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10.흙날. 말음

조회 수 326 추천 수 0 2021.05.06 01:06:47


 

어제도 그제도 그랬는데, 하루에도 몇 차례 구름이 해를 가렸다.

 

고단하다.

돌 일을 하고 나면 특히 그렇다.

바위 축대 위 언덕배기 마른 풀을 걷어낸 곳에

바닥에 널린 돌들로 담처럼 쌓았다.

예취기를 쓰자면 잔돌들이 튈 것이다. 위험하다마다.

일도 더뎌지고. 기계도 문제가 생기고.

예전에도 조그맣게 쌓아놓은 것 있었으나 경사지였다.

그런 곳에 돌을 높이 쌓을 건 아니었다.

거기서 더 위쪽으로 평평한 곳에 다시 쌓으며

먼저 쌓았던 돌무데기도 해체해서 쓰다.

이제 그만!”

하다보면 종일도 하는 일,

한 시간만 하자던 일인데 벌써 두어 시간이 흘렀다. 그만, 그만.

저녁을 먹고 났더니 졸음이 몰려왔다.

 

봄이 오긴 왔나 보다.

달골에도 인기척이 많았다.

사람들이 산소를 살피러 오든 두릅이며 봄나물을 따러 오든.

언제부터 아침뜨락에 산딸나무 들이고 싶었다.

아침뜨락에서 보이는 곁 산에 산딸나무가 마침 있어

봄이 오면 캐다 심어야지 한 게 벌써 여러 해.

올해도 봄은 왔다.

그러나 밥못 쪽에서 바라보이는 곳에 그대로 있어도 고맙고,

무엇보다 퍽 굵어서 캐오기도 쉽잖았다.

산딸나무를 퍽 좋아한다.

도시고 시골집이고 정원수로 많이 심지. 아름다우니까

꽃도, 층층나무과니까 층층을 이루는 수형도.

오래도록 꽃을 떨구지 않는 나무다.

산딸나무 꽃은 오해를 부른다.

우리가 꽃이라고 부르는 네 장의 잎사귀는 꽃받침이 변한 거라고.(식물학적으로 라는 기관)

꽃은 그 가운데 있는 구슬 같은 부분.

꽃받침이 꽃인양 하는.

작은 꽃이 살아남기 위해 수분곤충의 눈에 띄도록 돋보이는 옷을 입어야 했을 것.

그러니까 하얀 꽃 네 장이 아니라 열십자를 이루는 넉 장의 포다.

벌이나 나비가 찾아와 꽃가루받이를 이루고 나면 꽃은 그만 시든다.

존재 이유가 사라졌으니까.

그런데 산딸은 이 흰 꽃(꽃이 아니라 포)이 꽃이 아니니 오래 가는.

포 안 쪽의 꽃은 시들어도.

오늘 산딸 묘목을 한 그루 들여와서 아침뜨락 들머리 룽따 아래 놓인 바위 곁에 심었다.

어느 댁 백장미를 오래 칭찬하였더니

이 봄에 준다셨는데, 정말 분으로 네 개도 왔다.

아침뜨락의 꽃그늘길 쇠파이프 아래로 심었다.

 

원고는 드디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번 주 하루 한 장(챕터)씩 써왔고, 오늘 여는 글과 닫는 글을 메모했다.

이 밤에 마저 써서 아침을 맞을 것이다.

괴로운 순간들이 많더니 쓰니 어째도 글이 된다.

일단 매듭짓고, 고칠 기회는 있으니까.

원고 마감 어기는 일은 정말 안 하고 싶은 일.

이전에는 아슬아슬 맞추며 일했는데,

이젠 그런 건 너무 호흡이 가쁘기에 조금 틈을 두게 된다.

날적이를 먼저 쓰고 원고로 넘어가 마저 맺으려 한다.

나중에 글이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고 일단 썼다.

손가락 끝도 생각을 한다던가.

그래도 이런 일은 혼자 하니 어려운 게 아니다.

여러 사람과 같이 하는 일이 힘들지.

얼거리를 잘 짜면 수월한데

날이 다가오니 마냥 얼거리만 잡고 있을 수 없어 글을 써오면서 수정해왔던.

 

밤새 글 쓰고 대략 갈무리, 지금 해뜨기 직전.

잠시 눈 붙이러 들어간다...

눈 뜨면 사람들이 들어오고, 차를 달일 것이고

사람들을 보낸 뒤 다시 밤을 새며 달날 아침 9시까지 원고를 마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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