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새벽이 오도록 대처에서 들어왔던 식구들과 그간 지낸 소식들을 나누느라 복닥거려
대신 고단하게 잠을 깨야 하는 아침이었다.
하얀샘이 들어와 하다샘과 일을 하기로 한 날.
아침뜨락 계단에 아치를 만들고 장미든 다른 덩굴식물이든 올리려던.
그런데 쇠파이프가 여간한 힘으로는 휘지 않는.
장순샘이 꽃그늘길에 쓴 쇠파이프는 밴딩기가 함께 실려와 가능했던.
자재 가게에서 자재를 살 때 빌릴 수 있다는데,
장순샘한테 전화 넣으니 거기 농장에도 5월에나 할 일이 있으니 그때 같이 하자고.
다음 일로 넘어가다.
사택 된장집 지붕수리.
지붕의 마지막 작업은 민수샘이 일부 고쳤던.
여러 해가 흐르고, 고래바람에 한 부분이 훌러덩 넘어간 게 지난 1월 8일 물날.
된장집에서 운동장으로 내려오는 경사지에 그야말로 처박혀 있던 것을
이틀 뒤 계자에 미리 들어온
해찬샘 태희샘 건호형님이랑 학교아저씨가 빼내서 정리해두었더랬다.
그것만으로 일이 되진 않아 하얀샘이 재료를 사러 나간 길에
하다샘이 고추장집 지붕까지 낙엽이며들을 다 쓸어내렸고,
아래서는 학교아저씨가 나뭇가지들을 정리하다.
다 저녁에야 뼈대작업, 이제 지붕재만 올려 앉히면 되는.
정리 중일 때야 참고 있던 비가 떨어졌다.
늘 고마운 하늘, 늘 거기 있는!
어느 둘레길을 걷는 일에 동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찍힌 내 사진 하나가 탁상달력에 실려 있었다.
공모에 당선된 사진이었다.
2018년 바르셀로나에서 그 소식을 듣고 적이 얹잖기도 하였는데,
아무리 뒷모습이라고는 하나 공모전에 보내면서
수소문하면 누군지 뻔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거늘
양해를 구해야 옳았다.
여러 사람들이 대번에 옥선생 그 달력에 있더라고 했지.
맨발에, 계절마다 거의 단벌로 살고, 몇 개 없는 모자에, 딱 나였던 거다.
나도 모르게 내 사진이 버젓이 그리 도는 게 편치 않았다.
돌아와, 달골을 관리했던 무산샘이 챙겨놓은 달력을 봤다,
공모전에 당선된 그나 그 주관사에서 보낸 것도 아닌.
불괘한 일이 아니고 시간도 흘렀으니 굳이 거론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 했는데...
내 다음 책을 준비하고 있는 출판사에서 프로필 사진을 고르는데,
앞모습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데 딱 그 사진을 쓰면 어떨까 싶어
원본파일을 얻으려고 공모전 작가를 추적했다.
세상에! 알고 보니 내가 잘 아는 이의 남편이었다.
“제가 옥샘께 말씀 안 드렸던가요... 죄송합니다!”
그리하여 내가 필요할 때 내 사진을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게 되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