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 원고를 다시 좀 만지다.

아침 9시 송고.

 

연규샘이 선물해 준 티벳 전통향을 피우며 해건지기를 시작했다.

국선도 기본 동작으로 몸을 풀고, 대배 스물한 배로 시작, 그리고 호흡명상.

앞으로 닷새 일정을 안내하다.

수행으로 아침을 열고, 아침뜨락을 걷고,

오전 일하고 오후에는 강독 혹은 강의 또는 논의,

저녁에 책 읽고 다시 마무리 수행하고.

자주 칫솔질, 그리고 독소가 피부로도 빠져나오니 속옷을 자주 갈아입고,

아무래도 먹지 않기에 체온이 제법 내려가니 밖에서는 겨울패딩으로 감싸기.

 

아침뜨락에 들어 튤립 심은 곳들의 풀을 매다.

사람들이 자주 묻는다, 물꼬 바쁠 때 와서 돕겠다고.

흐흐, 여긴 그렇지 않은 날이 거의 없는.

언제든 오셔도 일은 있다는 말.

허니 굳이 날을 따로 받을 것 없이 어느 때고 짬 될 때 서로 방문 상황을 맞춰보면 되는.

그러다 정말 일이 쉬는 날이면 그날은 그날대로 옳다구나 반갑구나 하면 될.

비라도 내리거나 긴 교육일정을 끝낸 바로 다음날 같은 그런 날.

아니면 기계를 쓰는 날인데 마침 그 기계가 고장이라도 나는 그런 날.

일수행은 단식수행일정 아니어도 필연인 이곳이라.

2월 어른의 학교에서 튤립을 심기도 했던 구성원이

다시 4월에 와서 그 밭의 풀을 매고 있는 것도 의미 있더라.

 

오후에는 단식에 대한 강의(?).

저녁에는 책을 읽었고, 요가로 마무리했다.

단식을 왜 하는가, 물꼬에서 하는 단식의 특징,

구충제와 마그밀을 먹는 까닭,

몸에 어떤 변화가 있을 수 있고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떻게 대처하는가들을 전하다.

단식은 몸을 해체하고 다시 지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라.

외부만남은 자제하는 대신 자신과 만나기.

 

단식수행 때는 굳이 포털사이트를 보는 것조차 피하려 한다.

바깥의 일들이 속으로 들어와 시끄럽지 않도록.

세상은 사실 나 없이도, 내가 잠깐 멀리 있건 아주 사라지건, 굴러가기 마련.

일정을 끝내고 소식을 보아도 될.

바쁜 일이라면 전화가 없는 것도 아니니.

통화가 안 된다면 문자도 있고, 메일도 있고.

하지만 굳이 헤집고 들어오는 소식들이 또 있다.

오늘은, 오래 오래 전에 따로 따로 알고 있었던 인연이

얼마 전 서로 연결되어 저들이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 들어왔는데,

시작은 좋았으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고 말았더라네.

결말을 전해 듣는 나로서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컸다.  

몸이 휘청했다. 이래서 단식기에 바깥 소식을 끊는 것을!

법망 안이 아니어도 일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나는 범법 행위가 있는 게 또 사람살이이고,

인지감수성(성이든 무엇이든)을 키우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가 하는 잘못을 잘못인 줄 모를 때가 있는.

우리가 모든 인연을 다 구할 수 없고, 나 또한 그럴지니

내 손과 마음이 닿는 만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할 것.

물꼬의 한 식구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홀로 고심하는 밤이다...

물꼬는 대단한 무엇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아이들을 지키고 싶은,

또한 선한 일에 같이 전선을 만들고픈 그런 곳이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596 2008.10.20.달날. 맑음 옥영경 2008-10-28 1305
5595 2007.10.21.해날. 맑음 / 겨울 날 채비 옥영경 2007-10-29 1305
5594 2007. 2.1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7-02-16 1305
5593 10월 27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4-10-30 1305
5592 4월 빈들 닫는 날 / 2009. 4.26.해날. 는개비 멎고 옥영경 2009-05-10 1304
5591 2012. 4.12.나무날. 오후 흐림 옥영경 2012-04-17 1303
5590 2011. 4.27.물날. 흐리고 바람 많은 옥영경 2011-05-07 1303
5589 2008.11. 1.흙날. 스산한 하루 옥영경 2008-11-14 1303
5588 2008. 7. 2.물날. 갬 옥영경 2008-07-21 1303
5587 2007.11. 9.쇠날. 맑음 옥영경 2007-11-19 1303
5586 10월 17일, 아낌없이 주는 나무 옥영경 2004-10-28 1303
5585 7월 22일, 소방훈련 옥영경 2004-07-30 1303
5584 2016. 2.15.달날. 새벽과 밤 마른 눈발, 그리고 바람 옥영경 2016-03-08 1302
5583 2011. 9.10.흙날. 비 좀 옥영경 2011-09-21 1302
5582 2011. 6.11.흙날. 맑음 / 단식 6일째 옥영경 2011-06-18 1302
5581 131 계자 닫는 날, 2009. 7.31.쇠날. 맑음 옥영경 2009-08-06 1302
5580 2008. 8. 2.흙날. 맑음 / 126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8-08-22 1302
5579 2007.12.17.달날. 맑음 옥영경 2007-12-31 1302
5578 9월 1일 물날, 저농약 포도를 내놓습니다 옥영경 2004-09-14 1302
5577 2012. 2.29.물날. 맑음 옥영경 2012-03-07 1301
XE Login

OpenID Login