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집안의 계단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좋았다.

계단은 위층으로 오르는 1차적 기능을 넘어

내게는 의자이기도 했다.

달골의 창고동 2층 오르는 계단만 해도

여기 저기 앉아서 두루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누군가는 거기를 의자삼아 앉기 편해라 했다.

햇발동 계단도 여럿이 같이 공간을 쓸 때 자주 그런 곳이고는 했다.

두셋이 나직이 이야기를 나누는 곳.

오늘 해건지기는 해가 드는 계단에 앉아 책을 읽기로 한다.

볕이 걸어오는 창 아래서 책을 들여다보는 시간,

추상어 '행복'을 구체적 영상으로 옮길 때

이런 장면도 그것이라 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이곳을 떠나기 전 11학년 아이도 그런 경험을 안고 갔으면 좋겠더라.

 

일수행.

4주 위탁기간 중 마지막 바깥일이었다.

사이집 서쪽 잔디의 풀을 뽑고 언덕 밑 부분 마른 풀들을 정리하다.

오가는 걸음에 그 목적한 곳으로만 곧장 가는 일이 드문 이곳이지.

일하는 중간 학교에 다녀올 일 있어 달골을 나서며 국화 화분 셋을 계곡에 넣어 흠뻑 적시고

일을 끝내고 학교로 내려오며 화분을 건져 다시 제자리로 옮기다.

 

가마솥방에 난로를 들였다.

여느 해라면 벌써 피웠을 난로라.

올해는 겨울 걸음이 더디게 온다.

연탄 천 장도 들어왔다.

해마다 2천여 장은 소화하나

물꼬의 겨울 짧아진 일정들로 남은 연탄에나 천 장만 더해도 되겠다 한 가늠.

교육청에서 의뢰한,

석면으로 인한(사택 고추장집 부엌과 창고) 공기질측정을 위해 다녀갔고.

볕이 좋은 한낮이었다.

학교 현관 화분들을 손보다.

그 좁은 틈바구니에도 잡초들이 자리를 틀고 있었다.

젓가락을 가져다 살살 뿌리를 뽑았다.

물도 흠뻑 주고.

오늘은 흙집에 들인 화장실에 접이식 문짝을 찾아왔다.

달아야지. 문고리도 챙겨야겠지.

 

위탁교육이 끝나기 전

이맘때 이곳에서 하는 일들을 두루 나누고도 싶지.

교과학습을 끝내고 저녁밥상 차리는 일을 도와주러 들어온 아이랑

학교아저씨가 두어 쟁반 따둔 감을 깎았다.

중앙 들머리 처마 아래 두어 줄 걸었네.

내일 오후 잠시 더 따서 곶감으로 말리기로.

 

아침: 빵과 차

낮밥: 야채죽

저녁: 잡곡밥과 미역국, 돈까스, 소세지야채볶음, 달걀찜, 마늘장아찌, 김치, 그리고 물꼬 요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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