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 8.쇠날. 맑음

조회 수 450 추천 수 0 2019.12.29 23:59:51


 

입동이다.

개밥 물통이 얼다. 첫얼음이다.

 

11월에 들어 달골 햇발동 2층 방 넷 가운데 바람방에 머물고 있다.

베란다 창 아래로 물방울이 맺혀 흘러내렸다.

안팎 온도차가 많은 날.

추위가 시작되자 종일 무기력함이 엄습했다.

물꼬에 와 하룻밤을 묵고 떠난 논두렁 한 분이

이른 아침 떠나면서 제습이와 가습이 밥도 대신 주고 가시었네.

긴 겨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살겠다, 살아있겠다.

 

이건 또 뭐지? 사는 게 날마다 별일이다.

뒷목에 크고 작은 멍울이 둘 생겼다.

멍울...

날마다 태어나 날마다 새로 산다는 생각이 강한 이즈음이라 그런가,

마치 새로 배우는 낱말 같이 많은 것들이 낯설고는 한다.

작은 말로 망울.

우유나 풀 등의 작고 둥글게 엉기어 굳어진 덩이를 그리 말하지.

림프샘이나 몸 안의 조직에 병적으로 생기는 둥글둥글한 덩이도 역시 망울.

몸의 멍울보다 가슴의 멍울로 더 익숙하게 알던 낱말이다.

원래 신체조직이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새롭게 생긴 조직, 종양이고 혹.

암처럼 신체의 이상 증상을 알리는 알람이라지만

극히 일부만 암으로 진단된다니 그리 걱정거리는 아닌 듯.

가끔 벌레에 물려 지독하게 긁다가 가라앉고는 하던데

들일 하다 물렸던가 싶기도. 가려우니까.

물꼬 주치의(ㅎㅎ)가 말씀하시길,

1주일 이상 가고 딱딱하고 열감도 있고 크기도 자란다면 병원 가보라 했다.

 

1219일이면 물꼬가 올해로 30주년이다.

기념으로 아침뜨울타리에 심은 측백나무를 분양키로 했다.

뭐 분양이라 쓰고 보시 혹은 후원이라 읽는.

아침뜨락의 다음 작업에 쓰려고.

(‘미궁의 장승 곁 빈터에 열둘 정도 들어갈 명상토굴을 만들면 좋겠는데...)

“옥샘, 이 정도 측백이면 20만원도 넘어요.”

조경사업체를 꾸리는 준한샘이 그랬다.

실제 파는 것도 아닌데요. 여기 그대로 두고 주인만 바뀌는 건데...”

어디 그런 굵은 측백만 있겠는가.

누구는 실한 놈을 다른 이는 약한 놈을 줄 수도 없지.

133그루 133명의 이름을 한 번에 돌에 새기려 한다.

긴 세월, 선배들이 더러 말하곤 했다,

옥영경이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라고.

여전히 이런 방식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싶은 오늘이네...

 

대처 나가 있는 물꼬 안식구들이 들어와 저녁밥상에 앉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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