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1.해날. 맑음

조회 수 466 추천 수 0 2020.04.01 14:19:44


 

또 이렇게 달을 시작한다.

그것 아니어도 간밤에 죽었다 다시 태어나 다시 살만한 아침일 것인데.

뿌염하게 날이 밝아지고

산그림자 끝선으로 해를 예견하는 빛이 올랐다.

 

사람은 존재하는데 그를 증명할 길이 없다.

헬레나 노르베지 호지의 <오래된 미래>를 읽고 쓴 글이었을 것이다.

30년이 흘러서도 같은 생각을 한다.

책의 구절이었는지 내 글이었는지도 생각나지 않지만

왜 우리는 이미 존재하는데 우리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냐, 썼다.

학교아저씨는 존재하는데, 그를 증명할 길이 없는 오늘이었네.

그간 집안 형님 명의로 손전화를 써왔는데,

이제 당신 명의로 개설을 해야 할 사정이 생겼다.

헌데 신용카드가 없으니 안 되는. 아, 물론 대리점으로 가지 않은 상황에서.

하다샘이 들어와 인터넷으로 새 전화를 개설하는 것을 돕는데,

결국 직접 가야만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나중에야 가져계신 카드가 신용카드 겸용이기도 했음을 알았지만)

 

그 과정을 옆에서 보다가 불특정 대상자를 향해 욕 좀 하고픈 마음이 쑤욱 올라왔는데,

나쁜 말을 하면 내가 화자지만 청자가 된다는 사실을 새삼 생각했네.

아이들한테 말해줘야지, 꼭 해줘야지.

욕설을 달고 다니는 아이들에게 꼭 말해줘야지!

 

물꼬에서는 여러 대체의학을 치료보조용으로 활용한다.

사혈도 그러한데,

오늘 처음으로 아들이 엄마 사혈을 하다.

그가 고교생일 때 허리와 목의 통증으로 고생할 때

한방으로도 양방으로도 해결을 하지 못하고 오래 앓았는데,

집에서 하는 사혈의 도움이 컸다.

기숙사에서 돌아오는 주말이면 꼭 그랬댔지.

바쁘신 어머니, 오늘 사혈 좀 안 될까요?”

그래서 아이의 아비가 그런 농을 하고 했더랬다, ---사혈.

그런데 이제 아들이 어미 등을 그리 한다.

 

어제 구룡포에서 온 대게 덕에 저녁엔 대게를 쪘던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고,

오늘은 게딱지 비빔밥을 먹었네.

이틀을 멧골에서도 원 없이 먹은 바닷것이라.

물꼬 살림을 같이 살아주시는 분들께 감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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