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는다는 거 말고 정해진 게 없다.”

그렇다. 내일 일을 누구 알랴.

오직 지금 애쓰리.

빗방울 조금씩 떨어졌다. 해가 나기도 했다. 다시 비가 내렸다. 또 해가 났다.

오늘은 오늘의 일을 하였다.

달골 아침뜨락의 달못 가 자작나무 군락(이라고 해야 열두엇 그루)에 세 그루를 더 심었고,

저녁에는 제주도에서 온 고졸맹이를 구웠다.

 

습이들 둘이를 양손에 잡고 같이 산책을 시키는데

요새 날마다 싸우는 중.

오늘도 한판 붙었다. 동생 가습이가 형 제습에게 깐죽거리다

호되게 제습에게 혼나는 중.

그래도 아직 제압된 건 아니어 여전히 뎀벼보는 가습이.

이러다 큰일 나겠네,

내일부터는 따로 시켜야겠다.

 

햇발동 화분들과 언덕에서 긁은 마사토며 아래 학교로 내렸다.

가마솥방 있는 것들이며 중앙현관 앞에 있는 것들,

모두 분갈이를 해줄 참.

볕이 드물었던 긴 장마의 날을 건너느라

겨우 목숨 붙이고 있는 다육이가 많았다.

아직 볕이 따숩고 길었을 10월이 좋았겠으나

지금도 하지 않아야 될 만큼 늦지는 않다.

올해는 11월이 따숩기도 하고.

 

, 이제 뻥 뚫려있는 흙집 뒤란 벽을 메워볼까.

헌옷가지들이 둘둘 말렸고 그 위로 비닐과 천막으로 막아두었던 곳이다.

2018년 바르셀로나에 있는 한 해 동안 지독했다는 한국의 겨울,

대해리는 더했을 게고,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 터지고.

무산샘이 욕봤지, 그때.

모진 이 겨울 속으로 불려와 흙벽을 파고 터진 수도관을 연결하고.

학교 뒤란의 응달진 북쪽은 또 얼마나 추웠을 거나...

그렇게 임시로 막아둔 것을 작년 겨울은 그 상태로 보냈다.

올해는 지난달부터 달포 가까이 틈틈이 흙집 안에 양변기를 두 칸 들이는 작업을 했고,

배관을 빼느라 또 벽을 헐어냈지.

헌 곳이 더 불어난.

숨꼬방 앞쪽 오른편으로 쌓여있던 흙더미를 깨고 체로 치고

부엌뒤란으로 옮겼다.

시멘트를 5% 섞고 썬 짚도 넣어 이개고

눈싸움에 쓰일 눈덩이처럼 만들어 흙벽 무너진 곳으로 넣고 다지기.

사이 사이 대나무를 가로로 쳐서 뼈대로 두고.

흙벽 일은 한 번에 하는 게 아니라지.

하루 하고 쉬고 또 더하고 쉬고, 말려가며 한단다.

스스로 내려앉고 다져질 시간이 필요한.

오늘은 맨 밑으로 한 단계 올리고 끝.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고

내일부터는 학교아저씨한테 두어 시간씩 해주십사 했는데...

 

글 쓰는 일을 통 못하고 있다.

마감해야 할 것도 있고

출판사에서 기다리는 원고도 있고

샘플원고도 보낼 것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미루고 있음.”

다들 그래. 결국 하지 않으면 안 될 때 하게 돼!”

그렇다. 더는 안 되겠는 날에는 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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