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이틀째.

수행으로 아침을 열고 아침뜨락을 걷고.

오전에는 아침뜨락 풀을 매고, 오후에는 햇발동 청소를 하다.

 

오후에는 단식수행에 닷새를 동행할 이가 들어오다.

그의 감식 마지막 끼니로 효소를 챙겨주었다.

구운 소금과 물만 먹는 일정이다.

달골에서는 지하수에 철분이 많아 마시는 물은 아래 학교에서 길어오는데,

이번에 마실 물로는 생수를 사들였다.

태어나 처음 단식이란 걸 해보는 이가 아무래도 마음이 퍽 쓰였기 때문.

몸에 들이는 거라고는 물이 전부이니.

오래 전 어느 해 단식에서 물을 잘못 마셔 고생했던 적이 있다.

마시던 물과 오래된 물이 담긴 물통이 나란히 있던 게 문제였던.

얼굴에서 위장 부분에 해당하는 입 둘레며 피부가 들고 일어나 혼이 났다.

, 소금은 약염으로 쓰이는 것으로 진즉 준비했다.

 

뭘 더 비울 게 있고 맑힐 게 있다고 단식인겨

단식수행 전 벗의 문자를 받았더랬다.

더 비우겠다고 더 맑히겠다고 한다기보다

더 탁하지 않으려 한다 해야 하나.

사실 그냥하는. 수행이니까.

늘 하는 말이지만,

위대한 고승도 날마다 정진하지 않던가,

? 득도한 그 깨달음이 유지가 되지 않으니.

하물며 범부인 우리들로서야 말해 무엇하리.

겨우 겨우 붙잡고 가는 지금에 있음인 걸.

 

명상하고, 편안하게 밤을 맞다.

소쩍새가 울다 갔고,

허허, 때 이르게 호랑지빠귀가 운다.

계신 곳도 부디 이리 평안하시라.

 

엊그게 마감한 책 원고,

초고를 채 퇴고를 못 다하고 보냈더랬다.

그 다음 부분부터 오늘 밤 다시 읽고 내일 아침 9시까지 보내기로 하다.

중요한 일, 급한 일들은 미리 좀 해두거나 젖혀두고 단식을 하리라 하지만

사는 일이 번번이 그리 안 되더라니.

그래도 이레 일정 가운데 초반 이틀은 아직 힘 생생하니 이리 쓰기로.

단식 첫날은 부음을 받아 먼 남도까지 왕복 다섯 시간 운전을 했고,

이틀째인 이 밤은 랩탑 앞.

뭐 겨우 글의 흐름만 보는 중.

어느새 새벽빛이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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