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31.물날. 맑음

조회 수 327 추천 수 0 2021.05.05 01:07:22


 

3월 물꼬는 돋기 시작한 밭의 풀을 돌보고,

구석진, 혹은 뒤란을 두루 손보다.

밭이래야 두어 뙤기, 거기 더해 명상정원 아침뜨락 풀을 걷는.

마른 풀들을 먼저 걷고 오르고 있는 풀을 긁거나 뽑고.

바깥해우소 뒤란 창고는 어느새 물건이 쌓이거나

쌓였던 물건이 계속 치워지지 못하고 있거나.

거기 오래된, 기울고 비뚤어진 장 하나를 치워내다.

자전거집 둘레며 바깥수돗가며 마른 낙엽들을 끌어내고 풀을 뽑고,

운동장 남쪽 수로, 사택 된장집 뒤란과 간장집 앞마당 도랑 치다.

봄에 물길을 잘 잡아놓아야 장마며 한 해내내 비 피해를 피할.

본관 앞 작은 연못 물도 갈아주고.

겨울 내내 쳐두었던 창문 비닐이며도 떼어내 빨고.

그리고 3월 마지막 오늘, 얼마 전 그예 내려앉은 상상아지트 지붕 철거 중.

합판 위에도 시멘트로 비늘모양으로 멋을 냈는데,

결국 합판이 썩어내린.

세월이 그만큼 되었네.

지붕 한가운데 엎어두었던 항아리가 굴러 떨어져 깨지지 않아 다행.

지붕을 다시 이느냐 마느냐는 차차 고민하기로.

 

학교아저씨의 손전화도 사택전화도 문제여 이러저러 연락을 취해놓고,

바깥일들을 모아 대해리를 나서다.

고개를 넘어가니 인근 도시는 벚꽃 절정이더라.

차를 멈추고 꽃그늘에 한참을 앉았더랬네.

이웃 초등학교에 들러 원고 작업에 필요한 교사용 지도서도 빌리고,

농협도 들러 올해 쓸 면세유며 농사 관련 일들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폐차장.

200613일부터 열심히 같이 달렸던 차라.

남도의 집안 어르신이 이 멧골까지 끌어다 주신,

자동차등록에 보험까지 다 갖춰서 왔던 선물이었다.

15년을 넘었네.

이 차로 목포까지 갔고, 여수를 갔고,

인천항을 갔고, 양양을 갔고, 울진을 갔고, 남해를 갔고 거제도를 갔더랬다.

안녕, 내 차, 나의 시간들.

인근 도시의 물꼬 바깥 식구 하나가 물꼬까지 바래주다.

 

어찌어찌 원고를 채워가고 있다. 이번에 내는 책.

주경야독 뭐 그런.

책상에만 앉는다고 진도가 나갈 리가 없었다.

살던 대로. 낮에 일하고 밤에 글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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