 빈들이 빈들이 되었다.
빈들모임에 참석하기로 한 가정의 네 식구가
어제 고속도로에서 되돌아갔다.
약간 열이 나는 작은 아이를 기어이 데리고 나섰다가
멀미가 심했던 모양이다.
그찮아도 물꼬 걸음이 그리 편치 않았던 남편이었다가
부부가 한바탕 싸움을 하고 돌아갔다.
첫걸음인데, 다음에 오라는 뜻 아니겠는지.
연도 다 시절이 있더라.연이 지어졌으니 보게 되리라.
적어도 아이 키우는 동안은 물꼬 생각들을 한다하니.
아침수행을 끝낸 뒤부터 자정 너머까지 거의 계속 책상 앞.
6월 말 낼 자녀교육서 1장 수정.
전체 네 장 구성이니 25%. 그래도 못다 한. 낼 아침 두어 시간도 해야.
저녁답에 교무실에서 프린터를 확인한다.
우리 집 아이 열두어 살부터 맡아 해주던 일이다.
카트리지 잉크 넣기. 쉽지 않다.
앞전에 쓰던 주사기를 새로 사들인 이번 잉크로 넣어본다.
된다 사인 뜨고, 다시 컴퓨터를 켜서 인쇄 확인.
됐다 안 됐다. 되더라. 온 손에 잉크 범벅.
이제 아이도 없고, 언제까지 그를 기다리나.
내 일, 할 수 있다마다. 안 되면 새로 사지!
혹시 만일을 위해 잉크젯 프린터도 확인해두다.
사진 출력까지 어렵더라도 당장 활자는 되겠는.
근데, 교무실 전화기도 먹통, 인터넷도 먹통.
그 참, 달마다 아주 행사네. 고장 신고를 한다.
낼 오후 오기로.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곳 삶이라.
빈들모임에서 하는 일수행에 준할 일들을 챙겨서들 움직인다.
바깥수돗가 노란천막을 박박 문질렀고
물로 씻어 내리는 마지막 정리는 식구들에게 맡겼네.
빈들을 빈들로 고요하게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