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3.달날.맑더니 구름 덮히다

조회 수 1464 추천 수 0 2005.10.05 01:10:00

2005.10.3.달날.맑더니 구름 덮히다

'첫만남'이 있었습니다.
지난 주부터, 달날 아침 배움방을 시작하는 이름이지요.
일정 정도의 정돈, 어느 정도의 긴장, 그리고 함께 춤추듯 움직이며 마주하는 웃음,
뭐니 뭐니 해도 놀이처럼 하는 재미난 걸레질,
그렇게 개운해진 방에서 주 첫 공부를 하는 겁니다.
글쎄,
저녁 모임 뒤에 하는 학교 정리나 흙날에 하는 먼지풀풀과는 또 다르겠습니다.
이게 또 이 곳 저 곳 이어지는 곳에서 도와줘야지,
이 먼지를 저 곳으로 밀자고 하는 건 아니지요.
교무실에서도 빗자루를 들고, 가마솥방도 깨꿈해 있습니다.
바지런한 이들과 사는 일이 즐겁습니다.
덩달아 움직이게 해주거든요.

장편동화 읽기를 이어달리고, 낚시 후일담이 길었으며,
아무리 해도 어려운 교정과 퇴고,
그리고 귀 닦고 손톱깎고 혹여 남았을지 모르는 이잡이를 또 하지요.
이게 참 일입니다, 머리를 빗기는 것도 무릎에 눕히고 머리카락을 들추는 것도.
보물찾기처럼 재미가 있다가도
고개가 아프고 눈이 시려오고...

손님이 왔지요.
상주 유기농선배 박종관님 소개로 정운오님 가족이 신기와 기윤이 데리고 왔습니다.
내년이면 학교를 갈 큰 애지요.
아내는 풀무농고에서 영어교사로 있었고,
운오님은 김천에 터를 잡고 십오 년을 넘어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왔다 합니다.
숨꼬방에서 차를 마셨지요.
앞으로 그 방에서 손님을 맞으면 되겠다고들 식구들이 그러데요.
좋은 연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후에 약속도 없이 찾아온 두 가정도 있었지요, 역시 김천 산다는.
입학철(과정)이라는 증거들인가 봅니다.

젊은 할아버지는 달골에서 다음 포도농사를 위해
덩굴이며 무성한 순이며 미리 손을 좀 보고 계십니다.
아이들은 토란대 껍질을 벗겼지요,
말라서 잘 벗겨진다며 또 하나 먹을거리 장만법을 익혔다고들 합니다.
채규가 다른 이들 말을 톡톡 끊으며 말이 좀 많던 지요.
"너는 잘난 척 좀 그만해."
나현이가 나섰습니다.
"나현이 누나는 꾸짖는 사람이야(나는 잘난 척하는 사람이고)."
그렇게 넙죽 받더랍니다.
끼니를 준비하는 한 핏줄 식구들 마냥 도란거리며,
아이들도 이곳의 어른들처럼 요새의 이 작은 평화들을
가마솥방에서 누리고 있었습니다.

카를로스 소린의 <사소한 이야기들>이 자주 생각키는 요즘입니다.
벽지 가운데서도 벽지인, 광활한 평원 가운데 있는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리아에서
큰 도시 싼 훌리오로 길을 떠난 사람들 이야기지요.
나이 들고 몸이 불편한 돈 후스토는 아들내외 몰래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외판원 로베르토는 짝사랑 하는 여자의 아들 생일 케Ÿ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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