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5.쇠날. 구름 좀

조회 수 546 추천 수 0 2019.12.10 12:00:04


새벽 도둑비가 다녀갔다.

종일 사람 만날 일 없이 일만 하는 되는 날이었다.

이런 날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사람답게 산다는 느낌.

오전에는 사이집 마당 자갈돌을 골라냈고,

오후엔 명상정원 아침뜨樂에 들어가

감나무 아래 벽돌을 깔기 위해 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콩나물 대가리처럼 그렇게 시작해서 옴자 사이사이로 길을 내고

아고라를 거쳐 달못으로, 그리 그리 걸음을 따라 벽돌을 깔 계획이다.

올해의 절반은 아침뜨락에서 보내는 듯.


몇 해 전이었을 것이다.

한의원을 가서 그곳에서 쓰이는 환자에 대한 응대의 말들에

어색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더랬다.

존칭어는 맞는데 접미사가 희한하게 붙은.

- 누우시께요.

- 옷을 좀 올리시께요.

어느새 곳곳에서 그런 말투는 넘치고 있었고,

나 또한 그 사용자가 되어 있었다.


시카고에 살았을 적 한인 부부를 만난 적 있다.

남편은 1.5세로 한국말이 서툴고는 했다.

어느 날 그이가 집안일하는 아주머니를 모시고 가면서 아내에게 던진 말,

“아줌마 가지고 올게.”

bring을 그리 번역했을 터였다.

더하여 일본어가 침투해 있는 우리말에 해방 이후 영어가 범람하면서

피동형이 넘치게 된 것 또한 그런 예.

- 주문 도와드릴 게요.

- 소개시키다

- 양해 말씀드립니다.

“주문하시겠어요?” “소개하다” “양해를 구합니다.”라고 써야 할.


오늘 요새 흔히 쓰이는 우스꽝스런 존칭어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말법을 다시 가지런히 해보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474 2021. 7.19.달날. 맑음 옥영경 2021-08-09 556
1473 2019. 9.11.물날. 해, 선선한 바람 / 멧돼지! 옥영경 2019-10-26 555
1472 2019. 7. 9.불날. 조금 흐리게 시작한 아침 옥영경 2019-08-17 555
1471 2019. 6.19.물날. 는개비로 시작한 아침, 그리고 갠 옥영경 2019-08-07 555
1470 2022. 1.18.불날. 흐리다 해 / 학습의 밑절미 옥영경 2022-01-27 554
1469 2019.11.11.달날. 맑고 바람 많은 / 명상이 무엇이냐 물어왔다 옥영경 2019-12-30 554
1468 171계자 닷샛날, 2023. 1.12.나무날. 맑음, 늦은 밤 몇 방울 지나던 비가 굵어지는 / 멧돼지골 옥영경 2023-01-16 554
1467 2024. 4.13.흙날. 맑음 옥영경 2024-04-23 553
1466 2023.12.15.~17. 쇠날~흙날. 비, 우박, 눈보라 / 화목샘의 혼례잔치 옥영경 2023-12-24 553
1465 ‘2022 연어의 날’ 닫는 날, 2022.6.26.해날. 오려다 되돌아간 비 옥영경 2022-07-13 553
1464 2019.10.31.나무날. 맑음 / 가섭 아니고 가습 옥영경 2019-12-16 553
1463 2019. 9.21.흙날. 비바람 / <죽음>(열린책들, 2019) 옥영경 2019-10-31 553
1462 2019. 9. 4.물날. 비 / 조국 때문에 받은 문자? 옥영경 2019-10-16 553
1461 2019. 8.29.나무날. 흐림 / 때로 헤어짐을 지지함 옥영경 2019-10-11 553
1460 2019 여름 산마을 책방➁ (2019.8.24~25) 갈무리글 옥영경 2019-10-10 553
1459 2023. 9. 3.해날. 맑음 옥영경 2023-09-14 552
1458 2023. 9. 2.흙날. 흐림 옥영경 2023-09-14 552
1457 2022. 4. 6.물날. 맑음 / 설악산 아래·6 옥영경 2022-05-03 552
1456 ‘2021 연어의 날’ 여는 날, 2021. 6.26.흙날. 틈틈이 내리다 그은 비 옥영경 2021-07-23 552
1455 2023. 8.29.불날. 비 옥영경 2023-09-06 55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